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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향한 미국, 그리고 미국의 근대
세계로 향한 미국




매리 카사트 <조는 아이를 씻기는 어머니> 1880, 100.3x65.8


19세기 인상파시절 파리에 진출했던 몇몇 미국 미술가들은 비교적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매리 카사트(Mary Cassatt)의 작품, 그것도 잘 알려진 <조는 아이를 씻기는 어머니>를 볼 수 있다. 졸린 아이를 힘들지 않게 닦아 씻기는 어머니와 아이의 친밀한 시선이 풀어지는 듯한 가벼운 터치로 따뜻하게 그려져 시선을 떼기 어렵게 한다. 카사트는 프랑스의 인상주의를 미국에 전파시키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도도한 부르주아 남성들의 시선으로 포착된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을 확장시키며 풍부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 전시회에 카사트의 작품은 모두 세 점이 왔는데, <마차를 끄는 여인과 소녀>와 함께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크게 받은 후기작까지 놓치지 않고 보았으면 한다.

한편 런던에서 생활하며 파리의 화단에서도 활동하였던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는 19세기 가장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미국 화가였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검은색 구성(노란색 반장화를 신은 여인)>은 살롱에 출품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흰색의 심포니>를 연상하게 하는데, 자연스러운 자세와 검은색 단색조의 조화에서 유미주의자 휘슬러의 세련된 화풍을 십분 맛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첫 흑인 화가로서 따뜻한 흑인가정의 일상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핸리 오사와 태너(Henry Ossawa Tanner)의 어머니의 초상은 작은 그림이지만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더하여 촉촉히 비 내리는 파리의 거리를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한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미국의 근대와 전후 뉴욕 스쿨의 등장 

20세기 초 미국 역시 근대화의 흐름에 동승한다. 도시는 빠르게 팽창하고 아시아로부터 새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되었다. 전시는 1930년대 경제공황기를 극복하고 전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기까지 미국의 변화를 사실주의에서 추상에 이르는 다양한 양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즈덴 하틀리(Marsden Hartley)와 찰스 데무스(Charles Demuth)는 큐비즘에서 유래한 기하학적인 분할주의로 도시의 외관을 경쾌하게 그렸는가 하면, 전철 속 익명의 승객과 도시의 이민자, 학대받는 노예의 모습은 진솔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졌다. 이 부분은 미국의 현대화와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교차하고 있는 장이다. 그 가운데 섬세한 핑크빛 오키프(Georgia O'keeffe)의 꽃그림은 단순히 여성작가를 바라보는 세상의 통념에 대한 화가의 저항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찰스 데무스 <우리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921, 63.8x51.1
조지아 오키프 <분홍색 배경의 두 송이 칼라 백합>, 1928, 101.6x76.2


현대 미국의 미술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표현주의로 무장한 뉴욕 화파(New York School)로 이어진다.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이 투쟁하듯이 그려냈던 거대한 스케일의 캔바스화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율동 하는 듯한 화가의 몸짓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드립 페인팅이 전시되었다. 또한, 유럽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뚜렷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초기 작품과 아돌프 고틀립(Adolf Gottlieb)의 색면 추상화는 1950~1960년대 뉴욕화파의 역사를 핵심적으로 축약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 전후 미국의 현대미술은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와 재스퍼 존스(Jasper Johns)의 혁신을 거쳐 팝 아트로 마무리된다. 사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실크스크린 판화는 20세기 대량생산의 테일러리즘에 가장 부합한다. 그런 점에서 상업과 예술의 경계에 선 앤디워홀의 작품은 소비 대중사회로 진입한 1960년대 미국의 아이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앤디 워홀의 작품 중에서 쉽게 대중에게 소비되는 무비 스타 마릴린 먼로나 대통령에서 노동자까지 누구나 다 즐기는 민주적? 음료인 코카콜라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에 선별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 채택한 워홀의 작품은 <네 명의 재키>이다. 검은색과 푸른색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확실히 깊이를 지니고 관객의 감정을 건드린다. 어쩌면 이 그림은 미국미술을 통해 미국의 역사를 조망하려는 이 전시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이 우울한 푸른 색의 화면이 미국 현대사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당대의 진실한 사실주의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앤디 워홀 <네 개의 재키>, 1964, 각각 50.8x40.6


이 전시는 그 규모나 작품의 양에서 2013년 봄 미술계의 가장 두드러진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뿌리 없는 경박한 대중문화라는 미국문화에 대한 그간의 시각을 교정하라고 부드럽게 요구하는 이 전시회는 각종 가구와 공예, 디자인으로 미국인들의 생활공간을 전시장에 함께 재현함으로써 세계 초국가로서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문화를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과거의 문화유산을 중시하는 국립박물관의 전통에 대한 열린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 휴스턴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등, 미국의 손꼽히는 미술관에서 모여온 출품작의 면면은 출품 작가나 그 질에서 충실하다. 게다가 저작권 문제가 없는 작품을 마음껏 사진 찍게 허용한 친절한 전시이기도 하다. 제대로 갖추어진 만찬을 앞에 둔 관객을 행복하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근현대미술을 우리의 안방 불러들여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글 김미정(미술평론가)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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