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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미술 300년 (Art Across America), 미국 근현대미술 조망하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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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3년 2월 5일 ~ 5월 19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오는 5월 19일까지 《미국미술 300년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일본을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미국 미술은 양국의 외교적인 긴밀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서구 현대미술 이야기가 주로 19세기 인상주의와 20세기 유럽의 모더니즘을 줄기로 삼아 서술되어 미국 미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에 이르러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시는 식민지 시대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는 미국 근대기 300년간의 미술을, 아메리카의 영토적 확장과 그 안에서 이루어진 미국인들의 생활과 삶을 통해 생동감 있게 펼쳐 보이고 있다.

전시는 ‘아메리카의 사람들’, ‘동부에서 서부로’, ‘삶과 일상의 이미지’, ‘세계로 향한 미국’, ‘미국의 근대’, 그리고 ‘1945년 이후의 미국미술’ 이렇게 모두 6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는 역사적 흐름을 따르면서도, 미국미술의 다양한 내용이 드러날 수 있도록 주제별 구성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3년 전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인 《미국미술 300년전》은 선별된 작품들이 주는 감동과 함께 그간 유럽 모더니즘의 2막으로 등장하는 미국 미술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돕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아메리카의 사람들

                     

* 전시 제 1부, 아메리카의 사람들

이 전시는 다문화 사회인 미국의 정체성과 신대륙이라는 영토에서 기인하는 독자적인 미국의 국가관이 분명하게 반영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세계 시민의 문화적 가치관이 미학적 전통 속에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볼 수 있도록 신중하게 구성되었다. 물론 도록의 서문에서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안젤라 밀러(Angeler Miller)는 이 전시가 미국이라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다문화 현상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만 북유럽 상류층에 뿌리를 둔 미국 중산층의 자의식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의 첫 번째 주제인 ‘아메리카의 사람들’에 걸린 조숙한 귀공자, 푸른 드레스의 우아한 숙녀, 강렬한 시선의 흑인선원과 인디언, 그리고 미국의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초상에서 관객들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구성된 미국의 정체성을 편협하지 않게 보여주려는 전시의 의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신세계, 신성한 땅과 경건한 삶

전시된 작품에는 한결같이 미국의 개척정신과 청교도적인 윤리가 짙게 배 있다. 특히 국토에 대한 사랑과 검소한 미국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풍경화와 풍속화에는 유럽과는 다른 미국 근현대 미술의 독자적인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사실 뉴잉글랜드에서 서부로 삶의 경계를 넓혀가는 개척의 역사는 곧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뿌리 뽑힌 이방인에서 신세계의 새로운 주인으로 우뚝 서는 역사적 과정이기도 했다. 이 전시는 미국풍경화가 초기에 영국이나 이탈리아풍의 목가적인 자연에서 점차 웅대하고도 원시적인 신대륙의 지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아메리카니즘이 실제 국토에 대한 경험을 통해 어떻게 구축되어 가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 토마스 모란 <콜로라도 강의 그랜드캐니언> 1892(1908년 재제작), 134.6x238.8

허드슨 리버스쿨(Hudson River School)의 중심화가인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인물이 있는 풍경: 『모히칸족의 최후』의 한 장면>에서 멀리 안데스 산의 이국적 정경을 그린 프레데릭 에드윈 처치(Frederic Edwin Church)의 <파첸차>로 이어지는 전시의 짧은 동선에는 역동적인 미국개척의 역사가 담겨 있는 셈이다. 특히 토마스 모란(Thomas Moran)이 그린 환상적이면서도 웅장한 파노라마 <그랜드케니언>은 도시화가 진행되던 미국 사회에 천연의 자원을 보존해야 할 필요를 일깨워 요세미티, 엘로스톤과 같은 천혜의 장소가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었다. 동에서 서로, 서부개척의 역사가 미국인들의 삶과 기질에 미친 영향은 근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전시장에 안톤 드보르작의 장쾌한 교향곡 <신세계에서>가 바탕 음악으로 깔렸더라도 좋았을 법하다. 


한편 미국인들의 삶을 담은 여러 풍속화는 작품의 크기는 작으나, 그 안에 담긴 미국인들의 일상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생동감 있는 해양풍경화로 유명한 윈슬로 호머의 초기 작품 <건전한 만남>은 이번 전시의 포스터에도 쓰였을 만큼 미국적 정서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묵직한 우유통을 든 근육질의 건강한 소녀와 수줍은 소년의 구도는 그 자체로 새로울 뿐 아니라 나른하고 유미적인 유럽식 부르주아 모더니즘과 다른 미국인들의 엄격한 청교도적 윤리관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짠 바다 냄새가 풍기는 호머의 진솔한 바다 그림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지만 말이다.      

* 윈슬로 호머 <건전한 만남> 1874, 51.8x76.5, 캔버스에 유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그림은 필라델피아 미술아카데미에서 활동하면서 사진을 이용한 새로운 시각의 사실주의를 정립하였던 토마스 에이킨스(Thomas Eakins)의 작품이다. 이미 <그로스 박사의 해부학교실>을 사전에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트타기>에서 극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에이킨스의 붓질을 느끼기 위해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에이킨스의 능수능란한 유화의 맛은 친구를 그린 <레슬러 W 밀러>의 초상화에서 한 번 더 감상할 수 있다.(계속)
글/사진 김미정(미술평론가)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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