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조선목기, 그 아름다움 - 권옥연 화백 구장품전 장 소 : 북촌미술관 기 간 : 2012.3.8 - 2012.5.10
화가가 컬렉션을 몰두하는 일에는 동서고금에 많은 사례가 있다. 렘브란트의 경우, 파산했을 때 그가 모아놓은 수많은 컬렉션이 부채 정리에 한 몫을 했다고 한다.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도쿄에 있는 프랑스앤틱 전문점의 단골이라고 전한다.
까치호랑이(虎鵲圖) 조선시대 121x68.5cm
화가가 물건을 컬렉션하는 일을 가리켜 부를 손에 넣은 뒤에 생겨난 취미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그 의미가 결코 단순치 않다. 렘브란트의 컬렉션은 상당수가 작품에 필요한 소도구였다고 한다. 물론 본인 역시 미의 추종자인 만큼 과거의 미에 대한 연구 내지는 탐닉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경상(經床) 높이 39.5cm, 길이 105cm
화가 권옥연이 컬렉션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미의 탐구라는 후자의 정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다 지자(知者)에서 낙자(樂者)라는 본격적인 매니아 영역으로 들어섰다.
사방탁자(四方卓子) 높이 157cm, 40.2x39.5cm
즉, 그는 1970년대초 사립박물관을 만들려는 유지자(有志者)들과 어울리면서 본격적인 미술관 설립을 꿈꿨다. 이때 만난 많은 사람들은 실제 박물관 설립자였다. 에밀레 박물관의 조자룡, 자수박물관의 허동화, 삼성출판박물관의 김종규, 민화연구가 김호연 그리고 유네스코 한국지부의 백승길 등이었고 그리고 한독의약박물관에 있던 김쾌정과 화가 김기창도 이 모임의 단골 참석자였다고 한다.
책장(冊欌) 높이 145.7cm, 109.7x47.5cm
권옥연은 한때 금곡에 미술관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이 무렵 미술관을 전제로 다양한 민속 공예품을 수집했다. 그림의 민화에서 시작해 장신구, 석물 그리고 목가구까지 다양했다.오랜 프랑스 유학생활 속에서 터득한 그의 근대적 시각은 전통적인 민예 공예품에 부딪치면서 마치 불꽃을 튕기듯이 현란한 미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명품 컬렉션이란 명성은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불경장(佛經欌) 높이 115.3cm, 73x38.3cm
그는 특히 조선 목가구의 선과 비례 그리고 형태에 매료됐다. 그리고 많은 명품을 스스로 골라 모았는데 탁월한 안목으로 인해 그의 수집품은 유명 여러 목가구 전시에 소개되기도 했다.
밀양반닫이(密陽欌) 높이 70.5cm, 98x47cm
이 전시는 그의 옛 소장품으로 재구성된 전시이다. 종류로 보면 사랑방 가구에서 규방 가구, 부엌 세간까지 다양하다. 또 사찰에서 사용된 것도 있다. 길이가 1m가 넘는 우람한 경상(經床)은 화가 본인이 이를 손에 넣은 뒤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을 해 온 장안에 소문이 났었다는 바로 그 물건이다.
함(函) 높이 46.8cm, 74.7x40.4cm
화가 김종학은 도록에 밝힌 것처럼 스스로 말하길, 목기에 미친 화가가 조선에 둘 있는데 하나는 스승인 권옥연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라고 했다. 에피소드로, 아침부터 이대 앞, 청계천 칠가, 장안평을 돌아다니다 서로 마주친 적도 여러 번이었고 권 선생이 점찍어 놓은 물건을 자신이 먼저 값을 치르고 슬쩍 가져온 적도 있다고 했다.
의걸이장(衣欌) 높이 167.8cm, 89x50.3cm
그러면서 ‘권 선생은 대단히 희귀하고 독특한 귀족적이고 종교적인 것을 좋아한 반면 자신은 단순하고 현대 감각이 있는 선비들이 좋아했던 것을 수집했다’고 차이를 덧붙였다.
평상(平床) 높이 35.8cm, 204.5x108.5cm
권옥연 컬렉션의 목가구는 목기通 김종학이 밝힌 대로 ‘소박하다’고 알려져 온 조선 가구 중에서 극히 일부에서만 보이는 귀족적이고 종교적인 ‘바로크적 분위기’를 모은 데 특징이다. 通의 이 같은 갈파는 목기 전시를 즐기는 데 꼭 있어야할 가이드 라인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