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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과 새, 풀벌레, 물고기가 사는 세상 -<조선후기 화조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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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조선후기 화조화전
기 간 : 2013.3.12 - 2013.3.31
장 소 : 서울 동산방

한국미술의 감상에는 다분히 성리학주의적 입장과 양명학주의적 시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을 철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사전내용 정도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차이가 크다. 성리학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감성을 억제하는 엄격한 학식과 수련을 필요하다고 했다. 즉 매우 높은 기준을 정해놓고 그를 위해 매진하는 이상주의랄 수 있다. 반면 양명학은 사람 마음이 곧 우주의 이치이니 그때그때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인간적인 냄새가 있는 편이다.


심사정 < 화접초충도첩(花蝶草蟲圖帖)> 제3, 4폭 지본채색 각 42.8x33.5cm
(3폭은 맨드라미, 오이넝쿨 그리고 고슴도치가 등장하고 제4폭에는 옥잠화, 색비름 그리고 나비와 메뚜기가 그려져 있다)

이런 구분은 다소 과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성리학주의적으로 한국미술을 본다는 말을 풀이하면 겸재하면 겸재의 대표작, 단원하면 단원이 최고 걸작만 볼만하다는 것이 된다. 이 입장에서는 걸작, 대표작 이외는 모두 그렇고 그러니 봐도 되고 또 사정이 있으면 안 봐도 그만인 존재에 불과하다. 반면 양명학주의적 입장이라면 볼 것이 많아진다. 단원도 사람이고 겸재도 사람이었던 만큼 잘 그릴 때도 있고 그저 그럴 때도 있고 또 못 그릴 때도 있으니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감상의 대상이란 것이다.


김양신(金良臣) <추순도(秋鶉圖)> 지본담채 31x40.2cm

이 조선후기 화조화전은 이미 보아온 걸작만을 꼽으려는 성리학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성에 안찰 수도 있다. 하지만 심즉리(心卽理), 마음이 이치까지도 결정한다는 심학(心學)의 대명제에 따르면, 보는 것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실이어서 훨씬 풍부한 볼거리를 즐기게 된다. 더욱이 이 전시에 나온 상당수의 작품은 이른바 일반의 미공개작(未公開作)이다.(이 전시의 원고를 쓴 이태호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6개월 이상에 걸쳐 꼼꼼한 고증을 했고 또 화조 그림 속에 나오는 새와 풀꽃의 이름을 해당 전문가를 통해 규명하기도 했다)



정선 <백로도첩(白鷺圖帖)> 제4, 5폭 지본담채 각 65.2x41cm
(제4폭에는 자라풀과 줄, 쇠백로를 그렸고 제5폭에는 연꽃과 쇠백로가 그려져 있다) 

정선(鄭敾, 호는 겸재(謙齋), 1676-1759)의 정교한 필치와 잘 계산된 기법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소 거친 필치로 백로들을 휘갈겨 그린 병풍이 소개됐다. 백로 그림도 희귀한 소재인데 여기에는 겸재의 절친한 친구인 시인 이병연(李秉淵, 호는 사천(槎川), 1671-1751)의 글이 붙어있어 겸재가 그려준 것임을 밝히고 있다.



김홍도 <수금초목충어도첩(水禽草木蟲魚圖帖)> 제10폭 1784년 지본담채 24x36cm
(글은 갑진년 6월 단원이 임청각주인을 위해 그리다(甲辰流夏檀園爲臨淸閣主人寫)이다)

조선후기 풍속화로 이름난 단원은 실은 화조화의 명수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아들 김양기를 얻은 안기(現 안동시 안기동)찰방 시절에 그린 화첩 그림 10점이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 그림에는 ‘임청각 주인을 위해 그려주었다(檀園爲臨淸閣主人寫)’라고 쓰여 있는데 때는 1784년 6월이고 임청각 주인은 이 일대의 부호였던 이의수(李宜秀, 1745-1814)를 가리킨다. 이 역시 신자료이다.


신윤복 <화조도첩(花鳥圖帖)> 제3폭 1809년 지본담채 28.2x44cm
(버드나무와 팽나무 그리고 왜가리 등을 그렸다)

세 번째는 화제의 화가 신윤복이 그린 단원풍의 화첩이다. 일설에 신은 단원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하는데 물가의 새를 그린 장면은 단원식의 서정(敍情)이 물씬하다. 그림 마지막 장에 혜원(蕙園)이란 낙관이 써있다. 전체적으로 단원풍 그대로라서 단원, 혜원의 관계를 재고케 하는 자료이다. 


이지화(李至和) <매죽조도(梅竹鳥圖)> 지본담채 2.4x26.4cm (새는 노랑머리할미새다)

그 외 19세기 초반에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문인화가 이지화(李至和, 호는 춘우(春遇), 1777-?)가 수채화처럼 맑게 그린 노랑머리 할미새와 매화 그림 역시 처음 소개되는 그림이다. 단양 근처에 은거하고 살았다는 이 문인화가의 그림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국향(國香) <화훼도첩(花卉圖帖)> 제5, 6폭 견본금니 각 31.8x22cm
(5폭 내용은 바랭이와 국화이며 6폭은 실거리 나무와 한란을 그렸다)

그 외 기생으로 보이는 국향(國香)이란 호를 쓴 화조화도 있다. 국향에 대해서는 미상인데 대개 영정조 바로 앞의 숙종 시대로 추정될 뿐이다. 그림은 대나무에 패랭이꽃, 한난 등을  검은 비단에 금으로 그린 그림이어 이채를 띤다.

취하(醉荷) <방단원화조도(倣檀園花鳥圖)> 지본담채 24.2x33.6cm

또 취하(醉荷)라는 호만 적어놓은 단원 추종화가의 괴석과 꿩을 그림도 선보인다. 이 화가의 행적 역시 불명인데 그림은 단원의 화풍을 그대로 닮고 있어 단원 이후인 조선시대 후기이후의 화가로 추정될 뿐이다. 그러고 보면 화조화의 명수 단원의 영향이 꽤 오래도록 지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변지순(卞持淳) <설중매(雪中梅)> 지본담채 22x31cm
(글은 ‘물 마시고 신선 책 읽네 해부(飮水讀仙書 海夫)’이다. 해부는 그의 호다)

 

한국미술의 전체 작품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그 위에 이 정도의 신자료라면 주의주장을 떠나 무조건 보아 놓아야 할 전시라고 생각한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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