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용, 꿈을 꾸다 장 소 : 국립민속박물관 기 간 : 2011. 12. 14 ~ 2012. 02. 27
매년마다 새해가 되면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에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새해를 맞이하기 이전부터 그 해에 해당되는 동물을 캐릭터로 한 상품들이 출시되며, 그 동물의 영특한 면을 부각시켜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이끌어 낸다. 특히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온 흑룡해라 하여 그와 관련한 마케팅이 진행 중인데,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산모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임진년에 태어난 이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게끔 한다.
새해가 되면 박물관에서도 그 해를 대표하는 동물에 관련한 유물 전시를 기획하는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올해로 13년째 띠 동물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임진년을 맞아 용에 관련한 유물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전시타이틀에서부터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금동용모양장신구>, 고구려 5-6세기,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
<십이지 진상(탁본)>, 가로54 세로92, 1991년
김유신장군 묘에 새겨진 십이지 중 용상을 탁본한 것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예부터 봉황, 기린, 거북과 함께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겼으며 최고의 능력과 권위를 상징한다. 유교경전을 집성한 중국 송나라의 책 <이아익>(32권)에 보면 용은 뿔은 사슴, 머리는 낙타, 눈은 토끼, 목덜미는 뱀, 배는 대합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와 같은 모습으로 설명하였는데, 우리 유물에 표현된 용을 통해 옛 사람들이 상상했던 용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황룡기>, 조선, 가로40 세로20 화염각 5.5,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용은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왕과 관련된 것을 지칭할 때 '용'자를 붙인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왕의 얼굴은 용안, 왕의 덕은 용덕, 그 지위는 용위, 왕의 의자는 용상이나 용좌, 왕의 옷은 용의라고 했으며 왕의 눈물을 용루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왕과 관련된 기물에는 용의 모습이 장식되었는데, 이를 통해 왕의 능력과 신성함을 표현했다. 그 예로는 국왕이 군대를 친열할 때 각 영에 그 명령을 전달하는데 사용한 황룡기나 왕의 의복, 왕이 사용한 기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곤룡포>, 재현품, 국립민속박물관
<흉배판>, 1897년, 지름19 두께2.7, 국립민속박물관
곤룡포는 왕이 평상시 업무를 볼 때 입는 옷으로 가슴과 등, 양 어깨에 금실로 수놓은 용보가 부착되어 있다. 보의 수를 놓을 때에는 밑그림을 새겨놓은 흉배판을 사용하였는데, 다섯 발톱을 가진 용이 새겨져 있다.
<고종임금 도장 보관함(외함)>, 조선, 가로19.4 세로19.5 높이23.5,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용무늬술동이>, 조선, 높이 29.2,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자철화용무늬항아리>, 조선, 높이 32.5 입지름 18 바닥지름 11.5, 국립민속박물관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 조선, 높이 47 입지름 16 바닥지름 7, 국립민속박물관
왕조의 권위를 나타내는 어보를 보관하는 함이나 왕의 술을 담는 항아리 모양의 제기에도 용을 표현하여 용 무늬가 왕실의 상징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으며, 용문이 시문된 도자기 또한 왕실용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둑판>, 조선후기, 가로43.8 세로 43.8 높이32, 국립민속박물관
둘이 최고를 다투는 상황을 일컬어 용과 호랑이가 싸운다는 뜻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하는데, 승리를 다투는 바둑판에 용과 호랑이를 장식하여 눈길을 끈다.
<대모이층농>, 조선, 가로80 세로39 높이129.7, 국립민속박물관
<촛대>, 조선, 지름4 높이23, 국립민속박물관
왕실을 상징하던 용문양은 점차 민간에 퍼져 장식되었는데, 입신출세하는 것을 의미하는 등용문과 관련지어져 선비들과 관련된 기물에도 주로 장식되었다.
<문자도 '충(忠)'>, 조선, 8폭중 1폭, <약리도> 조선, 가로62.5 세로 116.5, 국립민속박물관
가로29.5 세로58.5, 국립민속박물관 등용문 고사에 나오는 잉어의 모습을 표현했다.
나라에 충성하라는 의미의 '충(忠)'자에 등용문의 고사 내용을
그려 과거에 급제하여 나라에 충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필통>, 조선후기, 가로11 세로10.7 높이14, 국립민속박물관
중국 황하(黃河) 상류에는 용문(龍門)이라는 급류가 흐르는 협곡이 있는데, 물살이 센 여울이 있어 여간해서는 오르지 못하는 곳이었으나 한번 오르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 등용문 고사의 내용을 담은 문자도와 약리도, 문방구류, 도자기가 전하고 있다.
<종도리>, 1878년, 길이260 지름12
지붕 마루에 수평으로 걸어 좌우 지붕면의 서까래 위 끝을 받치는 용도이며 한쪽
면에‘龍 崇禎紀元後四歲在戊寅二月二十九日酉時立柱上梁于甲坐庚向戊申生成造運
備人間之五福雄天上之三光龜’라는 상량문이 적혀 있다. 상량문의 처음과 끝에 물의 신인 용과 거북이를 뜻하는
‘龍’과‘龜’를 써넣어 화재 예방을 기원했다.
<수(水)자 부적>, 1867, 가로38.4 세로44.5, 국립고궁박물관 <용그림 부적>, 1867년, 가로38.3 세로27, 국립고궁박물관
붉은색 장지에 '용(龍)자 1000여 자를 써서 수(水)자 를 만든 부적과 발톱이 다섯 개 달린 용을 그려넣은 부적이다.
2001년부터 시작한 근정전 중수공사때 발견된 것으로 화재 예방의 염원을 담아 넣어둔 것으로 보인다.
용은 천둥, 번개와 같이 비나 물과 관련된 것을 다스리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신으로도 여겨졌는데, 가뭄으로 농사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냈으며 어민들은 풍어를 위해 바다의 신인 용왕을 달래는 용왕제를 지냈다. 또한 화재를 다스린다고도 여겨 집의 대들보나 종도리에 상량문을 쓸 때 '용(龍)'자를 써 넣기도 하여 용의 능력은 벽사의 역할까지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일성정시의>, 가로85.5 세로53 높이164.5, 복원품
시간을 재는 천체관측도구로 낮에는 해시계의 원리 밤에는 별시계의 원리를 적용한 시계이다.
이번 전시는 용에 부여된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지만 용에 대한 신화, 설화, 전설이 표현된 미술품을 통해 용의 신통한 능력과 장엄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세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해를 여는 전시로 매우 만족스럽다. 용이 가진 길상의 의미는 시대를 불문하고 여일하기에 임진년인 올해에 대한 기대 또한 만만치 않은데, 그저 앉아서 용꿈 꾸기만을 바라는 큰 욕심만 갖지 않는다면 용이 가진 신통한 능력 중 하나쯤은 스스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