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동궐(東闕)
기 간 : 2013.2.27 - 2013.5.12
장 소 : 고려대학교박물관
금기시 된 것에 대한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듯하다. 지금은 임금이 살았던 궁궐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지만 오래전 그곳은 일반에게 금지된 영역으로 매우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에게 궁궐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예측된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궁궐은 볼 때마다 새로움을 전하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부분도 많고 안내표지판을 보지 않으면 어디가 어디인지 잘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궁궐을 소개하는 책자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는 점인데 이 매체들이 없던 시절에 궁궐을 그린 그림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는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이 없던 시절, 화폭에 남긴 궁궐그림은 세부묘사가 정밀하여 직접 돌아다니며 보는 것만큼이나 그림 곳곳에 눈길이 닿기 바쁘다. 본래 천(天) · 지(地) · 인(人) 3건이 제작되었으나 현재는 고려대박물관 소장의 人과 天 또는 地로 추정되는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 두 점만 전해진다. 이 전시는 서울과 부산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뜻 깊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 특별하다.
<동궐도>(국보249호), 비단에 채색, 전체 274cmx584cm, 16폭, 동아대학교박물관
환경전, 경춘전
왕과 왕비의 침전이었으나 때로는 세자, 대비. 공주, 왕자 등 왕실가족이 사용하였다.
화원에 의해 그려졌을 동궐도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제작하였는지 그 기록이 전무하나 1828년에서 1830년 사이에 제작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1828년 1월에 세워진 연경당과 1830년 8월 화재로 소실된 창경궁의 환경전, 경춘전, 함허정, 공묵합, 숭문당, 영춘헌, 오행각, 빈양문 등이 화재 이전의 모습대로 그려져 있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 대리청정하던 효명세자가 동궐도 제작에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창경궁 숭문당 동아대본과 고려대본
머름과 계단층수에서 차이를 보인다.
창경궁 명정문 동아대본과 고려대본
명정문 기단에 장대석을 쌓은 형태가 다르다.
창덕궁 희정당 동아대본(상)과 고려대본(하)
바닥면, 아궁이. 선례문 표현이 다르다.
북악산일대 동아대본과 고려대본
대체로 일치하지만 색감과 이파리 표현이 다름을 알 수있다.
작품을 살펴보면 고려대박물관 소장본과 동아대박물관 소장본은 같은 곳을 그린 그림인 만큼 구도와 배치, 건축, 조경, 화면의 규격까지 유사하여 동일한 시기에 같은 화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채색이나 세부묘사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제작시기에 관해서는 세부표현에서 실제 건물의 이용상황을 염두해 두고 그린 동아대본이 실제 건물을 관찰하면서 먼저 그리고 고려대본은 이를 토대로 어색한 부분이나 채색이 없는 부분을 보완하여 그린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건물표현외에 종합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창덕궁 인정전 지붕 잡상
창덕궁 중희당
중희당 마당에 소간의,해시계, 측우기 등이 있다.
각 명칭이 기록되어 있는 건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시설물과 조경물의 표현을 살펴보다보면 작은 기물들까지도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전망대가 있는 높은 빌딩이 존재하지 아니했을텐데 어떤 방법으로 동궐을 한눈에 조망할 수있도록 제작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과학기기나 과학기기가 설치됐던 건물 또한 찾아볼 수 있는데, 전시에는 실제 과학기기를 선보여 이해를 돕는다.
<갑인춘친정도>, 비단에 채색, 42.6cm x 55.8cm, 동아대학교박물관
<서궐도안>부분, 종이에 수묵, 127.3cmx401.8cm, 19세기, 고려대학교박물관
이밖에 창덕궁에서 열린 행사를 그린 <조대비사순칭경진하도>, <갑인춘친정도>, <서총대첩>을 비롯하여 법궁인 경복궁을 담은 <경복궁배치도>와 경희궁을 먹만으로 그린 <서궐도안>, 왕실의 격식을 볼 수 있는 <화순옹주의 직금원삼>과 <영조옥인>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세세한 기물까지 확대하여 볼 수 있도록 설치된 미디어 탭(Tab)은 장대한 크기의 동궐도를 보는데 매우 유용하며 어린이도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브로슈어가 제작되어 있다. 이 전시를 놓치면 아쉬운 이유는 동궐도의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진품 전시의 마지막 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계절상으로는 봄이기에 전시 관람 후 멀지 아니한 동궐로 향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