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절개의 상징- 사군자 장 소 :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 기 간 : 2011년 05월 24일 ~ 2011년 09월 25일
전시명 : 절개의 상징- 사군자
장 소 :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
기 간 : 2011년 05월 24일 ~ 2011년 09월 25일
6월의 따가운 햇살에도 한가로운 박물관 나들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라북도에서 출토된 고고미술품이나 지역과 연관된 한국미술 작품들, 공예, 민속과 관련된 소장자료를 전시하는데, 지역 내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좋은 경험을 나눠줄 수 있도록 배려하여 잘 운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획전시실, 고대문화실, 미술실, 민속실 등의 전시실 중 ‘미술실’에서는 ‘절개의 상징-사군자’展이 진행되고 있다. 독립된 하나의 특별전으로 보기에는 다소 작은 규모이지만 미술실 한 쪽에서 분위기 있는 사군자 작품을 하나씩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포함된 작품은 석파 이하응(石坡 李昰應, 1820~1898)의 묵란도, 항일운동가 긍석 김진만(肯石 金鎭萬, 1876~1934)의 묵매도, 낭곡 최석환(浪谷 崔奭煥, 1808~?)의 매화와 국화, 항일운동가 염재 송태회(念齋 宋泰會, 1873∼1943)의 묵죽도 병풍 등이다.
석파 이하응, <난초墨蘭圖>, 종이에 먹, 122.0×33.0cm
난법으로 이름을 떨쳤던 석파의 <묵란>은 역시 가장 완성도 있는 필력을 보여준다. 위아래로 긴 화폭에 바위 위 부분과 아래 부분에 자리잡은 난들을 대칭되게 그린 두 폭의 그림은 시원스럽고도 조화로운, 긴장되면서도 안정된 아름다움이 보인다.
<묵매도>를 그린 대구출신의 김진만은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자신의 재산을 바쳐 항일운동을 한 인물이다. 군자금 모금을 위해 대구 부호인 장인의 집에 침입하였다가 체포된 바 있다. 10년의 징역 기간과 출감 이후의 시간, 그는 학문과 서화에 정진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매화도 그러한 세월의 고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리라.
<묵죽도>의 염재 송태회는 전남 화순 출생으로 전북 고창에 오성고보를 설립한 교육자로 많이 알려져 있다. 민족교육적인 학풍을 추구하여 교육을 통해 항일을 한 인물이다. 그의 대나무 팔폭병풍은 전북에서 꿋꿋이 후학을 양성하였던 그의 인생을 되새기게 해 준다.
<묵매국도>의 낭곡 최석환은 전북 임피 출신으로 포도 그림을 많이 그린 조선 후기의 화가이나 개인적인 생애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바가 거의 없다고 한다. 사군자에 맞춰 전북 출신의 인물이 그린 국화 그림을 찾게 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좀더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은 있다.
낭곡 최석환 崔奭煥(1808~?) <국화와 매화 墨梅菊圖> 종이에 먹 90.0×55.5cm
솔직히 큰 규모의 전시에서라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을 작품들이지만, 국가와 대의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의 인생과 작품을 오버랩하여 보면서 절개의 상징인 사군자를 그려냈던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사군자 특집전시와 더불어 미술실에 상설 전시 중인 조선왕실 관련 서화도 보존을 위하여 전면 교체 전시하였다고 한다. 교체 전시의 주제는 ‘왕의 글씨’로 인조와 그의 아들 효종, 숙종에서 정조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왕들의 글씨, 그리고 흥선대원군과 마지막 황제 순종의 글씨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주국립박물관에서는 현재 범음구, 금강유역에서 출토된 청동기, 철기 문화 등 소규모의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고, 상설전시로 고려시대의 청자와 백자, 지역의 민속, 공예 작품, 박물관 내의 모든 유물들이 적절하게 잘 소개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전주시민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는 명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 모두 무료 입장. 도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