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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나무에 담긴 이야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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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아시아, 나무에 담긴 이야기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가네코 가즈시게실 기 간 : 2012.3.27~2012.7.1

 

material. 우리 주변의 사물들은 어떠한 재료로 구성되나.
초등 저학년 과학시간 중에는 아이들에게 주변의 세계를 관찰하게 하면서 주변 사물의 재료와 그 특성을 공부하도록 하는 시간이 있다. 단단한 것과 무른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등 다양한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주변의 사물이 바로 그 재료로 사용된 연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많은 부분 플라스틱이나 새로운 소재들로 대체되었으나 아직도 나무는 생활용품 속에 자리잡고 있다.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가 어찌 작은 소반에 얹어진 나무젓가락과 떡을 담은 목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떡살, 타이완 난터우현, 19~20세기, 길이 40cm 
떡의 모양과 무늬를 만드는 틀. 한 면에는 오래 산다는 의미의 수壽자와 함께 거북을 새겨 놓았고 다른 면에는 거북과 복숭아를 새기고, 측면에는 물고기와 7개의 겹친 원 무늬를 새겼다. 거북은 장수를, 물고기는 삶의 여유로움이나 다산을 상징하기도 하며, 겹친 원 무늬는 돈의 형상이나 칠보로 간주되기도 한다.


칼로 깎을 수 있을 정도로 무르면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러한 나무의 성질로 인해 기록되지 않은 인류의 생활 모습에서 나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나, 불타 한줌의 재로 사라질 수도 있고 땅에 묻히면 썩어 주변의 흙이 되어버리므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주아주 작은 부분일 수밖에 없다. 구하기 쉽고, 친숙하고, 사라져 다른 형태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친근한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나전칠기 접시, 베트남 19세기, 지름 29.6cm 
중앙의 복福자를 중심으로 두 줄의 원과 아자무늬[亞字文], 여의무늬[如意頭文]를 돌리고, 용, 봉황, 기린, 거북 등 신령스런 네 마리 동물을 배치하여 복福자와 함께 길상의 의미를 담았다. 바깥 구역에는 다양한 배경을 중심으로 십이지十二支를 배치하였는데, 쥐는 포도 가지 위, 소는 대나무 아래, 호랑이는 소나무 아래, 용은 구름 속에 있고, 뱀은 땅 위에서 개구리를 잡고, 원숭이는 단풍나무 가지를 잡고, 돼지는 연꽃 연못을 향해가는 등 동물의 생태에 맞게 표현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 기증관의 전시실 중 하나인 ‘가네코 가즈시게金子量重실’의 세 번째 기획전시 《아시아, 나무에 담긴 이야기》는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장이었던 가네코 가즈시게씨가 기증한 천여 점의  유물 중에서 목조형품 40점이 선별, 공개되고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의 독특한 나무 조형물들은 아시아인의 삶과 세계관, 미학을 투영한다.

아기자기한 전시물 중에서 커다란 대야 같은 것이 눈에 띈다. 19세기 말레이시아 다약Dayak족이 사용하던 신생아용 욕조. 다약족은 보르네오섬의 원주민으로서 외부와 접촉을 끊고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약족의 남성은 다른 종족의 목을 베는 ‘인간 사냥’을 통해 성인식을 하며, 여자들은 성인의 증거로 문신을 한다고 한다. 단단한 나무를 욕조 만드는 데 사용하며 그 주변에 아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형상들을 새겼다. 


이 욕조는 보르네오 아이언우드Borneo  ironwood로 만든 것으로 이 나무는 단단하고 견고하여 철목鐵木으로도 부른다. 욕조 측면에는 악마를 물리치는 신상神像인 ‘안투’가 발로 욕조를 잡고 있는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용기 안쪽에는 태양 무늬와 상상의 동물을 조각하여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탄생의 의미를 담았다.
욕조 바깥 면에는 인물상이 표현되어 있다고 하는데(전시실에서는 볼 수가 없다), 축 늘어진 귀가 특징적이다. 다약족 여성은 성인식과 결혼식 등 기념일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귀걸이를 하기 때문에 귀가 늘어지게 된다. 늘어진 귀는 미인의 척도가 되고, 덕망과 위엄 그리고 장수를 상징한다. 또한 문어 다리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모습의 ‘혼뷰’ 라고 불리는 신령상도 새겨져 있다. 가장자리에는 등나무를 꼬아 신생아의 몸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배려하였는데, 다약족은 등나무 세공품 제작으로도 유명하다.

