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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빛에 취한 해당화나 비에 젖은 배꽃보다도 아름다워라 -「단장(丹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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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단장(丹粧) 장 소 : 신세계갤러리 기 간 : 2011.5.27~7.4


전 시 명 : 단장(丹粧)
    장     소 : 신세계갤러리
     기     간 : 2011.5.27~7.4

 

 

쇼핑도 하고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얼마 전 시가 300억원대로 추정되는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Sacred Heart)를 구입하여 이슈가 됐던 신세계 백화점(본점)이다. 마치 선물을 포장한 듯 풍성한 하트모형의 보랏빛 조형물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설레게 한다. 이 설레임과 풍성함 뒤에서 마치 수줍은 듯 단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옛 물건이 있었으니 신세계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단장(丹粧)" 전에 출품된 옛 여인의 장신구이다.

 

옛 여인들이 사용했던 용품은 제프쿤스의 작품이 가진 화려함도 풍성함도 없지만 단장을 하는 여인의 손길에 담긴 정성스러움이 가득 배어있다.

요즈음에는 화장용품이 셀 수 없이 많아졌지만 전통적인 화장재료는 연지, 분백, 미묵, 머릿기름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그것만으로 단장하고도 세기가 지나고도 아름다움으로 이름을 남긴 황진이, 장녹수와 같은 여인들은 얼마나 아름다웠단 말인가..

 

                          
청자상감모란문유병, 고려 13세기                                            목제빗, 10세기 초

청자상감국화문유병, 고려 13세기    청자음각모란문유병, 고려 12세기  청자철화당초문유병, 고려 12세기
납작한 타원형의 유병은 향유나 머릿기름을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자상감국화문소병, 고려 13세기
국화, 버드나무, 갈대, 철새가 상감된 소병은 향유병으로 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근래에 들어 스마트폰의 화면이나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어 거울의 기능이 많이 상실되었지만 그래도 꽃단장하는데 거울이 필수품임에는 틀림없다. 옛 여인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천경자, <단장>, 1950년대, 비단에 채색, 43.5x36.5

언약을 하고서도 님은 어찌 늦나
뜰의 매화는 벌써 지고 있는데
문득 가지위의 까치소리 들려오니
부질없이 거울 들고 눈썹을 그려보네

-허난설헌, 규정閨情, 여인의 마음-

 


 

(좌) 경대, 조선 19세기 말
화장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서랍이 있는 경대는 여자가 혼인할 때 가져가는 혼수 품목중의 하나였다.
(중) 목침형 거울, 조선 19세기 말
목침기능을 함께 하는 거울은 주로 은행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대부분 전라지역에서 제작되었다.
(우) 접이형 거울, 조선 19세기 말/20세기초
일명 앉은뱅이 거울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는데, 풍속화 속에 등장하는 거울을 통해 기녀들도 이와 같은 거울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나를 잊지 마세요"  여인들의 장신구는 말그대로 꾸밈에 사용하는 물건이기도 했지만 어떠한 징표이기도 했으리라. 여인의 꾸밈에 일부였던 장신구는 내 마음인듯 정인의 손에 쥐어주는 귀중품이기도 했다.

보석투각삼작노리개, 조선 19세기
비취, 밀화, 백옥을 주체로 한 삼작노리개

보배로운 이 순금으로 예쁜 무늬 새겨 만든 반달 노리개
시집올때 시부모님께서 주신 것이라서 붉은 비단 치마에 늘 차고 지냈지요
오늘 길 떠나시는 당신꼐 드리오니 당신의 옷자락에 차고 다니세요
길 가시다가 버리는 건 아깝지 않지만
새 여인 허리띠에는 매어주지 마세요

-허난설헌 흥에 겨워서遣興-

                                                      

                   은칠보안경집노리개, 조선 19세기                               밀화단작노리개, 조선 19세기
                                                                        복숭아형 노리개는 장수를 뜻하며, 여성 장신구의 주된 소재였다.

논개가 비장한 각오로 열 손가락 마디마디에 끼웠던 가락지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인에게 반지란 장신구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물건이니. 시간이 지나도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반지의 의미와 그 뜻은 변함이 없다. 

옛날에 황후와 비, 첩이 황실에 있을때 황제와
잠자리를 할 때는 은반지를 끼고 들어가고,
임신하면 금반지를 끼고 나온다.
들어갈 때는 오른손에 반지를 끼고
나올 때는 왼손에 낀다.
요즘 가락지가 있는데 이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경요의五經要義』

 

은칠보박쥐문가락지, 조선 19세기                은가락지, 조선 19세기                     옥가락지, 조선 19세기
       칠보는 봄과 가을에 주로          은, 백동, 동으로 된 무늬없는 가락지는      옥가락지는 밀화 가락지와 함께
       끼었다고 알려졌다.                         서민층에서 사용하였다.                     상류층 부녀자가 사용하였다.

비싸고 좋은 물건이 넘치고 넘처 그 독자성을 잃은 시대이기에 손 때 묻은 옛 물건들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단장할 용품을 찾아 발 들인 백화점에서 옛 여인들의 화장용구와 장신구를 본 후 썩 마음에 드는 단장용품을 찾지 못하는것은 미련한 욕심인걸까..

                              
   은칠보귀이개형뒤꽂이, 조선 19세기                                            뒤꽂이. 조선 19세기
    뒤꽂이와 귀이개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꽃과 나비는 부부간의 화합을 의미한다.

옛것이 주는 단아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이는 빠른 변화만 추구하는 현대사회가 앗아간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정명조, <미의 파라독스>, 캔버스에 유화, 162.2x97.0

“단장丹粧” 이라는 말은 고려시대 기록부터 나온다고 한다. 미의 기준은 변화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을 꿈꾸었던 여인의 마음은 강산이 수천 번 수만 번 변한다 한들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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