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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 외출-<사랑방의 기물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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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사랑방의 기물들 장 소 : 보나장신구 박물관 기 간 : 2012. 5. 30 - 2012. 7. 29


학창시절, 주요섭의 소설『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읽으며 사랑방의 모습을 떠올려 본적이 있다. 어머니의 손에 의해 꾸며진 옥희가 놀러갔던 그 곳. 그리고 아저씨가 어머니께 밥 값을 갖다드리라며 주었던 봉투 속에 넣어진 편지를 썼을 그 장소를 말이다.

사랑방의 사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LOVE가 아니라 舍廊, 즉 집의 안채와 떨어져있는 곳을 말하는데, 바깥주인이 거처하면서 외부의 손님들을 접대하는 생활 장소를 말한다. 이는 유교적 규범이 강조되고 내외구별이 철저해지면서 생활공간도 분리되었음을 보여준다.

현재 보나장신구박물관에서는 사랑방의 기물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작년 가을전시가 여성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규방속 민예품으로 꾸며졌다면 이번전시는 사랑방에서 사용된 문방사우와 그 외의 용구들을 전시하여 선비의 청빈한 안목과 품격을 보여준다.

일 년에 두 차례 특별전을 하는 보나박물관의 전시가 간송미술관의 봄, 가을 전시 못지않게 기다려지는 이유는 이번에는 또 어떤 소장품을 선보일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전시 타이틀 별로 공개되는 다양한 소장품은 소품류의 유물이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 오롯이 담긴 정성과 선조들의 품격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필통>, 조선                                        <백자투각죽절십자문필통>, 조선

경상이나 문갑에 올려져있었을 나무필통에 새겨진 문자와 산수 양각은 소박한 멋을 보여주며, 백자투각죽절십자문필통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엮은 듯한 표현에서 선비의 곧은 성품과 절개를 상상케 한다. 사랑방 기물은 여인의 용품처럼 화려한 멋은 없지만 실용적이며 미적가치까지 지니고 있어 검소한 선비의 멋을 보여준다.

                                                                                                          

                            
                    <백자청화죽문또아리형연적>                                             <백자청화감모양연적>                   

선비와 글은 한 세트처럼 불가분의 관계인데, 작은 사이즈의 휴대용 벼루나 먹물 통을 통해 외출할 때도 지필묵을 지참했음을 알 수 있다. 지필묵과 함께 사랑방의 중요물품이었을 다양한 모양의 연적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복숭아 연적 외에 감모양의 연적이나 부채모양의 연적, 또아리형 연적은 그 동안 봐왔던 연적과는 다른 미감을 보인다.


<백자투각운룡문사각연적>, 조선

특히 용을 투각한 백자투각운룡문사각연적은 연적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데, 뛰어난 장식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표주박>, 조선

선비들의 외출용품으로 휴대용 지필묵 외에 ‘이것’ 또한 볼 수 있었는데, 바로 표주박이다.  왜 표주박을 휴대 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술이나 물을 떠 마시는 휴대용 컵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태조 왕건이 우물가에서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체할까봐 물위에 버드나무를 띄워줬다는 장화왕후와의 아름다운 일화가 전하는데,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목마름을 해결할 표주박을 지참하고 다녔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우물에 물을 떠줄수 있는 아낙이 있는것은 아니었던것도 이유라면 이유일까?.. 재료와 모양, 크기가 제 각각인 표주박은 꾸밈새 또한 장식적이다.

                               
                   <나전모란넝쿨문상자>, 조선                                           <나전칠포도문서류함>, 조선

아름다운 장식이 돋보이는 나전칠기 또한 여성들의 전유물일 것 같지만 선비들도 나전 상자나 서류함을 사용하여 정리하였다. 나전모란넝쿨문 상자의 경우 무늬의 면에 생긴 균열이 또 하나의 자연스런 무늬를 이루고 있으며 포도문서류함의 경우 포도문과 어우러진 다람쥐가 회화적이다.  


<나전목침>, 조선

낮잠을 잘 때나 누울 때 베개 대신 사용한 목침 또한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내부 서랍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제작되었다.

                     
              <갓 함>                                                            <망건통>           

지금의 남성들도 여성에 비해 꾸밈새가 많지 않듯이 옛 선비들 또한 꾸밈을 즐기지 않았다. 오히려 꾸미는 것을 부끄러운 행위이라고 여겼을듯 하다. 다른 꾸밈을 하지않는 대신 의관정제를 위해 갓이나 망건을 귀중히 보관했음은 갓 함과 갓 솔, 망건통을 통해 알 수 있다.  

                                         
                                                                       <주칠남자경대>, 조선

꾸밈은 하지 않되 단정한 모습은 확인해야했기에 남자경대가 존재하는데, 여성용에 비해 매우 단조로움을 알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남자용경대는 귀한 주칠과 흑칠이 되어 있어 상류층의 의관정제용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앵무잔>                                                              <재떨이>, 조선

이 외에 귀가 양쪽에 있다하여 양이잔兩耳盞으로도 불리는 앙증맞은 형태의 앵무잔과 불에 타지 않은 유기제품 외 불에 강한 나무로 만든 기이한 형태의 재떨이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고비, 조선
서찰을 끼워 보관하며 벽면을 장식한 실내용품

많은 볼거리들을 다 기억하기는 어려운데, 아쉬운 점은 전시도록이 따로 발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시를 보기 전 사진으로 봤던 것 중 실물의 크기가 달라서 새롭게 느껴지는 전시품들이 꽤 많았기에 사진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나 섬세함을 직접 느껴보도록 하기위해서는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은상감담배함, 조선

큰 규모로 진행되는 전시는 아니지만 소리없는 울림이라고 할까. 선비들의 생활이 화려하거나 겉보이기를 중시하지 않았던것처럼 이 전시 또한 그러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것 같다. 사랑방도 없어진 마당에 어디에서 사랑방 기물들을 볼 수 있겠는가.. 고가구나 몇 점의 유물들을 보는게 전부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방 기물들의 조용한 외출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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