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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현대미술을 통한 대만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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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금산갤러리 큐레이터)

전 시 명 : "Rolling! Visual Art in Taiwan(轉動藝台灣)"
기 간 : 2013.04.09 - 06.16
주 최 : 서울시립미술관_국립대만미술관
장 소 :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주말,공휴일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 뮤지엄데이 운영 : 매월 2회(첫째, 셋째주 화요일) 밤 10시까지 연장 개관

일본의 식민지, 서구세력의 정치 구조적 영향, 군부세력의 폭정, 계엄령 철폐 등 다사 다난한 대만 민주화의 역사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한국의 근대사를 나타내는 단어들과 겹쳐 친다. 동질감을 느끼며 친근할 법도 한 나라이지만 한국에서 이런 대만의 문화에 대해 대중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 대만의 미술은 어떠할까? 국제 미술 페어 에서 자국대표 상업갤러리들에 의해 선별된 소수의 작품들이 종종 국내에 소개되기는 하였지만 국내 미술계에서는 영국, 미국 또한 가까운 일본 미술보다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만의 동시대 미술은 그 배경이 비슷한 한국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는 6월 16일까지 서울시립 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진행 되는 Rolling! Visual Art in Taiwan展은 대만 동시대 미술에 대한 우리의 물음에 대해 접지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2011년부터 국립 대민 미술관과 전시교류사업을 추진해왔던 서울 시립미술관은 2011년 국립대만 미술관에서 한국 현대 회화의 변화상을 선보였던 Korean Painting Now展에 이어 이번에는 그 적을 서울로 옮겼다. 이번 전시는 한국작가를 소개했던 전의 전시와는 달리 대만의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32명의 자국 작가 작품 32점이 선별되어 Rolling! Visual Art in Taiwan이라는 타이틀로 막을 올렸다. 물론 전시는 대만 국립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으며 엄선된 32점의 작품들은 대만의 동시대 미술을 한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며 익숙지 않은 문화에 대한 신선한 미적 즐거움을 제공해 주고 있다. 물론 32점의 작품만으로 1950년 이후의 대만의 미술의 반만년 역사를 모두 보여 주기에는 역부족일 지라도 전시를 통해 대중들이 대만의 현대미술을 하나의 틀로 정형화 하기보다는 미술을 통해 그 사회를 보는 감상의 깊이를 경험하기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형식적 혹은 양식적인 미술감상의 방법 보다는 사회적인 맥락을 중점적인 감상의 채널을 맞춘다면 보다 풍성한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으로 전시를 통해 몇 가지 흥미로웠던 작품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린밍홍, 무제-모임(철학/건축학)Untitled - Gathering (Philosophy/Architecture), 2012, Acrylic on canvas, 300 x 225 cm


린밍홍, 무제-모임(음악/공학)Untitled - Gathering (Music/Engineering), 2012, Acrylic on canvas, 300 x 225 cm