베트남, 미얀마 북부, 라오스, 태국 북부 지역은 칠공예가 발달하여 지역마다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공예기술을 바탕으로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운 생활용품에서부터 전쟁에 쓰이는 방패까지 다양한 도구를 만든 전통이 남아 이어지고 있다.


병, 네팔, 19세기
히밀라야 일대 고원지대에 사는 셀파족의 것으로 이 병은 염소나 양의 젖을 담는 것이다.
현지어로 '테키(teki)'라 부른다.


올빼미 모양 함, 미얀마 파간, 20세기
전면에 흑칠을 한 후 올빼미 문양을 그려넣었다.


코끼리 모양 함, 캄보디아 크메르족, 19~20세기
상서로운 동물 코끼리의 몸통에 꽃, 불꽃 등 다양한 무늬를 새겼다.
윗부분은 뚜껑, 아랫부분은 물건을 넣는 통이다.


방패, 말레이시아 이반족, 19세기, 높이 126.0cm
이 방패는 원래 ‘인간 사냥’으로 명성이 높았던 이반Iban족의 방패이다. 이반족이나 다약족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간 사냥’은 결혼 조건의 하나로, 한 사람의 남자로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의례이기도 하였다. 방패의 앞면 중앙에는 수호신을 표현하였다. 수호신은 검고 붉은 커다란 눈, 송곳니가 보이는 커다란 입, 그리고 잔뜩 난 수염이 특징이다. 방패의 위아래에는 작은 신령상이 있다. 방패 앞면에 있는 머리카락은 지금까지 베어온 사람들의 머릿수를 나타낸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고, 동시에 ‘인간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다. 뒷면에도 수호신상이 표현되어 있다.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목공예품도 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경전을 보관하는 아름다운 함들, 불상,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 등이 흥미롭다.


주칠 경전 상자, 미얀마, 19세기, 높이 52cm
뚜껑이 달린 장방형 경전 상자로 하단 네 모서리에는 구슬을 움켜 쥔 독수리 발 모양의 다리가 있다. 미얀마에는 11월 보름달이 뜨는 밤에 공양물을 넣은 바구니를 새에 실어 보내 달에게 바치는 행사가 있다. 새의 다리가 달린 경전 상자는 소중한 경전을 공양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리의 윗부분에는 물소의 머리 부분을 추상화한 무늬가 있고, 다리 사이의 풍혈風穴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경전 상자의 표면에는 따요 판 츄아 기법으로 넝쿨무늬를 장식하고 흰색과 초록색 유리편을 상감하여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주칠 경전 상자 부분
넝쿨무늬 사이에는 연주문으로 창을 만들고, 그 속에 보시를 좋아했던 왕자의 이야기를 담은 비슈반타라 본생담本生譚을 표현하였다.

 
흑칠 병풍, 미얀마 파간 버마족, 20세기, 높이 182.5cm, 폭 226cm
히말라야 숲 속에 눈이 먼 부모를 모시고 사는 아들 타마가 있었다. 타마는 부모를 위해 매일 먼 숲속으로 가서 물을 길어오는데, 왕이 사슴을 사냥하려고 쏜 화살이 타마의 어깨에 맞았다. 놀란 왕이 그를 부모님께 데려가 사죄하였으나 타마는 정신을 잃었고, 하늘에서 제석천이 내려와 타마의 어깨에 금잔을 대주니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왕은 부모의 눈을 고쳐주고 이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사원벽화, 타이 방콕, 19세기. (부분)
나무판에 그린 사원벽화로 미티라 왕 니미의 덕이 훌륭함을 알게 된 제석천이 그를 천계로 초대하였는데, 마부가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갔다가 다시 천계로 보내주었다는 내용이다.

박물관의 다른 메이저 전시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증실은 관심을 덜 받고 있는 듯하다. 공통된 특징과 다양함을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에 봄을 맞은 박물관 관람객들의 발길이 좀더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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