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이준규 개인전 장소: 갤러리룩스 기간: 2012.6.20~7.3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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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window 201202, 30x40cm, mezzotint, 2012
무척이나 적막한 풍경이다. 집과 나무, 그리고 빈 하늘이 적조하게 놓여있다. 최소한의 표현으로 주택가 풍경을 옮겨놓은 판화다. 상대적으로 많이 드러나는 여백과 단색톤으로 조율된 형상이 수묵화에서 보는 미감을 안긴다. 단색조의 색채는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풍겨주면서 은은하고 침착하게 가라 앉아있다.
이준규, window 201206, 20x30cm, mezzotint, 2012
이 그림은 동판화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바늘이 모여 이룬 이미지다. 블랙과 화이트의 면 분할로 이루어진 이 적조한 주택가 풍경은 하단에 납작 엎드린 집/지붕과 그 위로 가득한 하늘로 양분되어 있다. 반듯하고 소박한 선으로 구획된 집과 벽, 지붕과 창문틀, 그리고는 나무가 무척이나 단촐하게 놓여있다. 이 허정하고 무심하며 더없이 고요한 풍경이 애틋한 감정을 일으킨다. 어딘지 쓸쓸하고 호젓하다고나 할까. 흡사 선적인 정갈함도 배어 나오는 그런 장면이다. 나는 이준규의 동판으로 이루어진 이 적막하고 단촐한 풍경에서 그의 마음의 한 자락을 들여다본다.
이준규, window201207 ,20x30cm ,mezotint, 2012
평범해 보이는 주택가 풍경이 실은 이 작가의 내면풍경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선방을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세속의 이 흔한 풍경 안에서도 그는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잡아내고 있다. 선 적인 정갈함을 문질러내고 있는 것이다. 풍경/풍경화란 작가 자신의 내면의 프레임을 외부세계에 덧씌워 구현한 것을 일컫는다. 그러니 이 비근한 주택가 풍경이 기실 마음의 풍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동판을 스크랩퍼로 깎고 로커(침)를 이용해 무수한 점을 찍는 것이다. 이 집요하고 무모한 노동은 동판이란 화면, 물질을 자신이 원하는 표면/물성으로 다듬어놓는 지난한 일이자 동시에 깊이 있는 흑백의 톤이 가능한 공간, 피부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준규, window201208 ,20x30cm, mezzotint, 2012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