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 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 기간 : 2012.12.19~2013.02.25
싫어하는 동물에 따라 사람을 세 가지로 나눈다는 설(?)이 있다. 바퀴벌레나 거미를 특히 징그러워하는 사람들, 쥐를 싫어하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뱀을 싫어하는 사람들.
뱀은 눈이 쭉 찢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육식동물 가운데 특히나 성격이 못되먹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뱀을 싫어하고 무서워할까.
우리의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조선후기부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책에는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하였다고 쓰여있다. 십이지 동물로서 뱀은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고 있었으며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운명을 같이하는 친숙한 존재였다.
뱀은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자 남남동쪽을 수호하는 방위의 신이다. 현실세계에서 뱀은 위험하고 징그러운 동물에 불과해, 사람들은 뱀을 항상 경계하고 피하면서도 백년 묵으면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기묘하고 신비스런 존재로도 여겼다. 또한 사람들은 뱀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지어냈는데 이야기 속의 뱀은 인간을 대신하여 여러 얼굴을 가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작은 기획전시실에서 계사년을 맞이 조촐히 진행되고 있는 이 전시는 이번 한해를 학업과 예능, 문무 겸비를 위해 노력하고자 새해 다짐을 한 이들에게는 의미있는 전시가 아닐까 싶다.
작은 공간을 네 파트로 나누어 아기자기하게 구성하였다.
1부 : 십이지신-뱀
2부 : 상상 속의 뱀
3부 : 현실 속의 뱀
4부 : 상상과 현실의 접합점-뱀신앙
전설의 고향에서 뱀이 나오는 장면을 옛날 TV 틀에 최신 디스플레이 기기를 끼워넣어(!) 보여준다.
광대놀이에서 볼 수 있는 뱀 모형
십이지 뱀 가면, 공주민속극박물관
이삼만, <산광수색> 뱀모양 글씨
상상할 수 있듯 김유신 묘에 있는 뱀상 탁본 등 십이지신으로 볼 수 있는 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설화 속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등장하는 뱀을 시청각자료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예산 부족인지 3분 가량의 한 이야기를 듣는 데 삽화 이미지 단 두 장만을 보여준다.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던데 여기까지는 안오는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그다지 없어서 아쉬웠다.)
새해라서 리플렛 대신 엽서달력과 자석을 나누어준다.
용의 해인 작년에 여기저기서 용 특집 전시가 풍성했던 것에 비해 뱀 특집 전시는 날씨 만큼이나 썰렁하다. 날씨가 얼른 풀려 아기자기한 뱀띠해 특별전도 많이 감상하고, 느슨해진 한해 계획에 다시 초심을 불어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