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영택(미술평론가)
전시명: 이선호 개인展 장소: 인사아트센터 기간: 2013.3.6-3.12 |
이선호, 고향집, 캔버스에 유채, 65x50cm, 2011 |
이선호는 건축가다. 그러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는 아마츄어화가인 셈이다. 건축가가 그린 그림은 무엇일까? 나는 그이 그림 중에서 유독 정성껏 그려나간 <고향집> 이란 작품이 좋다.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문득 자신의 유년시절 고향집을 상상해서 그려보았다. 지금 그 집은 사라지고 없다. 해서 그는 기억을 동원해 어린 시절의 집을 복원해냈다. 따라서 이 그림은 희미하면서도 너무도 선명한 기억이 만든 그림이다. 자신의 고향집을 상상해서 그려낸 전형적인 구상풍의 풍경화는 사뭇 감동적이기 까지 했다. 사실 풍경이란, 건축물이란 그것과 함께 하는 사람의 삶과 인성, 문화 등이 총체적으로 달라붙어 누벼진 자취로 자욱하다. 그러니 풍경과 건축물을 그린다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흔적의 가시화와 연관되어 있다. 부감의 시점에서 내려다 본 작은 초가집과 주변의 황량한 자연풍경,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농가의 전형성을 물씬 자아내는 그 풍경은 무엇보다도 대상을 바라보는 순박하고 애정 넘치는 시선과 마음이 묻어있고 이제는 망실되어 추억의 장소로 남은 그곳에 대한 애도의 감정이 쓸쓸하게 뒤덮고 있었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이미 사라지고 지워진 지난 시간에 대한 가슴 아픈 회한의 감정이 빚어낸 이 풍경화는 안타까운 상실을 정성껏 기억해내고 그 기억에 의해 떠오른 잔상들을 온 마음으로 더듬거리며 구술하듯이 그려졌다.
모든 이미지는 애도의 심정 속에서 뒤늦게 출현한다. 그 자잘하고 쫀득한 즉한 붓질과 마치 설계도면을 그리듯이 어린 시절 고향집을 하나씩 복원해서 평면에 안착시키는 작가의 손과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지는 그림이다. 놀라운 기억력과 정성이 이룬 매력적인 풍경화다. 습관적인 능란한 솜씨로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닌데서 오히려 감동적이고 그 작가만의 고유한 필촉의 더듬거림이 개인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기존의 익숙한 풍경화와 유사하면서도 그로부터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나는 이 차이의 간격이 좋다. 그림을 전공한 이들은 그 차이를 만들어내기가 무척 어렵다. 너무 길들여지고 습관이 되어버려서이다. 반면 아마츄어들은 막연하게 기존의 기성화 된 그림들을 추종하면서 이상한 모방에 빠져든다. 따라서 자신의 독자하고 고유한 숨결을 집어넣는데 실패한다. 중요한 것은 미술은 학습과 모방으로부터 부득이 출발하지만 동시에 그로부터 무수한 차이를 만들어내야 하고 매번 관습화된 자신의 손과 마음을 경계하는 일이다. 좋은 그림은 그럴듯한 솜씨나 기존 화단에서 유행하는 어법과 유사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마음과 시선으로 세상과 사물을 보는 일이고 그것을 드러내는 솔직한 방법론에서 풀려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