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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겹의 미학展 장소: 공아트스페이스 기간: 2012.8.16~8.28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한국미술에 담긴 다양한 미적 가치와 사상, 기법, 표현방식 등을 전제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강석문, 봄소년, 28x36cm, 벽화기법, 2011

겹의 미학은 동양화 채색화 작업들을 모은 전시다, 이들은 장지에 모필과 채색을 통해 회화를 만든다. 이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재료에 충실하고 그로부터 빚어 나온 모필의 선 맛과 마냥 깊이 있는 색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려내는 것은, 감각으로 떠내는 것은 더 이상 전통적인 동양화의 소재에 저당 잡혀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현실에서 취한 것들이다. 아울러 관습적인 동양화 작업의 상투적인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및 동시대의 소비자본주의가 강제하는 상품미학에 따른 키치적 미감이나 장식성과는 거리를 두려는 것 같다. 채색주의자들은 색들이 이루는 가변적인 관계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화가를 말한다.


장현주, 아무도 없이 흔들린다, 126×186cm, 장지에 분채, 먹, 목탄, 2012

색들이 관계 속으로 들어가고 색들이 색상 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색들 사이의 이질성과 긴장감이 매번 변하는 팽창과 수축의 두 리듬을 낳으며 이 가변적인 관계에 그림의 모든 것이 의존하게 되는 것, 그것을 채색주의자들의 그림, 채색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존 동양화의 채색 작업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처럼 채색화라는 것이 색을 많이 쓰거나 화려한 색상을 가득 품고 있는 식으로 제한되게 이해해서 꽃이나 단청, 화려한 복식 혹은 전통적인 기물의 표면을 장식한 채색을 공들여 그리는 차원 내지는 화려한 색상을 화면 가득 칠해놓은 물리적 상태를 채색화라고 일컫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채색화가 아니고 다만 채색을 사용한 그림에 머문다. 우리가 진정으로 채색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세계를 색으로 이해하고 반응하며 이미 익숙한 코드에 따라 선으로 제한하는 그림에 저항하고 색들이 자아내는 감각의 층과 관계를 고려해서 화면을 만드는 일이다. 그로인해 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보는 이의 눈에 촉각적으로 다가온다.



이길우, 서로다른개념의 두가지치유-알약과 풍경2, 240×360cm, 순지에향불, 장지에 배접, 코팅

들뢰즈에 따르면 눈은 두 개의 기능을 갖는다. 즉 눈으로 보는 것을 뜻하는 시각적 기능과 눈으로 만지는 것을 뜻하는 촉각적 기능이 그것이다. 채색주의는 눈으로 만지는 기능을 부추킨다. 채색은 단지 윤곽선으로 이루어진 내부를 채우거나 장식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순수 상태의 회화적 사실을 구현해낸다. 내어야 한다. 망막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에 관여하고 아득한 시간의 깊이를 체득하고 경험하게 해주며 모든 언어와 문자가 망실된 자라에 색으로 이루어진 감각의 세계를 펼쳐놓으면서 그렇게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와 존재를 감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림이다.



김선두, 느린풍경-걸어가다, 132×165cm, 장지 위에 먹, 분채, 2012

이 겹의 미학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장지와 채색물감, 그리고 모필이 그렇게 얽히고 횡단하고 깊이를 파고 감각의 줄을 새기면서 이룬 그림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0.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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