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열두 서고, 열리다 장 소 : 국립중앙도서관 기 간 : 2011. 11. 16 ~ 12. 28
클릭 한번으로 무엇이든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아날로그적인 것은 염두 해두지 않고 살지만 잊혀진 것을 다시 대했을 때의 그 반가움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마치 기억조차 못하고 있던 물건을 우연히 찾았을 때의 기쁨처럼 잊고 있던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릴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시의 내용을 들어보면 왠지 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을 법 하지만 전시의 제목은 <열 두 서고 열리다>이며 ‘서고’ 라는 말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 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되고 있는 유물은 도서관답게 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잡지 창간호와 신문귀중본, 정부간행물과 근대 교과서, 고지도와 딱지본 등 책이 주는 딱딱함을 잊을만한 전시품들이다. 거기에 새록새록 옛 기억을 되살릴만한 전시구성은 그 시대에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한들 정겨운 마음이 들게끔 한다.
『대한자강회월보』, 1906. 7 ~ 1907
『소년』, 1908. 11 ~ 1911. 5
『별나라』, 1945. 12
『조광』, 1935. 10 ~ 1944. 12
서점 간판으로 꾸며진 잡지코너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중 가장 오래된 잡지인 『대한자강회월보』창간호와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잘 알려진 최남선이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잡지『소년』, 해방 속간호로 발행된 어린이 잡지『별나라』,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동백꽃>,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채만식의 <태평천하>등 주옥같은 문학작품이 실린 『조광』 등을 볼 수 있다.
『여성』, 1936. 4 ~ 1940. 12
지금도 여러 종류의 여성잡지가 발간되고 있지만 그 시절에도 여성잡지가 있었는데, 『신여성』, 『신가정』, 그리고 『여성』이 있었다. 『여성』은『조광』의 자매지이기도 한데 신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제시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매일매일 발행되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 신문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과거의 기록으로 남기도 한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말아줄 만큼 실생활에서 밀접하게 쓰였던 신문이지만 전시되어 있는 신문들은 역사를 담고 있기에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성순보>, 통리아문 박문국, 1883
<대한매일신보>, 대한매일신보사, 1904
한성순보는 1883년(고종20)에 창간된 최초의 근대 신문으로 개화문물을 소개였으며, 대한매일신보는 일본군의 사전검열을 받지 않은 유일한 신문이다.
<황성신문>, 황성신문사, 1900
또한 1898년 창간한 황성신문에는 광고란이 등장하였으며 외국 뉴스를 게재하기도 하였는데,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하여 을사조약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신문이기도 하다.
서적류의 전시이지만 재미있게 즐기며 볼 수 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옛 모습 등을 재현해 놓은 장치들이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와 더불어 철수와 영희, 그리고 바둑이가 등장한 교과서는 젊은이들에게도 추억을 더듬게끔 한다.
바둑이와 철수 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제작된 최초의 초등교과서라고 하는데, 우리가 기억하는 ‘영희’는 처음에는 ‘영이’ 였다고 하니 영희로 기억하는 이들은 조금은 늦게 태어난 세대일 것이다.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요람』, 조선총독부, 1937.
양산부부총과 그 유물, 조선총독부, 1927
가야지역의 대표적 고분인 양산부부총에서는 금제귀걸이, 유리제목걸이, 은제허리띠 등이 출토되었는데 이 또한 일제가 실시한 조선고적조사사업 진행 당시 발견되었다.
1910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자 교과서 또한 일본의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춰 개편되었고 해방이 되자 국어와 국사 교육을 통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의 정부간행물에서도 일제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요람』에는 고적조사사업 이후 분류한 문화재 목록이 담겨져 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의 국보를 지정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 식민지가 된 조선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선의 국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를 비롯하여 당시 조선총독부에 의해서 우리의 문화재가 조사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교과서 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코너는 딱지본 소설 코너인데, 1900년대 초 소설 두고 여자들과 무식한 시정잡배가 좋아하는 것으로 비하하였으며 춘향전은 음탕교과서 홍길동전은 허황 교과서 심청전은 처량 교과서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소설이 국민의 감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La coree』, 1898년
명성황후의 초상을 비롯하여 고종, 순종의 사진 50여장이 수록되어 있다.
『korea』, 1948년
『LIFE Magazine』, 1950년 7~8월
한국전 참전을 보도하고 미국측 참전군의 사진과 기사 수록
『Le Petit Journal, Supplement Illustre de Petit journal』
서울을 배경으로 일본군과 한국인의 무력충돌하는 삽화가 수록되었다.
외국인이 남긴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은 외부의 시각을 알 수 있는 중요 자료인데, 한국전쟁을 다룬 기사나 삽화를 남기고 있어 외국인의 눈에도 한국전쟁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사건으로 비춰졌음을 알 수있다.
북한문서 코너에 있는 편지, <집에 갈래야 갈 수 없습니다> , 1950년
『양세계보』,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원본이 유일본, 1920년
이윤목이 편찬한 내시족보로 조선시대 역대 내시들을 성씨별로 분류하여 그 가계를 기록하였다.
이 밖에 분단 한국사를 보여주는 북한문서를 비롯하여 고지도와 족보등도 주요 볼거리이다.
어느 전시건 그 전시의 목적을 안다면 좀 더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소장 장서 중 열두 분야의 주요한 장서를 선정하여 기획한 만큼 전시품을 통해 반세기가 넘도록 쌓아온 지식 정보와 미디어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중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소년층에게는 다소 생소한 매력을 줄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더붙여져 있다.
그 동안 도서관 또는 책에 대한 작은 공포심이 있었다면 즐거운 전시를 통해 도서관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전시정보
관람료 : 무료
사진촬영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