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12년 12월 14일 ~ 2013년 2월 28일 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조선은 동아시아 전체로 보면 작은 나라에 가깝다. 그러나 그 작은 나라에서 때로는 세계사적인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왕조의 역사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꼼꼼히 기록한 『조선왕조실록』가 대표적이랄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문화로 손꼽힌다.
한양을 그린 가장 이른 지도에 속하는 <한양도(漢陽圖)> 1760년 제작, 이찬기증
18세기 제작으로 추정되는 <도성도(都城圖)> 허영환 기증
약간 장르는 다르지만 지도 역시 이런 범주에 속한다. 조선시대는 초기부터 수많은 지도가 제작됐다. 이들이 당초 제작된 것은 왕조의 통치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내려오면서 다른 목적이 더해졌다.
<한양도>1822년 제작, 허영환 기증. 실학자 위백규(魏伯珪, 1727~1798)가 그린 것을 바탕으로 1822년에 모사된 지도이다.
조선 시대는 말하자면 닫힌 나라였다. 빗장을 완전히 걸어 잠그지는 않았지만 외부 세계와의 교류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관심은 남달랐다. 벌써 1402년에 아랍과 아프리카처럼 가보지도 않았던 곳까지 포함된 세계 지도를 그렸는가 하면 이후로도 수도 없이 팔도 지도, 한양도가 제작됐다.
<조선성시도(朝鮮先城市圖)> 1830년 제작, 이찬 기증
도로는 붉은 색, 산은 청색으로 표시했다. 조선시대 지도가 근대 지도와 다른 점은 산을 그려넣은 것처럼 지형적 특색을 지도 속에 담고자 한 데 있다.
이는 모두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이랄 수 있다. 오늘날 수백만 한국인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며 또 활동하고 있는 데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온 이 같은 지리적 호기심이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수선전도(首善全圖)> 1840년대, 이찬 기증. ‘수선’은 으뜸가는 선이란 뜻. 중국 한서에 으뜸가는 선이 세워지는 것은 경사(京師)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구절이 있어 예부터 수도를 뜻했다.
수선전도에는 도성안은 대축적, 도성밖은 소축적이 각각 사용됐다. 김정호 제작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전시는 조선시대 지도를 학문적 연구를 겸해 수집했던 두 학자가 기증한 유물, 세계지도와 국내관련 지도들로 꾸며졌다. 작고한 지리학자 이찬(李燦, 1923-2003) 교수는 조선에서 제작된 최초의 세계지도지만 국내에는 전하지 않던 <혼일강리역대국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를 일본에서 발견해낸 학자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수집한 세계관련 지도 115점을 지난 2002년에 기증했다. 서울관련지도는 미술사학자 허영환교수가 수십년에 걸쳐 수집한 것으로 서울역사박물관이 개관을 준비하던 1996년에 45점이 기증됐다.
<혼일강리역대국도(混一疆理歷代國都)> 1402년 148x164cm(모사본), 이찬 기증.
동양 최초의 세계지도로 공인되고 있는 지도로 1402년 제작됐다. 이후 여러 모사본이 제작됐으나 국내에는 전하지 않는다.
이 모사본은 일본 류타니(龍谷)대학 소장본을 바탕으로 이찬 교수가 직접 모사작업을 지휘해 제작된 것이다.
<천하고금대총편람도(天下古今大摠便覽圖)> 1666년142.5x89.5cm, 이찬 기증.
중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로 김수홍(金壽弘, 1601-1681)이 제작했다.
<천하도(天下圖)> 18세기 제작. 이찬 기증.
조선시대 중기부터 천하도란 이름의 세계 지도가 많이 제작됐다. 중국고대의 세계관이 반영되 중심의 대륙과 바다 그리고 그 주위의 외해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여지전도(여지전도)> 19세기 96x62cm, 이찬 기증
중국을 통해 전해진 서구식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새로 제작한 지도이다. 19세기가 들면 중국식 세계관을 넘어서려는 인식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