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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 웃음을 찾으러 가자구나-<梅花가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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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梅花가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 기 간 : 2013.2.6 - 2013.3.20 장 소 : 서울 포스코미술관

색소(索笑)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색소는 찾을 색에 웃음 소로 옛 사람들이 매화를 가리키며 쓴 유식한 은어(隱語)이다. 출전은 두보 시. 두보는 만년에 중국 강릉 지방에 있으며 온 가족이 그곳으로 와 함께 살았으면 했다. 마침 동생이 남전에 있던 처자를 데리고 그곳으로 오자 좋아라 하고 지은 것이 이 시다.

   


   작자미상 <매화도> (송풍각첩 중) 종이에 먹 20x18cm 개인

그 속에
순첨색공매화소 냉예소지반불금(巡檐索共梅花笑 冷蕊疎枝半不禁)’라는 구가 있다. ‘처마를 따라다니며 매화와 함께 웃고자 하니 찬 꽃술 성근 가지가 반은 꽃망울을 터트렸구나하는 내용이다. 봄이 돼 다 함께 모여서 매화를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는 뜻이다. 여기에는 매화로 상징되는 춥고 지리한 겨울이 물러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이미지가 가족 재회의 즐거움과 겹쳐 있는 것이다
.

 

어몽룡 <매화 2> 종이에 먹 각 37x25.5cm 개인

매화는 따사롭고 포근한 대지에 새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는 봄을 알리는 자연의 전령이다. 그렇지만 옛 그림 속에 그려진 매화는 꼭 그렇지만 않다. 사군자의 하나로 군자의 상징이 되면서 딱딱해진 것이 사실이다. 흰 꽃과 멀리까지 퍼지는 은은한 향, 노숙한 모습이 역력한 줄기 그리고 추위를 견뎌내는 내한성과 다른 어느 것보다 일찍 꽃을 피우는 조개성(早開性) 등은 모두 이상적 군자의 상징이다.

 

조속 시고<묵매도> 종이에 먹 28.5x18.5cm 개인

그림 속 소재가 처음에는 자연을 모방하거나 재현하는데서 시작해 점차 의미가 붙여지면서 상징이 되고 또 그러다가 다시 기호(嗜好)에 따라 즐기는 대상으로 바뀌는 것처럼 조선 시대에 그려진 매화 그림도 다소간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조지운 <묵매첩> 천에 먹 각 37x25cm 개인  

특별히 지루했던 봄이 가고 새봄을 알리는 <梅花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전은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을 가지고 이런 과정을 훓어보게 하는 전시이다. 초기의 매화는 그리 많이 전하지 않는데 어몽룡(魚夢龍, 1566-?)의 매화를 보면 수직으로 쭉 뻗은 매화고목에 새로 난 가냘픈 가지에서 꽃이 달려있는 모습이다.

 

김홍도 <괴석에 매화> 종이에 수묵담채 20.5x27cm 개인

 이런 수직 가지는 한 세대가 지나면 다소 누그러지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조속(趙涑, 1595-1668)의 매화 그림은 여기에 속한다. 조속의 아들 조지운(趙之耘, 1637-?)때가 되면 새로운 모색을 위해 전통과 신경향이 공존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강진 <매화도> 종이에 수묵담채 57x38.5cm 개인

정학교 <매화도> 종이에 먹 28x17.5cm 개인

후기가 되면 훨씬 부드럽고 자유자재로운데, 이쯤되면 벌써 군자의 상징이란 외투에서는 벗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강세황의 후손인 강진(姜溍, 1807-1858)에 이르면 가지는 보다 자유롭게 꺾이면서 연분홍색의 꽃도 등장한다. 조선말이 되면 사회가 이완되면서 감각은 보다 세련된 취향을 보이는데 정학교(丁學敎, 1832-1914)의 매화는 바로 그런 감각적 매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개자원화전중 매보(梅譜) 일부 각 26.5x17cm 개인  

조선후기, 이처럼 자연스런 매화 그림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매화 교과서의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 군자가 아니라도 향기 좋고 꽃이 아름다운 매화는 누구나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허련 <매화서옥도> 천에 수묵담채 21x27cm 개인  

이후 매화의 세계는 군자의 상징을 넘어 초봄과 아리따운 꽃, 은은한 향기 등등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그림 속 매화 감상의 세계로 나아간 듯하다.

 

김용준 <매화도> 종이에 수묵담채 112x27.5cm 개인

특히 이 전시는 매화 그림을 사랑하는 서울의 몇몇 개인 소장가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어 다소 성긴 데가 있기는 하지만 전후좌우로 이만큼 매화를 모아 놓은 전시도 없다는 점 그리고 전시장 앞에 매화 한그루를 옮겨 심어 놓아다는 것도 아울러 즐겨볼 만하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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