전시장의 입구를 넘어서 몇 가지 작품들을 지나고 나면 멀리서부터 꽤나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시각을 자극하는 기하학적 무늬로 이루어진 대형 작품들이 사면을 이루고 있는 공간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하게 된다. 그것들은 바로 린민홍의 2012년 프로젝트인 ”모임”에 대한 결과물들이다. 혹시라도 초기 미니멀리즘이 선사해주던 캔버스의 웅장함과 숭고함을 기대하며 린밍홍의 작품에 접근하게 된다면 가까이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그 작품이 꼭 가져야만 할 것 같은 기계적인 완성도의 수준에 대해서 황당하게 실망하게 될 것이다. 린민홍의 2012년 “모임” 프로젝트는 무용, 건축학, 철학, 물리학, 의학 등 문과와 이과 학생들 12명이 여섯 개의 조를 이루어 작가의 지휘아래 작품을 창작한 상호간 작업활동 이었다. 작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회화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구도 안에서 서로 다른 색체와 필치를 표현할 자유가 주어졌었다는 프로젝트의 규칙을 감상에 적용하고 나면 이 작품과 처음 조우 시 만난 당혹감에 대해 무사히 관대해 질 수 있다. 참여자 12명의 각기 다른 전공이 각 사람의 본질적인 특징을 만들어 낸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나서 그 특정한 개성자체를 작품의 매개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린민홍 만의 새로운 창작 모델을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그가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매개를 통해 오랫동안 고정화된 미술의 전문적 표현 기술은 부정하였지만 그 결과물을 여전히 캔버스 안에 두었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는 작가가 사회각계의 다른 분야들을 미술로서 포용하고 또한 미술로서 표현 하고자 하는 욕구를 작품에 싣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전시에서 다양한 매체들로 표현된 작품들 중 동시대 미술로서의 관심을 차지하는 작품은 단연 미디어 작품들이었다. 미디어 작품이야 말로 서두에 언급되었던 사회적 맥락을 적용한 미술감상법으로 작품을 읽으며 그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미술의 분야이다. 특별히 한 시간이 넘는 단 채널 미디어 작품인 천제련의 “군사 재관과 감옥”은 대만의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계엄시기를 작품의 배후 사정으로 요구한다. 작품은 계엄시기 주요 정치범들의 재판과 구금의 현장에 그만의 무대를 만듦으로 시작된다. 기호적 상징과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계엄 이데올로기에 대한 수 많은 물음들을 작가는 본인만의 서술적 묘사방법으로 표현하여 내었다. 수많은 물음 중 “계엄은 과연 완전히 끝난 것일까”라는 작가의 물음은  이주 노동자, 해외 혼인 이주자들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계엄령이 여전히 현존하고 있음을 고발하며 또한 신 자유주의 라는 명목 하에 여전히 창살 없는 감옥 안에서 존재하는 현대인들 역시 보이지 않는 현대 계엄에서 해방되지 못함을 비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80년대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 등장하였던 한국의 민중미술을 잠시 떠올렸다. 물론 그의 작품이 미적 자율성과 예술적 특수성을 간과 하며 사회변혁에만 초점을 두지는 않았지만 계엄이라는 대만의 지난 역사를 고발하면서 여전히 사회의 많은 부분에 잔재하며 발전 진행중인 계엄이데올로기의 원형을 찾아 그에 변혁을 그 만의 방식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오직 예술적 메타포만이 농후한 작품으로 그의 미디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해석의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천제련, 군사제판과 감옥, 2007-2008, DVD로 변환된 35mm 필름, 단체널 비디오


미술의 고전 매체라 할 수 있는 회화작품들 중에서 시선을 멈추게 했던 작품은 궈웨이궈 “바나나 나무 아래” 와 루센밍의 “그녀에게 경배를”이라는 작품이다. 


궈웨이궈, 바나나 나무 아래, 2002, 캔버스에 유채, 193.5 x 130 cm



루센밍, 그녀에게 경배를, 1993, 캔버스에 유채, 250 x 320 cm


궈웨이궈의 “바나나 나무 아래” 작품에서 작가는 은유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사회적인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 자신을 현대인의 표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고전적으로 극사실적이면서 원근감을 전혀 무시한 초현실적 기법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궈웨이워만의 독특한 표현방법을 보여준다. 무더운 대만 어디에서나 쉽게 볼수 있으며 또한 대만 농가의 주요 수출작물이기도 한 바나나는 작가의 애환을 상징해주는 또 하나의 은유적 표현매개로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루센밍은 그의 작품 “그녀에게 경배를” 안에서 안정된 시선과 비율을 부정하므로서 도시생활이 주는 각박함과 끝이 없는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각기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솟은 작품 내의 고층 건물들은 잿빛 색감과 함께 작가가 느끼고 있는 현대사회의 생존환경을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이즈가 주는 웅장함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비율로 빽빽히들어선 피사체들의 구도와 투시를 통한 작가의 표현은 보는이로 하여금 현대인들이 도시생활 가운데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그대로 경험하게 해준다. 

앞서 말했듯이 본 전시는195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약 반세기의 대만 현대미술을 32점의 대표작품으로 보여주고있다. 전시를 통해 대만의 동시대 미술이 사회와 소통하는 문화 매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또한 국지적인 텍스트를 넘어서 국제적 언어를 구축하며 많은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대만 현대 예술의 발전과 인문 정신에 대한 국내 대중의 이해를 도왔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된 작품의 주제들이 대부분 인문사회적인 부분으로 집중되어 대만 동시대 미술 작품들의 심미적 변화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부분은 기획의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가까지만 낯설은 나라. 우리와 닮은 현대사를 공유한 동아시아의 한 국가인 대만. 전시를 관람한 후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소설  “미로의 정원”1(리앙저)을 요번 주말에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술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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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이완의 현대사와 사랑의 본질을 다룬 소설로서 타이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리앙의 소설 『미로의 정원』. 타이완의 주요 일간지 《중국시보》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중국식 정원 ‘함원’을 소재로 격동기의 타이완 역사를 엮어냈다. 1950년대 국민당 독재 시절과 1970년대 고도성장기를 플래시백 기법으로 넘나들며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글 김지혜(금산갤러리 큐레이터)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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