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1000년을 이어온 명문가 - <용인이씨(龍仁李氏)>
  • 5433      

전시명 : 용인이씨(龍仁李氏) 기 간 : 2013.3.27 - 2013.6.30 장 소 : 경기도박물관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성씨는? 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다수는 김·이·박씨 순으로 답변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4월에 작성된 뉴스기사에 의하면 김·이·박씨 아래로 최·정·강에서 정·최·조 순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하니 사회 통설로 내려오던 다수 성씨 순위 1,2,3위는 아직까지 부동인 듯하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씨는 총 4706개로 ‘귤’, ‘깡’, ‘벌’, ‘떵’, ‘흰’, ‘김내가우리됨을’ 등 특이성씨도 있다고 한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으나 다양한 성씨가 존재함을 알 수있는데 변호사이자 방송인인 로버트 할리는 부산 영도구를 본관으로 한 영도 하씨의 시조라 하니 앞으로 더 많은 성씨가 생길 것이라 여겨진다.

지역마다 그곳을 본관으로 하는 명문가들이 있는데 경기도의 가장 오래된 성씨 중 하나인 용인이씨는 태조 왕건을 도와 고려의 건국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인 이길권(李吉卷)을 시조로 하는 토착성씨이다. 고려 초부터 1000년을 넘게 전통을 이어온 명문가로 조선시대에는 총 86명의 급제자를 배출하여 급제 664개 성관 중 48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용인이씨 후손인 이태한 선생과 형제인 이경한·이봉한 선생, 이홍규 선생은 집안에 전해 내려오던 유물 875점을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초상화를 비롯하여 과거 시험지 답안인 시권, 과거 합격지인 홍패, 일상생활과 제례에서 사용하던 민속유물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가문답게 다양한 유물이 전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각 인물별 코너를 마련하여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세백 초상, 174.4x88cm, 이홍규 기증


이의현 초상, 1732년, 비단에 채색, 169x98cm, 이홍규 기증


고관을 많이 배출한 가문임은 전하는 여러점의 초상화를 통해서도 알 수있는데 부자가 정승을 지낸걸로 유명한 이세백과 이의현의 초상화가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세백은 노론의 중심인물이며 아들 이의현은 조선 후기 북학파 문학 이론의 선구자로 당시 298개 성씨를 모아 정리하기도 했다.


이재학 초상, 비단에 채색, 113.8x57.4cm, 이태한․이경한․이봉한기증
 


이재학의 저술을 모은 자료인 지포유고, 조선후기, 21권 13책, 필사본, 이태한․이경한․이봉한기증


용인이씨 가문은 부자 정승 외에 6판서 집안으로도 유명했는데 이재학. 이규현, 이원응, 이원명은 3대에 걸쳐 경기도 관찰사를 지냈고  이숭호, 이재학, 이규현, 이원명, 이돈상은 5대에 걸쳐 한성판윤에 오르는 등 경화사족으로 최전성기를 맞았던 18-19세기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당나라 태종이 현장법사를 칭송한 글, 대당삼장성교서 탁본


청나라 건륭제가 모아 새긴 중국 최고의 금석문인 석고문(石鼓文) 탁본


이규현은 할아버지 이숭호, 아버지 이재학에 이어 청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는데 당나라 태종이 현장법사를 칭송한 글인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 중국 산시성 조산서원의 역사를 기록한 ‘조산서원비기(雕山書院碑記)’, 청나라 건륭제가 모아 새긴 중국 최고의 금석문인 석고문(石鼓文) 탁본, ‘집석고소유문성십장제고중각서(集石鼓所有文成十章製鼓重刻序), 당나라 승려인 대달법사(大達法師)의 ‘현비탑비(玄秘塔碑)’ 등을 구해오기도 했다.

이재관 모사, <장양공정토시전부호도>, 1849년, 비단에 담채, 133x100.3cm, 용인이씨 판관공파중 자양공 종손 이종한 소장

이 가문에서는 문신들이 잘알려져 있으나 공을 세운 무신과  솜씨좋은 예능인도 존재했으니 이일장군과 화가 이재관이다. 이일은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방어하고 조선의 병서인《제승방략(制勝方略)》을 최종 완성하기도 했다. 여진족 토벌을 기념해 그림으로 남긴 <장양공정토시전부호도>는 훗날 후손인 이재관이 모사하여 전하고 있다.


이재관, <파초제시도>, 19세기전반, 종이에 담채, 37.3x59cm, 고려대학교박물관

19세기에 화원화가로 활동한 이재관은 태조의 어진을 모사한 공으로 등산첨사(登山僉使)가 되기도 했으며 영모화를 잘 그려 일본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산수, 산수인물화, 인물화 등 다양한 소재가 전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는 실제 작품과 복제품 등 이재관의 대표적인 작품 몇 점이 전시되어 있다.

한 명문가에 전해내려온 유물은 가문의 역사와 전통, 정신을 보여주는데, 용인이씨의 후손들이 유물을 잘 보존해서 기증하기까지 가문의 전통과 정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케 한다.

사실 그 동안 용인이씨가 있었는지 몰랐을 관람객들에게 이번전시는 새로운 명문가와의 만남이요. 가문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가문이 나에게 무었을 해줬냐며 원망하기에 급급했던 이들에게는 뿌리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이 전시는 이번달 말까지 연장되었으니 특히 용인이씨라면 꼭 한 번 관람하길 바래본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01 13:34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