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百年佳約 - 한 ․ 일 혼례문화에 담긴 마음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기 간 : 2011. 09. 02 ~ 12. 24
전 시 명 : 百年佳約 - 한 ․ 일 혼례문화에 담긴 마음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기 간 : 2011. 09. 02 ~ 12. 24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이 필 무렵과 찌는듯한 더위가 물러가고 “날씨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봄․․가을은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아지지만 결혼식이 많이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이 물러간 것을 체감할 무렵 우체통을 채우는 청첩장을 보며, 어떤 이는 옛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만큼 결혼은 사람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보다 더 더 오래전의 결혼식 모습은 어땠을까?.. 그저 사극에서 재현되는 모습을 보며 추측할 뿐인데,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백년가약(百年佳約)전시에서 그 시대의 혼례문화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너 나중에 나랑 결혼해야 돼!”라며 짝꿍에게 말할것 같은 어린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관람하는 모습을 보니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은 궁금해진다.
녹원삼(중요민속자료 제 63호), 조선 19세기 화관 / 족두리 / 은지환, 조선 19세기
단령, 조선 19세기 사선 / 사모 / 목화, 조선 19세기
단령은 조선시대 문무백관의 관복이었지만 서민의 혼례복으로 허용되었다.
한국의 전통혼례문화를 살펴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대의 결혼과의 큰 차이점은 의복이라고 할 수 있다. 혼례 당일만큼은 신분과 예법을 초월하여 가장 화려한 복식을 착용하는 것이 허락되었는데 신랑은 단령을 신부는 활옷이나 원삼을 입고 용잠 등의 장신구로 치장하였다.
1990년대 드레스 , 앙드레김
사주편지, 1930년, 종이에 먹
"엎드려 생각하건대 중춘계절에 존체 만강하신지요
저희아이의 혼사를 이미 허락받아...(중략) 사주단자를 보내오니 빨리 결혼일자를 정하길 바라옵니다.(하략)"
혼례절차를 살펴보면 현대에 중매라고 일컬어지는 의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시작되는데 혼인할 것을 합의하면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청혼서와 신랑의 사주를 보내고 신부 집에서는 택일 날짜를 적은 연길송서를 보낸다. 신랑 집에서는 약혼의 표시로 혼서지와 혼수품 내역을 적은 물목단자를 납폐함에 담아 신랑과 함진아비를 통해 신부의 집으로 보내고 그 후에 혼례식이 거행된다. 신부가 준비한 혼수품을 살펴보면 자신의 옷과 버선, 골무, 주머니, 장롱, 바느질 용구 등이었는데, 요강, 대야, 화로는 현대의 혼수품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전통 혼례에서는 혼례식을 마친 것으로 끝이 아니며 3일째 되는 날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댁으로 가서 폐백을 드리고 3일 후 술과 떡을 준비하여 친정에 가는 근친(覲親)을 마쳐야 혼례가 끝난다.
옛 혼례 모습을 재현한 매체를 보다보면 여러 사람이 신혼방 문 앞에 모여 손가락으로 문풍지를 뚫고 신랑신부의 모습을 훔쳐보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재현해 놓은 신혼방을 보니 그와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목가구와 그 위에 올려진 청화백자 술병과 술잔, 그리고 그림.. 이국땅의 어느 호텔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은은한 매력이 느껴진다.
우치카케, 일본 20세기 우치카케, 일본 20세기
신랑예복 일습, 일본 20세기
전시장 한켠에서는 일본의 혼례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양국의 혼례문화의 다양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본의 혼례는 중매인을 통해 두 집안의 혼인 의사를 확인한 수 혼인을 결정하는 콘약꾸로 시작하여 예물을 교환하는 유이노, 본식, 친척과 주변인에서 소개하는 히로엔의 절차로 진행된다. 신부는 혼례복으로 우치카케를 입었으며 ․색이 변하지 않듯 혼례의 서약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 신랑의 검은색 예복에는 가문의 문장을 새겨넣었다. 신부의 우치카케는 흰색의 시로무쿠와 화려한 색상의 이로우치카케로 나누어 지는데, 우치카케는 소나무와 학을 수 놓아 신부의 행복을 빌었고 이로우치카케는 피로연에서 입어 일상생활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구운몽 6폭 병풍 中, 조선후기, 비단에 수묵담채
한국의 혼례복이 은은한 멋을 지녔다면 일본의 혼례복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느낌이 드는데, 한국의 백자나 목가구가 소박하면서 고아한 멋을 지녔고 일본의 장벽화나 우끼요에가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것처럼 혼례복에도 그 나라의 미감이 반영된 듯하다.
목제 기러기, 조선 19세기
혼례를 위해 신부집에 온 신랑은 신부집 가장에게 기러기를 올리는 전안례를 행하였다. 기러기는 부부 사이가 좋고 다른 상대와 짝을 짓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혼례나 백년가약 대신 웨딩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 것처럼 혼례절차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참 많은 것들이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옛 어른들의 얼굴도 못보고 결혼했다는 말, 어찌보면 조건을 보지 않고 결혼해서도 백년해로 하며 잘 살았다는 말과도 같다. 백년가약! 말 그대로 백년을 두고 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라는 의미가 실천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의 뜻이 많이 퇴색되고 있는 듯 하다. 남들만큼 또는 남들보다 더 나은 결혼이 되고자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모습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도 한다. 그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 양가 부모와 가족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것에 의미를 뒀던 전통혼례에 관한 전시를 보며 결혼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