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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 - <여름 생색>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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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여름생색展 장 소 : 공아트스페이스 기 간 : 2011.08.17-30

전시명 : 여름생색展
장   소 : 공아트스페이스
기   간 : 2011.08.17-30

 

인사동 거리에 흔한 것이 부채라. 여름에는 오다가다 더우면 하나씩 사들고 조금 쓰다가 이사람 저사람한테 건네주기는 했었다.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鄕中生色 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에 무릎을 치게 된다. 부채 하나로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햇볕도 피하고, 허전한 손에 운치를 더하기도 하고 자체로 아름답기도 한 부채. 조선 말기까지 매해 단오에 부채를 만들어 진상하고 임금은 그것을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부채에 글씨와 그림을 써넣는 풍속 덕에 기능을 넘어서 풍류와 문화를 전해주는 매체가 되기도 하니 그야말로 여름 생색에는 부채만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지만 부채 전시라니 구미가 돋는다. 고미술의 부채그림 외에도 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부채" 관련 시도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원 김홍도의 <임수간운도>이다. 수려한 산수를 대범한 구도로 그려 넣은 작품으로 시원한 여름 계곡의 정취가 느껴진다. 심산유곡에 고사 둘이 마주보고 앉아 한가로운 여름을 즐기고 있다. 김홍도 50대 무렵의 작품으로 생각된다. 왼편의 화제는 '개울물이 다 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구름이 피어나는 때를 바라보네'라고 적혀 있다. 이 시는 남종화의 시조인 당의 왕유가 산거 생활을 읊은 시의 일부로, <개자원화전>에 실려 조선 후기에 가장 많이 애용된 제시 중 하나이다.


김홍도, 임수간운도, 종이에 수묵담채, 24*55cm

긍재 김득신의 <종리선인도>는 파초선을 들고 있는 종리권을 그린 것으로, 추사 김정희가 제사를 남긴 작품이다. 종리권은 8선 가운데 한 사람이며, 중국 당나라 말에 생존했던 인물로 세속에서 벗어나 은거하며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부리부리한 눈과 툭 튀어나온 배를 지닌 이 선인의 모습에 대해 추사는 다음과 같이 써 넣었다. 

碧瞳皤腹, 是豈我眞         푸른 눈, 불룩한 배 이 어찌 나의 참 모습인가
人若覓我, 視此壺中之烟     나를 보고자 하면, 이 호리병의 연기를 보라


김득신, 종리선인도, 비단에 수묵담채, 85*44cm

특별전 공간에서는 이밖에도 심전 안중식, 소정 변관식, 심산 노수현, 운보 김기창, 이당 김은호 선생의 부채그림을 볼 수 있으며, 그 외 공간에서는 다양한 현대 작가의 부채그림, 또는 부채를 테마로 한 현대적 설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임만혁, <복날>, 종이에 목탄, 23.5*73.5cm, 2011 (부채 : 김대석 장인)


이동환, <박쥐>, 혼합재료, 45*48cm, 2011


최문석, <부채춤>, 모터장치, 복합매체, 가변설치, 2011

전시 공간 한편에서는 합죽선과 접선 장인의 부채제작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그림이 들어가지 않은 부채 자체에 들어가는 정성과 기능,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보다보니 몇천원 짜리 말고 제대로 된 합죽선 하나 꼭 가지고 싶다는 물욕이 꿈틀거렸다.


김동식 장인의 합죽선 제작과정

별다른 더위랄 것도 없어 부채 생각도 간절하지 않았던 여름을, 여러 가지 다른 상상을 하고 있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듯 어색하지만 흥미로웠던 부채 전시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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