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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을 가린 얼굴-양유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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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양유연展 장소: 갤러리소소 기간: 2012.7.20~8.19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한국미술에 담긴 다양한 미적 가치와 사상, 기법, 표현방식 등을 전제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양유연, 얼굴3, 장지에 채색, 2012

양유연은 채색화기법으로 얼굴을 그리는 젊은 작가다동양화 기법으로 초상을 그리는 대표적인 작가로는 김호석, 김현철이 있는데 이들은 전통적인 전신사조에 입각해 정치한 묘사를 기본으로 해서 인물의 기상이나 내면까지도 핍진하게 드러내고자 하는데 일가를 이룬 작가들이다.

반면 채색화기법으로 인물을 그렸던 이로는 천경자가 대표적이고 이후 서정태가 있다. 다소 양식화되었지만 이 두 채색화를 넘어서는 독특한 인물그림을 접하기는 어렵다. 최근 수묵으로(그녀는 수묵을 목탄처럼 다루고 오로지 그 검은 색 하나로 풍부한 계조를 만들어낸다)다소 괴이한 소녀의 초상을 그려내는 김정욱이 있는데 그와 함께 양유연은 눅눅한 채색으로 상당히 심리적이고 내면화된 얼굴 하나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두 작가가 최근 나로서는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는, 얼굴을 그리고 있는 작가들이다.

양유연이 그린 얼굴은 자전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을 법한 데 결국 작가 내면의 초상인 듯 하다. 화면 가득 얼굴이 들어차있고 그 얼굴이 일부를 가리고 있거나 눈을 강조하고 있는 그림이다. 얼굴 중에서도 눈을 강조하고 있고 오로지 그 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로인해 전통초상화가 보여주는 전신사조를 연상시켜준다. 온전히 얼굴 하나를 보여주기 보다는 일부를 보여주거나 부분적으로 은폐하는 일은 기존 초상화와 무척 다르다. 눈을 가리는 행위는 안 보겠다고 하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눈은 욕망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모든 욕망을 잠재우려고 할 때 눈을 손으로 가린다. 눈을 지운다. 양유연은 한 소녀의 얼굴과 그 얼굴을 가린 손을 화면 가득히 채웠다. 우리는 얼굴을 대신한 손을 바라보고 있다. 손 역시 몸의 한 기관이다. 손이 없다면 얼굴을 감출수도 지울 수도 없을 것이다. 손이 있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여러 상황 속에서 자기의 얼굴을 감춘다. 대개 범죄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모자를 쓰거나 수건이나 점퍼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한다.

알몸이 부끄러운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들은 성기가 아니라 얼굴을 감싼다. 수치는 결국 얼굴에 매달려 있다. 누군가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구도 아무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그 공간을 열망할 수도 있다. 사실 나의 얼굴은 내 것이지만 결국 타자의 것이다. 타자들의 시선이 내 얼굴을 지배한다. 내 얼굴은 타자의 시선, 그 시선의 욕망에 바쳐졌다. 얼굴은 우리 몸의 맨 위에 붙어서 타자의 눈에 자기 몸의 내. 외부, 의식과 무의식의 일단을 거침없이 발설하는 장소이자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장소, 따라서 양가적인 장소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타인의 시선이 얼굴에 가당히 못하도록 은폐하고 억압하는 일은 거의 본능적이다. 양유연의 이 인물화는 기존 초상화에서 좀 더 나아가 얼굴을 질문하고 시선의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그런 매력적인 얼굴그림이 되었다.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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