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김호석 展-'웃다' 장소: 공아트스페이스 기간: 2012.5.23.~6.5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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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초상>, 94x64cm, 2009
작가는 우선 조선시대 초상화기법에 정통하고 이를 온전히 구현해서 표현해 내고 있는 기량과 솜씨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역사와 현실인식에서 일관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다분히 지사적 화가상을 지닌 이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 전통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명의식이 높고 날카로운 비판정신으로 시대와 현실을 주시하고자 하며 이 모두를 그림으로 온전히 되살려내고자 하는 이로 기억하고 있다.
<빛1>,130 x76 cm, 2010
<법(法)>, 193x95cm, 2012
그는 언제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는 전통적인 한국 회화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깊이 느낀다. 하지만 또한 나는 그 전통을 사람들의 삶에 근거한 것으로 만들 책임도 갖고 있다." 이 대목에서 그의 강한 작가적 자존심과 거의 종교적인 수준의 소명의식을 느낀다. 따라서 그의 그림세계는 명확한 목표와 그것을 본인만이 해낼 수 있다는, 해야 한다는 자부심 및 그 전통이 단지 지난 시대의 것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부단히 해석되어야 한다는 믿음, 그러니까 그의 확고한 전통관을 보여준다.
<성철스님>, 87.5 x59cm, 2007
<성철스님>,214x94cm, 2010
<법정스님2>, 139x73cm, 2012
<법정스님 진영>,139 x 100cm, 2012
이번 '웃다' 전시에도 역시 그만의 솜씨를 만날 수 있는 초상화(성철스님과 법정스님)와 일상의 한 순간이 포착된 그림, 그리고 몇 가지 생명체가 등장하는 그림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유형은 근자에 반복되는 그의 소재다.
<지관스님>, 143x94cm, 2010
여러 작품 중에서 나는 <지관스님>이란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스님이 뒷모습이 문득 포착되었다. 노르스름한 한지의 바탕 면 위로 검은 먹이 여러 색조를 자아나면서 스며들었고 단호하게 그어졌다. 간결하고 절제된 형태와 선, 한 그림 안에서 전개되는 변화무쌍한 수묵의 계조와 선의 굵기와 농담의 변화 등이 이 작가의 기량을 충분히 감촉시킨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은 삭발한 뒷머리를 채운 먹 색감, 옷을 그리는 필선과 그 안쪽의 주름을 표시하는 먹이 번짐만으로 대신한다. 대신 한지의 바탕 면, 그 여백이 스님의 시선과 마음, 상념을 대신해서 보여주고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나는 스님의 승복을 그려내고 있는 선의 조합과 그 사이로 얼핏얼핏 드러나는 먹의 농담이 흥미로웠다. 무척 격조 있고 세련된 수묵화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떤 선(禪) 적인 순간성이 느껴지는 듯 하다. 그야말로 이 그림에서 만큼은 조선시대 수묵화의 한 수준을 대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