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박물관, 도서관을 만나다 - The Librarium 장 소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기 간 : 2011. 9. 22 ~ 2012. 2. 28
전 시 명 : 박물관, 도서관을 만나다 - The Librarium
장 소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기 간 : 2011. 9. 22 ~ 2012. 2. 28
도서관에 가서 우리의 유물이 실린 책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유물을 찾으라면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박물관, 도서관을 만나다>展을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전시는 전시를 개최하는 입장에도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자에게도 전시에 관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전시 타이들인 Librarium은 원래 도서관을 뜻하는 라틴어이나 이번 전시에서는 museum(박물관)과 library(도서관)의 합성어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전시 주제에서 그 의도가 드러나듯이 박물관은 또 하나의 유물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사실 박물관은 유물을 전시하는 곳, 도서관은 책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기에 별개로 여겨지지만 박물관은 또 하나의 도서관이기도 하며 도서관의 시스템이 박물관에서 실현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장식장을 채우고 있는 각종 대접과 접시류 등의 도자기 유물을 볼 수 있는데 유물 아래에는 각 번호가 매겨져 있어 마치 도서관의 서가를 연상시킨다. 이를 그저 도서관의 열람번호를 흉내 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번호는 우리에게 친절을 베푸는 번호이기 때문이다.
한쪽에 위치한 서랍장에는 유물카드가 보관되고 있는데, 유물번호에 맞는 카드를 찾아서 펼치면 작품설명은 물론이요 도자기 전시에서 보기 힘든 굽 면의 사진까지 총 3장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도자기의 경우 굽에 남은 굽 받침의 흔적에 따라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도자기를 감상하는데 중요시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자상감기사명포류수금문대접(靑磁象嵌‘己巳’銘蒲柳水禽文대접)
유물카드를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여느 전시와는 다른 점인데 전시되어 있는 유물의 바닥까지 볼 수 있어 전시에서 느끼는 단점을 보완하였다. 평소 유물 아래에 적힌 유물설명을 보는것에 익숙하기에 유물카드를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은 번거롭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저 전시되어 있는 대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에서 탈피하여 전시도록에서도 볼 수 없던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그 어느 설명보다도 친절한 것임에 틀림없다.
책거리병풍
이뿐만이 아니다. 선비의 서재’라는 소주제로 전시되고 있는 두 번째 전시실에서도 박물관과 도서관의 공존을 볼 수 있다.조선시대 선비 서재는 책을 보는 개인의 도서관이기도 했지만 골동서화가 놓여진 박물관이기도 했다. 그 당시 서재에 박물관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전시에서는 박물관에 서재를 채웠던 물품들이 옮겨져 있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석봉천자문(石峰千字文)
춘추(春秋)
사서삼경(四書三經),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행실도(行實圖)류의 유물과 서재를 채웠던 목가구와 문방사우(文房四友), 책거리병풍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석봉 한호(石峯 韓濩)가 쓴 천자문이나 규장지보(奎章之寶)가 찍혀 있는 춘추(春秋)등이 눈길을 끈다.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경연(經筵) 도장이 찍힌 자치통감강목은 세종연간 계미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경자자(庚子字)로 인쇄되었는데, 세종이 보던 책일지도 모르는 이 책의 구절 중에는 빨간 점을 찍으며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어 흥미롭다.
전적류를 e-book으로 제작하여 준비해 놓은 아이패드로 넘겨볼 수 있다.
흥미로움과 전시의 진면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펼쳐진 부분 외에 다른 면을 볼 수 있도록 어플로 제작되어 아이패드로 넘겨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이 또한 관람자에게 베푸는 친절함인데 관람자가 전시를 보면서 느낄 2%의 부족함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시를 통해서도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느낄 수 있지만 전시장 한켠에 책을 볼 수 있는 진짜 도서관도 마련되어 있다. 유물카드를 꺼내보고 아이패드를 통해 서책을 넘겨보는 등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전시 체험과 더불어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보며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특별함이요 또 하나의 매력이다.
특별전시를 보러 갔다가 특별함이 없어서 그 뜻에 무뎌졌다면 "특별"히 "기획"된 전시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 전시를 추천해 본다. 설사 "특별"을 찾지 못한다한들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관람시간 : 오전 10시 반 - 오후 6시
관람료 : 8000원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은 무료관람)
오디오가이드 대여료 : 2000원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전시 설명이 진행되고 있다. 설명을 들으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