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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도, 3G를 경험하다-<조선화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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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조선화원대전 장 소 : 리움미술관 기 간 : 2011. 10. 13 ~ 2012. 1. 29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요즘 한국미술 전시가 그렇다. 골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상화의 비밀>을 시작으로 일 년에 두 번 문 여는 간송미술관의 가을전시 <풍속인물화대전>, 그리고 오랜만에 고미술 특별전을 개최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등 대규모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고미술 전시가 풍년임을 실감케 한다.

 

조선시대 화원화가들은 수준 높은 작품들을 남겼음에도 신분적 한계와 더불어 기술만을 내세운 화격 낮은 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 절하되어 왔는데 리움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선화원대전>은 화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들의 업적과 활약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김두량, 김덕하, <사계산수도> 부분, 1744년, 비단에 수묵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화가라고 하면 안견, 김홍도, 장승업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처럼 손꼽히는 화원의 작품을 비롯하여 화원가문을 이룬 김득신․김석신 형제, 김두량․김덕하 부자의 작품, 그리고 여러명의 화원에 의해 그려진 왕실관련 회화가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이명기, <오재순 초상>, 비단에 채색, 152.0x89.6cm

전시는 크게 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화원이 왕실에서 공적으로 그린 그림이고 또 하나는 주문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다. 화원은 도화서에 소속되어 왕실과 조정의 각종 회사를 도맡았는데, 조정의 행사를 기록하는 기록화와 장식화를 비롯하여 왕의 초상인 어진과 공진들의 초상 그리는 일을 담당했다. 어진도사에 참여한 화원은 당대 최고 화가의 명예도 얻고 벼슬의 승급이나 말 지급 같은 포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초상에 뛰어났던 대표적인 화원으로는 이명기를 들 수 있다.


작자미상, <동가반차도> 부분, 19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 31.0x996.0cm.

기록화의 경우 대규모의 행사를 화폭에 옮기다 보니 크기가 크고 각 요소들이 매우 작게 표현되어 있는데 특히 전체 길이가 996cm에 달하는 <동가반차도>의 경우 전체가 펼쳐져 있어 눈길을 끈다. 고종, 명성황후, 순종의 행렬을 그린 이 작품은 정확한 제작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오보마가 붉은 보자기에 싸여 있는 점, 태극기가 그려진 점, 신식군복을 입은 별기군의 모습에서 1883년에서 189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이 작품이 더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관람자가 세부를 상세히 볼 수 있도록 최첨단 미디어 탭(Tab)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시방식은 관람자들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며 미디어의 발전이 전통회화에 접목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한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처음 아이패드, 갤럭시 탭이 출시되었을 때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냐는 듯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일상용품이 되버린 지금. 어떻게 쓰는 물건인고? 하는 궁금증 없이 누구나 자연스레 보고 싶은 부분을 확대하며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 시대의 변화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이인문, <강산무진도>부분, 비단에 수묵담채, 43.8x856.0cm,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보는데 있어 탭이 유용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이다. 총 856cm인 이 작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였는데 탭으로 부분부분 세세하게 보다보면 어떻게 이 그림만으로 한 권의 책이 쓰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만큼 다채롭다.


작자미상, <미원계회도>, 비단에 수묵담채, 95.0x57.5cm.


김홍도, <기로세련계도>, 1804년, 비단에 수묵담채, 137.3x53.2cm, 개인소장.

화원은 공적인 회사 외에 사대부 양반들의 청탁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문인들의 모임을 기념하는 계회도를 그리기도 했으며 자신의 필력을 바탕으로 화단에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기도 했다.


김홍도, 《병진년화첩》중, 1796년, 종이에 수묵담채, 26.7x31.6cm.


김홍도, <군선도>, 1776년, 종이에 수묵담채, 132.8x575.8cm.

