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테크놀로지 전통을 만나다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기 간 : 2011. 9. 2 ~ 2011. 12. 24
전 시 명 : 테크놀로지 전통을 만나다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기 간 : 2011. 9. 2 ~ 2011. 12. 24
얼마 전 미인도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에서였는데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잠시 동안 미인도를 본 것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미인도가 잘 알려져 있고 눈에 익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좋은 그림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눈에 익지 않은 그림은 굳이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우리 눈에 익숙한 그림에만 관대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림 속 인물이 움직이고, 새가 날아다니고, 폭포가 쏟아진다면 어떨까?.. 이 질문의 해답을 알려줄 전시가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테크놀로지, 전통을 만나다> 전은 현대미술 전시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 전통미술을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어 전통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사실 우리 전통미술은 어렵게만 느껴져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 전시를 보고 난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싶게끔 한다.
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변용시킨 작가들의 작품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듯 멈춰있는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전통회화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헬리콥터 소리가 어우러져 있다.
김정희, <세한도>, 국보 제180호
특히나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김정희의 <세한도>나 정선의 <금강산도>, <박연폭포>등은 우리의 눈길을 끄는데, 원작이 눈에 익은터라 작은 변화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 그 표현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이남, <신 세한도>, 2009.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중일 때에도 변함없이 스승을 모셨던 이상적의 의리를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린 작품이다. 이이남 작가가 재해석한 <신 세한도>는 추위가 온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듯 오두막에 기거하는 선비의 사계절과 소나무와 잣나무의 계절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그저 계절이 변하고, 밤낮이 바뀌고 눈이 내리고 선비의 움직이는 등의 변화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구름 속을 유유히 지나는 비행기에도 시선이 닿는다. 이 작품을 보다보면 움직임 배제했을 때 진짜 세한도랑 다른 부분은 무엇이었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이는 우리미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예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이남, <신 박연폭포>, 2009.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인 정선의 <박연폭포>는 살짝 과장된 폭포의 표현으로 인해 물줄기의 기세를 느낄 수 있는데, 이이남 작가의 작품에서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폭포수가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장면이 표현되어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폭포 아래에서 폭포를 감상하는 선비들의 움직임과 관서와 낙관이 폭포를 따라 흘러내리는 장면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물론 원작을 실제로 보고 그 감동을 느끼는 것에는 부족할 지 모르겠으나 머리속으로 조차 상상해본 적 없는 장면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최유미, <디지털 입체 박연폭포>, 2009.
정선의 <박연폭포>는 최유미 작가에 의해서도 재해석 되었는데,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표현은 이이남 작가의 작품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옆에 준비되어 있는 입체 안경을 쓰고 보면 폭포에 다가간 듯한 느낌을 받게되어 마치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최유미, <디지털 금강산도>, 2009.
이러한 효과는 또 다른 작품인 <디지털 금강산도>에서도 마찬가지. 정선의 <금강산도>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마치 놀이공원에서 입체 안경을 쓰고 블랙홀로 빠지는 듯, 혹은 새가되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일 만 이천 봉우리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육태진, <유령가구>, 1995.
강애란,
이 전시에서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비디오아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우리의 고가구에 다른 매체를 결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유현정, <기물몽상>, 2011.
이 밖에 보자기를 올려놓으면 물고기가, 책은 글씨가, 부채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족자를 올려놓으면 먹이 번지는 유현정 작가의 작품은 미술작품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며 미술작품은 만지는 것이 아니라는 편견을 잠시 뒤로 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전시가 그러하지만 이 전시야 말로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직접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며 사진으로는 단 몇 퍼센트 밖에 느낄 수 없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권기수, <매화초옥-설중방우>, 2003.
최근 개최된 몇몇 전시를 통해 디지털매체를 통해 우리미술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로인해 전통미술과 디지털의 만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대되는 부분인데, 이처럼 전통미술을 재해석하는데 있어 디지털의 이용은 미술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수 있게 한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