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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대의 삶을 전하는 채색화- 고찬규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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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고찬규 展 장소: 자인제노갤러리 기간: 2012.5.1~5.10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한국미술에 담긴 다양한 미적 가치와 사상, 기법, 표현방식 등을 전제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고찬규, <하루> 35x27cm, 한지에 과슈, 2012

광막한 공간에 홀로 내던져진 듯 인간이 단독으로 위치해있는데 그/그녀는 감정이 응축된 얼굴 표정, 심리를 언어화 한 손짓과 몸짓만으로 무언극을 펼쳐 보이는 듯하다. 그 장면은 심리적인 연출의 극화다. 고찬규는 자신만의 고정 배역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켜 어떤 감정과 상황을 함축해서 전달한다.


<섬>, 27x70cm, 한지에 과슈, 2012


<봄날은가고...>, 91x73cm, 한지에 과슈, 2012

기존 동양화의 채색화가 꽃이나 여자의 몸, 일상적 사물을 공들여 재현하는 쪽으로 관습적으로 풀린다면 고찬규의 얼굴은 특정인의 묘사나 아름다운 여자얼굴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쪽이 아니다. 그는 자신과 동시대를살아 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심리, 아픔, 쓸쓸함과 고독 같은 감정을 얼굴 표정과 몸짓을 통해 발화한다. 그것은 마임의 한 ‘씬’이자 말을 잃고 오로지 몸과 표정으로 드러나는 몸짓 언어의 형상화다. 감정을 드러내는 이 몸짓, 제스처는 관자의 시선에 말을 넘어서는 울림과 파장을 ‘표현적’으로 전달한다. 이 점이 고찬규가 전통적인 채색화 기법으로 그려내는 그림이 지닌 의의다. 주어진 매체에 들러붙는 관습적인 소재에서 탈피해 당대의 삶과 인간의 실존적인 내용을 담는 그런 채색화말이다.


<바람인형>, 65.1x53, 한지에 과슈, 2012


 <바람인형2>, 65.1x53cm, 한지에 과슈, 2012

고찬규가 그리는 누군가의 얼굴과 몸짓은 작가 자신의 감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는 누군가의 몸과 얼굴에서 감정을 공들여 읽는다. 그리고 이를 섬세하게 조형으로 기록한다. 전통적인 채색화를 통해 동시대의 인물의 심리를 포착한다. 그가 그리는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시대의 소시민들이자 그들의 얼굴이고 몸짓이다. 얼굴은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표면(surface)”(프란시스 자크)이다. 얼굴은 그 존재를  특징짓기 때문이다.


<뜨거운 안녕>, 35x27cm, 한지에 과슈, 2012

얼굴은 우리 몸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며 가장 표현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내재한 것을 밖으로 풀어내면서 우리 몸에서 소통의 역할을 가장 잘 해내는 부분이다. 또한 얼굴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정체성이나 성격을 측정하는 도구가 된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얼굴의 표현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결국 얼굴은 일종의 열려진 창이다. 그런가하면 얼굴은 사회적인 텍스트이자 비명(碑銘)이다. 얼굴은 다른 사람들이 읽도록 드러내는, 개방된 텍스트다. 그런가하면 그 얼굴은 거울이기도 하다.


 97x130.3cm, 한지에 과슈, 2012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통해 결국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얼굴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단호한 평면, 배경이다. 단일한 색채로 깊이 있게 설채된 화면은 채색화만의 맛을 진하게 우려낸다. 단호한 색채로 멈춰진 배경을 뒤로 하고 한 인간이 어떤 몸짓, 얼굴을 하고 있다. 광막하고 고독하고 황량한 느낌이 드는 공간에 쓸쓸하고 안스러운 누군가가 삶에 지친 표정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0.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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