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모혜준 展 현대인의 초상 장소: 화봉갤러리 기간: 2012.4.18~4.24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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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혜준은 한지에 모필, 분채 등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 전통적인 동양화 재료들을 통해 그녀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조금은 당혹스럽다. 가슴을 다 드러낸 옷차림이나 초미니, 킬힐을 신고 등장하는 연예인 여성들의 모습을 단순화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 이미지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것들이다.
<레깅스도 바지다>, 한지위에 과슈와 아크릴, 53X45.5cm, 2011
<시스루룩>, 한지위에 과슈와 아크릴, 53X45.5cm, 2011
외면할 수 없는 이미지와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관음증적인 사진들이 지뢰처럼 퍼져있다. 마우스만 갖다 대면 확대되어 다가오는 이미지는 한결같이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는데 대부분 그들의 육감적인 몸매와 관능적인 자태들을 들이민다. 연예인의 육체와 그들의 일상에 과도하게 들러붙은 이 관심의 영역은 마치 그들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관찰해야만 할 것 같은 기이한 욕망을 추동한다.
<베이글녀>, 한지위에 과슈와 아크릴, 53X45.5cm, 2011
<보일듯 말듯 아찔한 각선미>, 한지위에 과슈와 아크릴, 72.8X60.7cm, 2012
결국 이 볼거리에의 집착은 그들의 육체가 동경이나 선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그 육체를 둘러싼 하찮은 담론을 조장한다. 그래서 모든 이들은 그들의 육체를 모방하고 그 몸짓을 내재화한다. 그렇게 해서 몸을 둘러싼 미의식과 시선의 착종이 이루어진다. 인공적 미로 연출된 연예인들의 현기증 나는 몸의 노출과 아슬아슬한 패션은 더욱 ‘에스컬레이터’된다. 그만큼 오늘날 현실은 겉모습, 외모가 절대적인 ‘진실’이 되었다. 유사 이래 한국 사회가 온통 몸짱과 섹시하고 관능적인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이토록 과도하게 열광하던 때는 없었던 듯 하다.
<실시간 검색순위>, 한지위에 분채, 129X110cm, 2012
그래서인지 작가는 그녀들의 몸을 그리고 있다. 단순하게 형태를 집약하고 배경을 지운 체 오로지 인물의 선에 주목했다. 겨우 걸친 옷과 그래서 드러나는 살들과 가슴과 긴 다리에 초점이 맺힌 연예인들의 사진은 볼거리이자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고 그런 몸의 연출로 모든 이들을 내몬다. 그렇게 매스컴에서 만들어지고 보여지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미적 아이콘이 되어 떠돈다. 대중매체를 통해 강제된 육체가 획일적으로 유포되고 그런 패션과 화장술이 지배적인 것이 되면서 많은 이들이 동일한 모습으로 동일하게 행동한다.
<소두종결자>, 한지위에 과슈와 아크릴, 61X73cm, 2011
<대화는 카톡으로>, 한지위에 분채, 91X116.5cm, 2012
작가의 그림은 단지 예쁜 여자들의 겉모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행동 양태를 관찰하고 있는 보고서이자 ‘다큐먼트’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양가적 감정의 산물일텐데 자신 역시 그러한 흐름에 무관하지 않고 무한한 관심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획일적인 문화에 거리를 두고 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오로지 외모만이 그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한국 현실에 대한 일종의 풍자이기도 하다. 이른바 ‘하의실종패션’, ‘숨막히는 뒷태’, ‘베이글녀’, ‘무보정 직찍’, ‘미친 몸매’ 등등의 용어를 떠올려준다. 이런 문구들이 오늘날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담론이 되었다. 그 용어에는 현재 우리가 갈망하는 미의 기준이 들어있고 현대인들 모두가 욕망하는 모습을 지시한다.
<무보정몸매>, 한지위에 과슈와 아크릴, 53X45.5cm, 2011
<걸그룸 뺨치는 완벽 각선미>, 한지위에 분채, 91X116.5cm, 2012
작가의 그림 속 여성들은 한결같이 외모와의 무한한 경쟁을 벌인다. 새삼 모혜준의 그림은 우리 시대의 적나라한 풍속화이자 세태풍자적인 요소를 흥미롭게 두르고 있는 그림이 되었다. 이것이 어쩌면 지극히 한국적인 그림이 아닐까? 이른바 우리시대의 진경화는 아닐까?
글: 박영택 교수(경기대학교,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