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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박한 멋이란 이런 것! -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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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 장 소 : 두가헌갤러리 기 간 : 2011. 08. 26 - 09. 25


전시명 :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
장   소 : 갤러리현대 / 두가헌갤러리
기   간 : 2011. 08. 26 - 09. 25

목가구를 바라보노라면 옛 시골집 마루가 떠올라 정겨운 마음이 든다. 또한 여성들의 몸단장 용품을 넣어놓는 빗접이나 앉아서 거울에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좌경은 현대여성들에게도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목가구를 쉽사리 구매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현대식 생활공간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경상이나 사방탁자, 문갑이 있다고 한들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또 사방탁자위에 무엇을 올려놓아야 할지부터가 고민되기 때문이다.

옛 목가구를 갖지는 못하더라도 봄으로서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갤러리현대와 두가헌갤러리에서는 화가들이 애호했던 조선시대 목가구를 전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김환기, 장욱진, 서세옥, 이우환, 송영방, 김종학 등 작가들은 단아하고 격조 높은 장식품이었던 조선 목가구에 매료되어 소장하기도 하였는데, 이번 전시는 화가들의 미감을 자극했던 목가구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환기 화백이 소장했던 이층사방탁자, 19세기

"아버지는 탁자같이 위험하고 부피가 있는 물건은 손수 어깨에 짊어지고 운반하셨답니다.
지금생각하면 아버지는 그 당시 무겁다는 생각은 추호도 느끼지 않으시고
오직 즐거움으로 가득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김금자(김환기 화백 차녀)

목가구의 멋은 특별한 꾸밈없이도 고아한 멋을 자아내는데 있는데, 사방탁자의 경우 가느다란 골재와 층널로만 구성되어 단순해 보이지만 좁은 한옥 공간에서 기물을 안정되게 올려놓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김환기 화백의 이층사방탁자 또한 단순해 보이지만 질리지 않는 멋을 가지고 있어 우리를 매료시킨다. 김환기 화백은 골동품을 사서 모았는데 탁자 같이 위험하고 부피가 있는 물건은 손수 어깨에 짊어지고 삼청동 고개를 넘고 산을 넘어 성북동 집까지 운반했다고 한다. 아끼는 마음, 애호하는 마음이 무게보다 컸기 때문에 무거움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김종학화백이 소장한 문갑, 19세기

문갑은 일반적으로 창문 아래쪽 공간에 배치하고 생활에 유용한 소품들을 올려놓아 장식하고 문서나 기물들을 보관하는데 사용되었는데, 김종학 화백의 문갑은 먹감나무 무늬가 산과 같으며 엄숙한 사각미를 깨는 원형의 주석 장식이 그 멋을 한 층 드높인다.

    
        이우환 화백이 소장한 이층책장, 18세기                                    송영방화백이 소장한 연상

조선조 목기를 바라보노라면 그 기막히게 어정쩡한 작품성에 웃음이 나온다는 이우환 화백의 이층책장도, 송영방 화백의 연상(벼루집)도 우리의 눈을 매료시키는 그들의 그림처럼 그들을 매료시킨 애호품들이다.


장욱진화백이 소장했던 재떨이, 19세기

"이 재떨이는 김형국 선생이 선물하신 것인데 아버지께서 건강하실 때는 이 재떨이를  늘 끼고 다니셔서
재떨이를 보고 아버지의 행동반경을 알 정도였다.
언젠가는 어머니께서 과일을 깎으시고 껍질을 그곳에 놓으시니 아버지께서 얼른 치우신다."
-장경수(장욱진 화백 장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라고 묻고 싶은 이 둥근 물건은 장욱진 화백이 기름을 칠해 손질할 만큼 아꼈던 재떨이라 하니 목가구의 매력은 어찌보면 이우환 화백의 말처럼 어정쩡함. 지나칠 수 없는 어정쩡함과 매력적인 밋밋함에 있는것이 아닌지 싶다.

그렇다고 목가구에 무늬가 없는 것만도 아니다. 서세옥화백의 빗접에는 구름과 학, 매화와 새, 연꽃과 오리, 국화와 괴석, 석류와 꿩 등 길상문양이 조각되어 있어 부귀영화, 입신출세, 자손번창, 불로장수 등의 기원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양에도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멋을 자아낸다.


경상, 19세기
경상은 사찰의 종교적이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사용되었는데, 두루마기귀는 권책또는 접책으로 엮어진 경전등을
펼쳐볼때 양끝으로 떨어지는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탁상, 19세기
길이 200cm가 넘는 탁상으로 선비들에게 필요한 문방제구를 배열하거나 서찰을 쓰는 용도였을것으로 짐작된다
.


망건통, 19세기
망건은 상투를 틀어올린 머리카락을 동여매는 띠를 말하는데, 망건은 말아 뭉쳐서 넣어 두므로
망건통은 작게 제작되었다. 또한 양 측면에 고리를 달아 끈으로 벽면에 매달 수 있게 하였다


목침, 19세기
중심의 커다란 공간은 통풍의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향상, 19세기
서랍은 오동나무 판재로 당김쇠장석 없이 손을 하부로 넣어 당겨 내는 구조인데 이는 금속장석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이 밖에도 처마 끝처럼 끝이 살짝 올라간 경상이나 글을 읽고 쓰는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춘 간결한 서안, 검소한 선비용품인 망건통, 통풍을 고려한 목침, 행로와 향합을 올려놓는 향상등도 제각기 소탈한 미를 뽐낸다.

전시에서는 목가구와 어울리는 달항아리나 사군화와가 어우러져 그 멋을 한 층 더하는데, 무늬 없이도 넉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달항아리와 도덕적 가치를 상징하는 사군자화, 그리고 화려함 없이도 빛을 발하는 목가구의 어우어짐은 한국적인 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마지막 버티기에 들어간 늦더위를 가을바람은 아랑곳 하지 않는 시기-
소박함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확인하러 삼청동 나들이에 나서본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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