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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정환선展 장소: 나무화랑 기간: 2012.10.3~10.9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한국미술에 담긴 다양한 미적 가치와 사상, 기법, 표현방식 등을 전제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책거리가 있는 서재

한국의 현대미술은 낯선 타자와의 만남을 전제로 이루어졌다. 낯설음은 호기심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반한다. 동양인이 갖는 서구에 대한 심리도 그렇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서구인들이 동양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매혹과 두려움의 공존을 핵심으로 한다. 20세기에 강력하게 추진된 한국의 근대화는 타자인 서구문화가 일방적으로 전통문화를 대체해 온 과정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근자에 들어 모더니티가 설정한 이분법이 폐기처분되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는 것 같다. 더 이상 강력한 하나의 중심은 설정되지 않는다. 유일한 기준, 규범, 틀과 획일성은 도전받는다. 그 자리에 차이의 의미와 그에 대한 존중이 싹튼다. 알다시피 생명체나 문화는 차이를 통해 생존한다.

삶이란 그 차이를 보존하려는 활동의 구현이기에 그러한 활동이 멎으면 죽는다. 차이가 없다는 것은 획일성이고 이는 결국 죽음이다. 예술은 무수한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획일성에 대들고 개별성과 고유함을 증거 한다. 미술은 단일성과 통일성을 목표로 하지 않고 개별성과 무수한 차이를 확인하는 장이다. 미술이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소소하고 구체적인 활동들의 집합인 것이다. 그러니 문화와 예술의 교류와 만남은 어느 하나로 동화되거나 일방적인 수용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확인하고 그 차이를 통해 문화/미술이 차이의 집합임을 깨닫는 일이다.

정환선은 바로 그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에 주목하고 그 차이가 서로간의 필연성을 바탕으로 배태되었음을 인지한 후에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 문화의 상황에 주목한다. 그런 인식을 그림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 재료를 한 화면에 동시에 구사하고 전통 민화와 현대적 기물이 공존하는이상한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동양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닌 그런 그림이 되었다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물건은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민화(책가도)는 동양화 물감으로 공들여 그렸다. 결과적으로 두 화법의 이질적인 성질이 부딪쳐 어딘지 불안정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자아내고 있다. 그 차이는 우선 표면의 질감으로부터 벌어진다. 껍질의 차이는 위장무늬처럼 교묘하게 뒤섞였다. 이는 동서양 문화가 혼재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사실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란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것이 그 길이 될 것인가는 무척 곤혹스러운 문제다. 정환선은 무엇보다도 타자들 간의 소통과 만남, 대화를 얘기한다. 자의 고유한 모습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인정하고 발현시키는 것이 작금의 다문화시대에 요청된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그 같은 인식이 지금의 작업으로 출현한다. 따라서 이 책가도는 여러 겹의 장치, 텍스트를 깔고 있는 의미 있는 도상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무난해 보이는 전통의 차용 내지 책가도를 흥미롭게 변용시킨 사례로 보이지만 기실 그 안을 살피면 꽤나 날카로운 메시지가 가시처럼 박혀있다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 

편집 SmartK
업데이트 2024.11.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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