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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흑룡의 세계-<2012 아시아 흑룡 판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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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2012 아시아 흑룡 판화전 장 소 : 원주 고판화박물관

치악산 명주사 내에 있는 고판화박물관은 작은 규모에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외양과는 달리 한국,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티벳, 몽골, 인도, 네팔 등 판화가 발전되었던 동양 여러 나라를 포괄하는 옛 판화자료를 소장하여 전시하고 있는 색다른 곳이다.


원주 치악산 명주사와 고판화 박물관 정경

판화는 미술작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쇄문화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목판 또는 판화에 남아 있는 그림, 문양, 글들은 과거에 대한 영양가 풍부한 사료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도상이나 문양에 있어서 아시아에 공통되는 주제와 그 차이점들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필자가 고판화박물관을 찾은 것은 7월. 2012년의 하반기에 들어서였지만 박물관 전시실에서는 임진년 용의해를 맞아 5월 말일까지 전시했던 『2012 아시아 흑룡 판화전』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고판화박물관에서 임진년 특별전 “아시아 흑룡판화의 세계”는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 100점을 선별하여 보여주었다.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연화(年畵, 세화) 목판으로 추정되는 어룡변화도 목판이다. 중국에서는 춘절(설날)이 되면 대문이나 집안에 붙여 가내 평안과 소원성취를 빌면서 판화로 제작된 연화를 붙이는 풍습이 있었으며, 가장 많이 유행할 때는 7억장의 연화가 판매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어룡변화도> 목판, 청 말, 나무, 210×76×3㎝

어룡변화(魚龍變化) 도상은 하늘에 운룡이 있고 수중에 한 마리 잉어가 있는 모습이거나 또는 용머리에 잉어의 몸통, 또는 잉어 한 마리가 용문 위로 뛰어 오르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잉어가 용으로 변한다는 것이므로 자손들이 부귀를 위해 출세하기를 기원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룡변화도> 판화, 한지에 먹, 210×70㎝

고대 설화에 따르면, 잉어가 용문(龍門)에서 승천하는데 용문을 도약하여 올라가면 용으로 변화하지만, 용문을 뛰어넘지 못하면 이마에 점이 생겨나 되돌아간다고 하였으며, 황하의 잉어 가운데 이마에 홍색의 점이 있는 잉어가 많았는데, 모두 용문을 뛰어넘지 못한 잉어였다고 한다.

이 어룡변화도는 물결 위로 양쪽에 물고기가 한 마리씩 자리하고, 그 물고기를 붙잡고 타는(들고 있는) 동자와 동녀가 있는 구성이다. 좌측의 물고기 아래에는 연꽃이, 우측 물고기 아래에는 용의 몸통이 만화적으로 그려져 있다. 좌측 연꽃은 ‘연꽃 연(蓮)’의 발음이 ‘이어질 연(連)’과 같아서 자손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길 바라는 길상의 의미이고, 우측은 잉어가 용으로 변화하는 출세의 의미이므로 연화로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우측 상단에는 우측 도상인 ‘어룡변화’가 쓰여져 있고, 좌측 상단에는 금어만당, 부귀라는 글귀가 써 있다. 금어(金魚)로 표현되는 금붕어는 금여(金餘), 즉 재산이 넉넉하다는 의미로 사랑을 받았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이 목판은 현존하는 중국 연화 목판으로는 가장 큰 목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청나라 말기에 제작, 천진 양류청의 연화 양식을 닮아 있으며, 나무는 긴 널빤지 2쪽을 상하로 결합한 구조로, 이어지는 부분은 옛날 방식으로 머리가 없는 못을 두 나무 사이에 넣고 이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황제가 타던 배인 용선이 표현되기도 하고, 단오날 용선을 타고 경주하는 모습의 연화도 등장하고 있다. 이 번 전시회에는 명, 청시기로 추정되는 용주도 목판 3점과 수양제가 타고 온 용선도도 볼 수 있다.



<용주도(용선도)> 목판,  명(明)나라, 나무, 217×35×3㎝


<용주도> 판화, 2007, 한지에 먹, 217×35㎝

티벳에는 사람들의 소망을 실어 하늘의 신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기도 깃발 ‘타르초’라는 것이 있다. 이 깃발에 용무늬를 넣기 위해 사용되었던 용 목판들을 다수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조운룡문(五爪雲龍文, 발톱이 다섯 개)과 사조운룡문은 완성도가 있어 눈에 띈다.



<타르초 운룡문(5조)> 목판, 티벳, 19세기 말 나무 90×45×3㎝ 


<타르초 운룡문> 판화, 2007년, 한지에 먹




<사조운룡문>, 목판과 판화

두 문양 다 용이 구름 속에서 여의주를 물려고 하는 전형적인 운룡문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 먹을 사용하여 한지에 찍어내니 흑룡의 해라는 올해 검은 용의 강렬한 느낌이 꿈을 실고 하늘로 승천하려는 모습으로 세화로 적합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발톱이 5개인 오조룡(五爪龍)은 황제를, 발톱이 4개인 사조룡(四爪龍)은 황태자 및 제후를 상징한다고 한다.

일본의 판화는 채색판화인 우키요에가 유명했던 만큼 서적 속의 삽화에서도 많이 발견되었던 듯하다.
 
 
일본의 채색판화들

일본 불화에서는 용이 변재천(Sarasvati, 辯才天)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16나한상에도 용과 함께 등장하는 나한상이 표현되고 있다.




그밖에 한국의 용문양 판화들

이 외에도 상설전에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만 할 정도로 작은 글씨를 섬세하게 새긴 판화나, 일제시대에 훼손된 우리의 판화 문화재 등도 볼 수 있고, 서간의 배경그림이나 책표지를 찍은 능화판 등을 체험할 수도 있다.

가족, 친구들과 캠핑을 계획중이라면, 원주 구룡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고 독특한 모양새의 명주사 절도 보고, 고판화 전시도 보고, 찐빵도 사서(황둔리 위치) 계곡에 발담그고 조금 더 특별한 휴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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