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정종미展-보자기 부인 장소: 갤러리 인 기간: 2012.2.15~3.10
전통을 잇다: 현대 한국미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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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미의 관심과 기호는 한국 전통미술의 방법론적 복원과 조형적 응용에 놓여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벽화와 불화, 초상화에서 이미지를 발췌하고 벽화기법과 수제한지작업, 천연염색과 정통채색화기법, 민화적 도상과 여성들의 수공예문화 등을 두루 뒤섞어 회화, 부조, 설치영역으로 확대해서 선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작가의 작업 속에 무한히 용해되어 있다.
미인도, The Beauty, 한지, 천, 안료, 염료, Korean Paper, Clothes, Pigment, Dye, 80 x 65cm, 2010
고구려 벽화와 고려불화, 조선조 여인네들의 장신구와 의복의 채색과 문양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은 화면에 산뜻하게 응어리져 있는데, 사실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하고 지탱하는 것은 아득한 시간을 덮어 쓴 골동의 미감이다. 고졸한 동양 미술 전반에 대한 그의 복고적인 기호의 뉘앙스는 섬세하고 무척 감각적이다. 그가 다루는 색채와 재료, 질감 등은 그 감각의 힘 아래 취합되고 배열되어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전통 미술을 지탱하는 실체들에 대한 질료적 체험이 돋보인다.
(좌)보자기 부인 Woman in Bojagi, 한지, 천, 안료, 염료 Korean Paper, Clothes, Pigment, Dye, 90x60cm, 2010
(우)보자기 부인 Woman in Bojagi, 한지, 천, 안료, 염료 Korean Paper, Clothes, Pigment, Dye, 90x71.5cm, 2010
종이부인, 96x196 cm, 한지, 천, 안료, 염료 Korean Paper, Clothes, Pigment, Dye, 2008
사실 정종미의 작업은 한국 전통미술의 재료체험, 방법론에 우선해서 풀려나온다. 작가는 이전의 방식을 환생시켜 이를 재연한다. 손수 재료를 다루고 매만져 우리 고유의 미감이 그 재료에서 어떻게 전이되어 오는가를 모색한다. 벽화와 한지, 천연염색과 바느질, 여성들의 그 극진한 규방문화의 산물들을 불러 모아 자신만의 여성상을 그려낸다.
오색 보살(황), Paper Budda in Yellow, 96x196 cm, 한지, 안료, 염료 Korean Paper, Pigment, Dye, 2011
오색 보살(흑), Paper Budda in Black, 96x196 cm, 한지, 안료, 염료 Korean Paper, Pigment, Dye, 2011
미인도 The Beauty, 한지, 천, 안료, 염료 Korean Paper, Clothes, Pigment, Dye, 164x260cm, 2010-2
사미인곡 Song of Missing the Beauty,한지, 천, 안료, 염료 Korean Paper, Clothes, Pigment, Dye, 162x130cm
불화에서 만나는 여러 보살상,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그리고 작가가 만든 반듯하고 정숙한 여성상이 번갈아 여러 재료들과 무르익은 색채와 종이와 천의 질감 위에서 서식한다. 한국의 여성상을 구현하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새로운 미인도의 제시이기도 하다.
사실 이 그림은 오리고 붙이고 콜라주해서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근작은 종이꽃과 염색된 종이가 화면 밖으로 빠져나와 전시장 바닥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형국이라 설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감한 연출과 재료확장, 일관된 여성성의 미감 등을 유지하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설치적 연출은 다소 과잉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