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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를 바라보는 이의 뒷모습-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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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미술의 생기展 장소: 대구예술발전소 기간: 2012.11.30-2013.2.24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한국미술에 담긴 다양한 미적 가치와 사상, 기법, 표현방식 등을 전제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김지원, 낭만풍경, 천에 유채, 228x118cm, 2008 

사람들이 발붙이고 사는 대지가 끝나는 곳에 바다는 자리한다. 육지가 끝난 가파른 지점에 바다는 처연하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생의 끝자락을 보여준다. 종료지이자 마지막 자리이고 죽음이자 끝이다. 도저히 어떻게 해버릴 수 없는 거대하고 막막한 벽, 끝을 바다는 안겨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현실적 삶의 공간이 끝난 자리에 서서 저 바다 너머 또 다른 생의 공간을 상상해 본다. 그래서 수평선은 항상 피안이다.

수평선 너머는 낙원이나 동경의 땅이자 미지의 공간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현혹했다. 그래서 바다에는 사이렌이 산다. 사이렌의 노래가 가득해서 그 소리에 마냥 유혹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바다는 무성한 소리로 산 자들을 유혹한다. 지금 이곳의 삶이 아닌 또 다른 삶이 있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부지런히 외치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삶에 너무 힘들어 하거나 피곤에 지친 이들은 바다로 달려간다.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림 속 남자는 바위에 걸터앉아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원은 자신이 상상해 그린이 풍경에 <낭만 풍경>이란 제목을 달았다. 요동치고 뒤척이는 바다의 한순간이 생생하게 감촉된다. 이것은 특정한 대상을 그린 그림이라기보다는 바다 풍경을 접한 작가의 감각과 감수성이 질료화 되거나 몸짓과 마음들이 속도감 있게 얹혀진 결과이다. 이것이 회화다.

회화는 있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묘사하거나 혹은 그것을 단순화 시킨 추상의 영역에 가둬지지 않고 그로부터 벗어나 한 개인의 감각으로 치밀하게 펼쳐진다. 우리 지각 기억에 저장돼 있는 어떤 경험들을 감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상기시키는 시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김지원 회화의 힘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마치 조선시대에 인물산수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림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펼쳐진 물가나 깊은 산속을 응시하는 시선을 접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실적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귀의하면서 그 속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버린 단호한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김지원의 이 그림 속 인물도 역시 등을 보인 채 저 앞의 바다만을 응시한다. 자연으로 귀의하고 자연에 시선을 투항하고, 몸을 투기하면서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형편없는 현실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는 일탈적 제스처가 더없이 낭만적 품격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낭만 풍경>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매번, 스스로 만들어야만 하는 풍경이다.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

 

편집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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