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마음의 눈으로 보는 자연
  • 2969      

글: 박영택(미술평론가)

  전시명: 김정숙展

  장소: 인사아트센터

  기간: 2013.7.3-7.9

김정숙, 축복, 한지에 채색, 2013

공간이란 생의 근원적인 인식소다. 그것은 그 공간에 거주하는 이의 심성과 정신, 그리고 사물과 세계를 보는 눈을 형성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특정 문화권의 미술을 논의하고 설명하는 경우 이른바 '환경결정론'이란 것이 유효하게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의 그림, 한국 미술에는 당연히 한국 자연의 특질이 스며들어 있고 숨 쉬고 있다. 그것은 단지 전통미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금 현재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에도 적용된다. 특히나 자연을 소재로 다루는 이들의 그림 내지는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작업이 그러하다. 분명 작가의 작업은 그의 삶의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편이다. 반면 자연은 너무 압도적이고 대단한 존재여서 그것이 작업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그 힘에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자연과 나 사이의 긴장이 형성되고 자연과 미술이 대등한 차원에서 길항해야 하는데 그래야 그 사이에서 미술이, 작업이 가능한데 그 거리, 틈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은 자연으로부터 파생되고 자연만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에 미술은 그에 의존하는 관계지만 자연과는 다른 또 다른 작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 자연으로부터 파생하면서도 그와는 다른 '미술화 된 자연', 개인화되고 인문화 된 자연이어야 한다.

김정숙은 오랜 세월 외지에 있다가 최근 친근한 고향 전주로 귀환했다. 그리고 비로소 다시 눈에 들어온 정겨운 자연, 특히나 산 주변에 위치한 작업실과 그로인해 수시로 자신의 눈에 들어온 수령이 오래된 나무와 숲과 온갖 꽃들, 그 위로 수시로 덮치는 계절의 변화와 기후의 변화무쌍함이 그대로 그림 위로 내려앉아있다. 작업실에서 내다 본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따라간 자신의 마음들이 전주 한지위로 비처럼, 안개처럼, 바람처럼 지나간다. 그 안으로 맑고 습하고 청명하며 스산한 기운들이 수시로 엉긴다. 따라서 그림은 선명한 형상을 지우고, 또렷한 색채의 단락이나 분절을 밀어낸 자리에 경계를 지우고 뒤섞이며 펴져나간다. 화면은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수평의 화면, 횡폭을 지녔고 그 안에 나무와 숲들의 무한한 공간감이 옆으로 펼쳐지고 있다. 동양화는 유한함을 지우고 무한함을 표현해왔다. 여백이 주고자 했던 힘이기도 하다. 유한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이 지닌 무한함을 상기시켜주고 눈에 보이는 형상만이 아니라 그것을 감싸고 있는 우주의 모든 기운들을 내밀하게 마음의 눈으로 감지하라는 것, 상상하고 추체험하라는 것이 여백이다. 무한성의 의미다. 화면에 무한감(여백)을 설정하는 이유는 결코 그릴 수 없고 재현할 수없는 것의 역설적인 표현이자 이미지가 그친 빈자리를 통해 그림이 인간의 의지만으로, 망막만으로 가능치 않음을 겸손한 표방이다. 동양인들은 자연을 외경하면서 자연의 기운이 인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어왔다. 자연과의 조화가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고 바람과 물이 인간의 문제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머무르는 것과 사물과 그리고 세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조화로운 총체를 이루며 있는 어떤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동양의 예술이고 그림이다. 모든 것의 근본은 자연의 유기적 일체성이고 이것은 자연의 체험에서 궁극적으로 증거 되는 것이다. 동양화에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현상의 재현이 아니라, '현상의 경험이었다. 단순한 물리적 재현이 아닌 정신적 재현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눈으로써 사물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심안으로서 관조'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활력을 자극해 실세계를 지각하고 그림 너머의 세계로 몸과 정신을 유인해주는 것이 바로 산수화이기도 했다. 그림을 보면서 실재하는 자연을 소요하는 체험(정신적 활력)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관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동참시키며 그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독려하는 것이 동양화였음을 염두에 둔다면 김정숙의 최근작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산수화에 깃든 의미망을 헤아려 이를 채색화로, 자연 풍경을 색으로 환원하고 그 정서와 무드를 구현하려는 일련의 시도를 만나고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01 00:32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