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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역만리에서 고향을 찾아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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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 기 간 : 2012. 6. 5 ~ 2012. 8. 5

미국의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미술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가 진행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시실을 찾았다. 이 유물과 작품들이 만들어질 때에는 이들이 그토록 먼 곳으로 팔려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며 다시 또 이렇게 모일 수 있을 거라고는 더욱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작품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보게 했다.
미국 아홉 개 주요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미술품 80여 점을 볼 수 있는 크지 않은 규모.

전시실에 들어서면 “한국미술을 소장하다”라는 소주제로 미국 박물관들이 한국미술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어 왔는지 그 역사를 조명한다.  조선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국내에 들어오게 된 아시아 미술에 관심이 있던 미국인들이 청자의 아름다움을 눈여겨 본 것이 그 시작이다.


<청자상감 화조문 매병>, 고려 13세기 전반, 높이 28.2cm 입지름 5.2cm 바닥지름 10.4cm,  
보스턴미술관 소장, 모스 컬렉션, 1892년 기금으로 구입


에드워드 모스(Edward Sylvester Morse,1838-1925)

보스턴미술관 소장의 <청자 상감 화조문 매병>은 유명 도자 수집가인 에드워드 모스(1838-1925)의 소장품을 미술관이 구입한 것이다.

당시 조선 왕실에서는 외교사절이나 왕실담당 업무를 했던 외국인들에게 하사품을 내리기도 했는데 연대 설립자인 선교사 언더우드 집안에서 소장했다가 브루클린박물관에 기증한 <청자 양각 연판문 주자>는 이런 사례로 추정된다고 한다.


<청자 양각 연판문 주자>, 고려 12세기 중반, 높이 25.1cm 바닥지름 14.0cm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1956년 다윈 제임스 3세 기증


<청자 음각 앵무문 정병>, 고려 12세기, 높이 36.2cm 지름 14.0cm,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1921년 존 세브란스 기증

세브란스 병원을 후원한 루이스 세브란스(1838-1913)의 아들인 존 세브란스(1863-1936)가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기증한 <청자 음각 앵무문 정병>도 마찬가지의 예.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아미타불과 지장보살도>는 중국미술품으로 알려졌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한국불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한국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아미타불, 지장보살도>, 고려 후기, 비단에 색, 94.6x55.6cm,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1913년 로저스 기금으로 구입

사실 미국 내에서 한국미술이 알려지게 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두 번의 대규모 전시이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 1957~58년에 열렸던 <한국미술명품전>, 그리고 1979~1981에 열린 <한국미술오천년>전이 바로 그것.


<한국미술명품전>(1958) 포스터


<한국미술오천년>展(1979) 포스터

특히 <한국미술오천년>전이 미국에서 대규모로 열리게 된 데 대한 국내의 관심이 뜨거웠던 기억이 있어 신문 기사를 찾아보았다. 여러 기사들 중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띄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27일오전 중앙청에서...박동진 외무부장관과 최각규 상공장관으로부터 오는 5월1일 미국에서 개막되는 한국미술5천년전을 계기로 한 대미수출증대방안...등에 관해 보고를 들었다. 박 외무장관은 샌프란시스코, 뉴요크,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의 7개 도시를 순회하며 5월부터 81년 6월14일까지 2년1개월동안 열리는 한국미술오천년전은 한미양국의 우호와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선양시키는 기회라고 평가하고 이번 기회를 1.한국붐을 진작, 1억달러이상의 대미수출확대와 2.일반수출상품에 문화재문양을 새겨 상품의 고가화(高價化)와 새로운 수요창출을 기하고, 각종 문화재의 모제품, 응용상품을 제작해서 수출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수공예품 가구류 잡화 등을 중심한 중공(中共), 홍콩 등의 대미(對美) 인기품목 수요를 한국으로 전환,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1979년 4월27일자 동아일보 2면)"

아무리 수출제일주의였던 때라고는 해도 좀 너무하다 싶다. 아시아의 미술이라고 하면 중국과 일본 외에는 관심 없던 서양사람들에게 작은 반향을 일으켰던 이 전시의 중요성을 당시의 우리들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듯.

안쪽 전시관 대부분은 "한국미술을 전시하다"라는 소주제로 미국 주요 미술관별로 한국실의 대표적 작품들을 몇 점씩 부스전시 식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박물관의 순서는 한국실 설치년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맨 처음 한국미술품이 따로 독립된 공간에 전시된 것은 다인종․다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던 하와이의 호놀룰루 미술관이다.


호놀룰루미술관 한국실 전경

호놀룰루미술관의 경우 1927년 개관 당시 한국실을 설치하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전시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청자 상감 연화 당초문 주자>와 <목조동자상>, 그리고 <석가설법도>를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1989년 미국 내 최초로 독립된 한국미술부를 설치하고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를 임명하여 한국미술 전시와 연구를 크게 진작시켰다. 소장품 중 대표적인 <청자 주자>와 통일신라 절정기 양식의 <금동불입상>이 전시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한국실 전경


금동불 입상, 통일신라 8세기, 높이 47.3cm,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소장
1965년 에버리 브런디지 기증

1990년대 이후는 한국의 문화기관들이 미국 박물관에 한국실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1992년에는 필라델피아미술관에 한국실이 설치되었고 97년에는 현지 지역사회에 코리언 헤리티지 그룹이 결성되어 한국미술품 소장 규모가 커지면서 전시, 교육, 연구도 활발해 졌다. JP모건을 세운 존 모건이 소장했던  <청자 음각 연화수금문 매병>도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청자 음각 연화수금문 매병> 고려 12세기, 높이 40.6cm 지름 24.1cm,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1974년 피스크 킴볼/마리 킴볼 기금으로 구입

해외 박물관 중 한국실이나 한국코너를 가지고 있는 곳은 22개국에 총 67곳. 그중 30곳이 미국이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은 미술관 예산과 현지교민들의 기금으로 개설되었고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한국실을 자체경비로 개설되었다고 한다. 많은 경우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이나 국립박물관 등에서 지원하여 한국실이 개설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박물관,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이러한 지원이 시작된 1990년대부터가 외국 박물관의 한국실 증가 시기와 일치한다. 역시 한국의 지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터이다.

해외 박물관 한국실은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전시실에 비해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그 상황을 마주하면 그 미술관의 한국미술 컬렉션을 당장이라도 확충해주고 싶어진다. 우리의 유물이 외국 소유인 것이 안타깝다면 대여 등을 통해서라도 우수한 작품들을 꾸준히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덜 억울하지 않을까.

외국인들이 우리 미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궁금해 하기보다는, 우리 미술의 가치를 국내외의 누구에게든 알리는 데에 적절한 노력과 정성을 꾸준히 기울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0.3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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