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보자기 - 어울림의 예술 장 소 : 신세계갤러리 기 간 : 2011. 08. 28 - 10. 17
전시명 : 보자기 - 어울림의 예술
장 소 : 신세계갤러리
기 간 : 2011. 08. 28 - 10. 17
서울역-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 보따리를 들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타고 갈 기차를 기다리는 귀성객들이 가득한곳. 입석기차라도 몸을 실을 수만 있다면 몇 시간 서서 가는 고통쯤이야 감내할 수 있는 마음. 약 10여년 전만해도 흔히 볼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명절날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부모님들이 상경하는 경우가 늘었으며, 마음을 담았던 선물보따리 대신 용돈을 담은 봉투 한 장을 주머니에 꽂고 고향 가는 시간을 반으로 줄여주는 KTX에 몸을 싣는다. 가는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손이 가벼워졌다고 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줄어들었을리 만무하지만은 정겨운 풍경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진다.
이제 또 다시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백화점은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서울역보다 북적거리는 곳이 되었다. 한눈에 여러 상품을 볼 수 있고 배송까지 해주니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다양한 선물들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보자기 포장인데, 보자기에 담아주는 상품을 보노라면 제대로 된 선물을 산 것 같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백화점에서 보자기에 담길 선물을 사기전에 이 전시를 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에 위치한 갤러리에서는 한국자수박물관의 소장품인 모시조각보, 비단조각보, 자수보 등 17세기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의 보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명절이 다가오는 시점에 그것도 백화점갤러리에서의 전통보자기 전시라니 때와 장소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머니형 조각보, 조선 19세기
안에 물건을 넣고 끈으로 묶어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보자기는 물건을 주고받을 때 그 물건을 싸거다 덮어 보호하면서도 아름답게 장식하는데도 쓰였는데, 복을 싸 둔다고 하여 ‘복“이라고도 불리었다. 보자기는 넓이가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는 무엇이든 구애 받지 않고 포장할 수 있으며 무한 변형이 가능하여 다채로운 활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화조문 수보, 조선 1653년
궁중용 보자기로 각종 꽃문양을 비롯하여 학과 괴석 등의 길상문이 어울어져 있다.
보자기 뒷면에는 1653년 10월(孝宗癸巳十月)이라는 글씨가 수놓아져 있어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다.
도주문보, 조선 19세기
도주문보는 궁중에서 썼던 보자기로 도주(陶朱)라는 글자가 수 놓아져 있다.
도주란 기원전 5세기경 춘추시대 사람인 범여를 가리키는 말로 벼슬을 버리고 상업으로 커다란 부를 쌓았기 때문에
큰 부자가 되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수복문자문 수보, 조선 19세기
대칭으로 구성된 꽃가지 사이에 수복(壽福) 두 글자가 있다.
사주단자보, 조선 19세기
사주단자를 전할 때 넣었던 보자기로 연길보라고도 불리었다.
마주보는 두 귀가 이어져있고 다른 두 쪽에는 끈이 있어 묶을 수 있도록 했다.
가로수문 수보, 조선 19세기
수보는 주로 관동지방에서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나무 무늬가 주로 나타난다.
수보는 혼례 등의 길사에만 쓰였는데, 이 때문인지 壽福(수복)등 길상의미를 지닌 문자가 새겨져 있거나 나무, 꽃, 학, 봉황, 공작 등 문양을 수놓아 민간신앙적 요소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현재 전해지는 수보는 대개 강릉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에서 나온 것으로 관동지방의 토착적인 자생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다.
조각옷보, 조선 19세기
한쪽 끝에 길이가 다른 끈을 달아 나머지 귀퉁이를 접고 그 끈으로 묶도록 했으며,
끈쪽에 나비와 꽃무늬를 수놓아 장식적 효과를 두었다.
모시조각보, 조선 19세기
명주조각보, 조선 19세기
끈이 달린 네 귀에 천을 덧대어 장식효과와 실용성을 강조했다.
흑색화문 모시보, 조선 19세기
한가지 흑색모시로 만든 보자기로 중앙에 홀치기 기법으로 대칭되는 꽃무늬를 나타냈다.
조각보는 쓰고 남은 천 조각들을 이어서 만든 보자기를 말하는데, 바느질 하다가 남은 자투리 천을 ‘맘부’ 라는 반주머니 형태의 보자기에 모아두었다가 활용한다. 궁보 중에는 발견된 예가 드문 편으로 주로 일반 서민층에서 만들어졌다. 조각보는 천 조각을 마름질한 형태와 색상의 조화가 어우러져 구성되는데,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용도로 쓰였다. 또 전혀 사용한 흔적이 없는 것도 있어 특정한 목적을 염두해 두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조각보는 남은 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옛 조상들의 지혜를 볼 수 있으며 색상의 조화와 전체색조의 통일성에서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솜씨와 탁월한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전시를 보고 나면 명절선물 살 때나 볼 수 있는 보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해 보게된다. 쓸모없는 천은 많지만 실제로 보자기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가운데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준비된 활동지는 어른에게도 좋은 체험거리가 된다.
주발바리보, 조선 19세기
주발보(남자용) 바리보(여자용) 1쌍으로 결혼할 때 부부용으로 신부가 준비해 간 것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 아침프로에서 명품 백을 살 때 담아주는 쇼핑백이 20000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쇼핑백을 사는 사람이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은 생소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의 입장으로는 동감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일회용이나 다름없는 쇼핑백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 수가 늘어가는데 반해 우리의 보자기가 실생활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보자기가 다양하게 활용되며 그 아름다움이 더욱 널리 알려지기 바라는 마음이다.
* 전시정보
관람료 : 무료
전시도록 : 20000원 (도록을 구매하면 예쁜 보자기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