화원들이 창안한 업적중 하나인 풍속화의 발전은 조선 후기 화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풍으로 김홍도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풍속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풍속화 이외에 다양한 화목에 두루 뛰어났으며 강세황이 극찬할 만큼 도석인물화에도 능한 화가였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19명의 신선을 세 무리로 나누어 그린 <군선도>를 들 수 있는데 김홍도의 신선도 중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이번 전시의 두 번째 테마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득신, <사계풍속도 8폭> 중, 1815년, 비단에 수묵담채, 95.2x35.6cm.

풍속도를 그린 화원은 비단 김홍도 신윤복 뿐만이 아니었는데 김득신이 그린 풍속화에서도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김석신, <수하일가도>, 종이에 수묵담채, 27.5x33.0cm. 

김득신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화원가문인 개성 김씨 집안으로 동생인 김석신과 김양신 또한 화원화가로  활동했다. 개성 김씨 가문의 화업은 김응환을 필두로 김득신의 아들인 김건종과 김하종에까지 이어졌다.


신한평, <화조도>, 1788년, 종이에 채색, 124.0x54.2cm.

미인도로 잘 알려진 신윤복 또한 아버지에 이어 화원화가로 활동했는데 신윤복의 작품이 잘 알려져 있는데 반해 그 수가 적게 남아있고 잘 볼 수 없었던 신한평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변상벽, <묘작도>, 비단에 수묵담채, 93.7x43.0cm, 국립중앙박물관.


조석진, <어락도>, 1901년, 비단에 수묵담채, 155.4x46.8cm.


김두량, <흑구도>, 종이에 수묵, 23.0x26.3cm, 국립중앙박물관.

"김두량은 윤두서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개 그림을 잘 그렸다"
-『동패낙송속(東稗洛誦續)』-

이 외에 특정 주제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려 변고양 또는 변계라는 별명이 있었던 변상벽의 작품과, 할아버지인 조정규의 화풍을 이어 어해화를 즐겨 그렸던 조석진의 작품, 개를 잘 그렸던 김두량의 작품, 선종화를 잘 그렸던 김명국의 달마도가 눈길을 끈다.


김명국, <달마도>, 종이에 수묵, 83.0x58.2cm, 국립중앙박물관.

특히 김명국의 선종화는 조선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갔을 때에도 많은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몇 개의 선만으로 표현했음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의양, <산수도>, 1811년, 종이에 수묵, 131.3x54.5cm, 부산박물관.

화원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그림이 있는가 하면 일본 화가의 작품을 방하여 그린 작품도 전하고 있는데 1811년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다녀왔던 이의양은 일본의 화가 타니분초의 그림을 방한 작품을 남겨 화원의 대외적 활동도 살펴볼 수 있다.

                                                     
장승업,<영모도 대련>중, 종이에 수묵담채, 135.5x55.0cm.   장승업,<유묘도>, 종이에 수묵담채, 136.0x52.8cm, 도쿄국립박물관

장승업은 고양이를 즐겨그렸으며 변상벽 이래 고양이를 잘 그린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묘도>를 볼 수 있다.   


김홍도, <송하맹호도>, 종이에 수묵담채, 90.3x43.8cm.

장승업의 <유묘도> 처럼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에도 눈길이 가지만 전시 중간 중간 눈에 익은 유명한 작품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혹시나 전시의 내용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 쉬는 동안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한국미술에 대한 강의를 볼 수 있으며  전시도록을 먼저 살펴볼 수도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보너스도 준비되어 있는데, 성인에게는 춘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는 도화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체험공간은 탭을 이용한 전시방식과 더불어 전시를 즐겁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된다.

조선화원대전은 앞 서 언급한 한국미술전시 세 가지 중 가장 긴 기간 동안 진행되며 중간에 교체 전시가 이루어진다. 내년에 이 전시의 자리를 대신 할만큼 '아주 괜찮은' 한국미술전시가 진행되기까지 한국미술전시에 솔솔 부는 바람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시정보
관람료 : 어른 7000원 / 어린이 4000원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 오전 10시30분~오후 6시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0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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