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규방 속 민예품 장 소 : 보나장신구박물관 기 간 : 2011. 9. 24 ~ 2011. 12. 11
전 시 명 : 규방 속 민예품
장 소 : 보나장신구박물관
기 간 : 2011. 9. 24 ~ 2011. 12. 11
대부분의 국립박물관은 지역의 이름을, 시립박물관은 해당도시의 이름을 넣는다. 이에 반해 사립미술관들은 박물관의 성격에 맞게 이름 짓기에 좀 더 다양하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보나 장신구 박물관 또한 그중에 한 곳이다.
보배와 보물을 뜻하는 ‘寶(보)’자와 아리따울 ‘娜(나)’자가 결합된 보나 장신구 박물관은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진 우리 고유의 미’를 뜻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술품 중에서도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각종 장신구와 민예품을 소장하고 있다. 비싼 그림, 이슈가 되는 전시, 고미술품이 공존하는 인사동 한복판에서 비교적 조용한 곳에 자리한 이곳은 겉은 평범하지만 보물을 싣고 있는 보물선이나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비밀의 화원처럼 느껴진다.
흔히들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을 때 인사동으로 향하게 되는데 막상 도착해 보면 어떤것을 보여줘야 될지 막막하고 막연하기만 하다. 그저 전통적인 맛을 살린 물건을 사기 전 이곳에 들러 우리것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아보는건 어떨까?.. 그저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주머니나 필통을 사들고 한식을 먹은 후 고궁을 돌아보는것으로 한국을 보여줬다고 하는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 년에 두어 차례 특별전을 하는 보나 장신구 박물관은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기획되는데, 올해 12월 11일까지 ‘규방 속 민예품’ 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인 규방에서 사용한 용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자수품을 중심으로 갖가지 종류의 아름다운 용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기돌띠, 조선
누비청홍수밥상보, 조선
수저집, 조선시대
여성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자수용품은 문양을 수 놓으며 소망을 담기도 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기도 하며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완성되었다. 자수문양은 장식적인 요소 외에 신분을 표시하는 목적을 지니기도 했는데 일상 생활용품인 주머니, 수저집, 보자기, 베겟모 등에 수를 놓아 미적 표현을 생활화 하였다.
버선본보, 조선
현대 여성들이 맞벌이로 가정 생활에 보탬을 한다면 옛 여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자급자족하는 생활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자수용품에서도 알 수 있지만 식구들의 발에 맞는 버선의 평태를 본떠 보관했던 버선 본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늘방석, 조선
생활용품 전반에 문양을 넣는 등 수를 놓는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수 놓을 때 사용하는 용품인 실패나 바늘방석, 손가락 끝을 보호하는 골무에도 예쁜 문양이 정성그레 수놓아져 있다.
골무, 조선
각양각색의 자수용품을 바라보노라니 기계로 찍어 낸 개성 잃은 물건들을 쉽게 사고 쉽게 질려하는 현대인의 생활이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문양을 정성스레 수 놓은 자수품이라면 아끼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까?...희소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족두리, 조선
혼례복과 함께 착용했던 족두리에는 밀화나 비취, 산호 등의 패물로 장식하여 멋을 더했다.
기러기와 기러기보, 조선
정교하고 섬세한 자수용품이 여인들의 솜씨를 보여주었다면 장신구는 여인들의 ‘멋’을 보여준다. 장신구의 사용은 조선시대에는 상류층의 여인에게만 허용되었고 서민은 혼례 때, 그리고 예외적으로 기녀에게 허용되었다.
떨잠, 조선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중시되면서 목걸이, 귀걸이, 팔찌의 사용습관이 사라지고 복식에 대한 제약으로 인해 장신구가 발달하지 못했는데 그 대신 머리장식과 노리개가 다양하게 발달되었다.
은 삼작 노리개, 조선
노리개의 경우 궁중과 상류층, 평민, 노년층과 어린아이에 이르기 까지 널리 애용되었는데 계절, 용도, 목적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했다. 산호나, 밀화, 옥 등의 보석이 달려있기도 하고 세공품이 장식되어 있기도 한데, 여인들의 절개를 상징하는 장도가 장식으로 있어 당시 여인들의 의식이 장신구에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모조각보, 조선
부지런하고 손재주 좋았던 조선의 여인들은 소박함과 절약정신 가운데에서도 아름다운 미감을 창출하였는데 남는 천을 이용해 만든 조각보를 보면 아무렇게나 이어 붙인듯 하지만 색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3층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베갯모도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품 중 하나이다.
"어쩜 이리도 아름답고 예쁠까?." 라고 생각되는 자수용품과 장신구가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장신구 박물관이라고 해서 여인들의 치장에 쓰이는 용품만을 떠올리는 건 오산이다. 누군가의 손길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흔적이 이제는 고아한 맛으로 남아있는 고가구를 비롯하여 집안을 단단히 단속해줬던 거북이 형태의 빗장, 규방을 규방답게 마무리 해주었을 민화병풍까지 다양한 종류의 전시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 곳이 규방이다” 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만 같은 이 비밀 공간의 전시는 보는 이에 따라 눈에 담는 아름다움이 변화무쌍하다.
전시를 다 본 후 박물관을 나서기 전 또 하나의 볼거리는 높은 안목을 지닌 관장님이 수집한 각 나라의 민예품과 그 동안 기획됐던 전시의 포스터인데, 소장품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진만으로도 훌륭한 전시포스터는 특별히 정성을 들여 제작하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전시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까지 알차게 보여주는 전시이기에 그만큼 아쉬움도 큰데 이렇게 글만으로는 느낀 바를 다 표현 할 수 없다 점, 이번 전시도록이 발간되지 않아 전시품 중 그저 감탄 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을 소개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것이 좋았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많은 분들이 직접 눈에 담고 느껴보시길 바라본다.
*전시정보
관람료 : 5000원 (발걸음했던 분들 중 관람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서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눈에 담는 아름다움의 가치는 관람료를 뛰어넘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보나장신구박물관 홈페이지 : http://www.bona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