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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남과 변화’라는 드라마 - 「근대 일본이 본 서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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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근대 일본이 본 서양 장 소 : 서울대학교미술관 1,3갤러리 기 간 : 2011.4.20~5.29

전시명 : 근대 일본이 본 서양
장   소 : 서울대학교미술관 1,3갤러리
기   간 : 2011.4.20~5.29

 

동양의 항구에 서양의 상선이 들락거리기 시작한 이래, 동양미술에 큰 변화를 준 요인 중 하나가 서양미술임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 미술의 발전에서 서양문화의 수용은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서울대미술관이 마련한 이 전시는 일찍이 서양문화를 접했던 일본 미술이 소재, 형식면에서 어떻게 서양문화를 수용하였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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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고칸 (司馬江漢, 1747-1818), <이국풍경인물도(異国風景人物図)>중 남성도,
1790년대, 비단에 유채, 114.9 x 55.6 cm

고베시립박물관과 서울대미술관의 교류전시로 고베에서 80점의 작품이 대여되었다고 하는데, 고베시립박물관이 자랑하는 미술 소장품 가운데 엄선한 에도 시대에 일본에서 제작된 양풍화, 우키요에, 판본, 양서 등 주요 자료가 가득하다. 1982년 개관한 고베시립박물관의 슬로건은 ‘국제문화 교류, 동서문화의 만남과 변화’라는 테마이며, 중심 소장품은 연구자이자 수집가였던 이케나가 하지메의 7,500여 점 미술자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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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우타마로  (喜多川歌麿, 1753-1806), <메가네에 장치를 보고 있는 귀여운 인상의 여인
(婦人相学拾躰かはゆらしき相)>, 1792~93년, 종이에 목판인쇄, 58 x 45 cm

전시의 흐름은 근대 일본 역사나 문화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다섯 주제로 나뉘어 설명되었다.

1. 에도시대의 나가사키 무역
2. 중국으로부터의 새로운 바람- 남빈풍의 유행
3. 선적된 네덜란드 서적과 양풍화
4. 에도의 3대 서양화가 고칸, 덴젠, 라이슈
5. 우키에와 메가네에

18~19세기 일본인들의 적극적인 수용의 자세 해외문화의 흡수, 미술에 있어서의 독특한 변용 과정은 에도양풍화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18세기는 실학정신이 기반이 된 박물학의 시대로 대대적인 본초학 연구가 이뤄졌다. 자연물 도감 편찬을 위해 사물의 실재감 표현이 중요해졌고, 일본으로 흘러들어온 도도네우스의 『식물도감』, 욘스톤의 『동물도감』, 쿨무스의 『해부도표』는 화가들에게 중요한 교본으로 읽혀졌다.


히라가 겐나이 (平賀源内,1728-1780), 『물류품척 (物類品隲)』, 1763년, 목판인쇄, 26.2×18.2 cm


고버트 비드루 (Govard Bidloo, 1649-1713),『 해부서 (Onteleding des menschelyken lichaams)』,
1728년,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간행, 52.5×36.5 cm


오하라 게이잔  (小原慶山, 1733- ?), <내금도권 (来禽図巻) >, 에도 시대, 18세기초기,
비단에 채색, 30.8×588.9 cm

네덜란드 학술 서적의 삽화는 세밀하게 묘사된 동판화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일본의 양풍화가와 부세회(우키요에 浮世絵) 화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며 동판화 기법 자체가 근대 일본화의 서양식 표현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동판화는 목판으로는 잘 표현할 수 없는 지도, 해부도 제작에 이용되었으며, 육필로는 가능하지 않은, 사람의 눈을 의심케하는 미세한 묘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갔다.

근대 일본 회화를 살펴 볼 때 서양에서 기원한 사실적 표현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전시를 통해 일본 화가들이 해부학 서적을 번역하거나 삽화를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서양화의 기법 뿐 아니라 난학(란가쿠 蘭學)의 과학적, 합리적 관점 수용에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시바 고칸  (司馬江漢, 1747-1818),  <에도의 미메구리 풍경(三囲景) >, 에칭, 28 x 40.4 cm

16~17세기에 융성했던 제1기 양풍화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 온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진 책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사실주의 기법이 그 특징이다. 이후 제2기 양풍화는 뒤늦은 쇄국체제가 이뤄졌던 18세기 말엽, 에도를 중심으로 시각과 표현기법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서양식 회화 즉 3차적인 공간감, 선원근법(투시도법)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1639년 기독교 포교 목적의 무역을 마땅찮게 여긴 도쿠가와 막부는 포르투갈 상선의 일본 입항을 금지하게 된다. 유일한 교역 국가는 네덜란드였는데 나가사키의 네덜란드 상관을 통해 한정적으로만 들어올 수 있었다. 학술서적의 유입으로 서양인 지도자 없이 자발적인 양풍회화가 탄생하게 되는 시기이다.


우타가와 구니사타 (歌川国貞, 1786-1865), <서리가 내릴 것 같은 한밤의 풍속: 등불을 켜는 여인
(星の霜当世風俗 行燈) >, 1819년, 다색목판인쇄, 35.4 x 24 cm

서양의 영향이 컸다고는 하나, 일본 화가들의 기초 학습은 중국화였음을 전시는 지적하고 있다. 장식적 경향의 취향 때문인지 주로 심남빈(沈南蘋, 1682-1780) 등 청대 화조화 영향을 볼 수 있고, 조선 민화 등의 유입도 강했다고 한다.

에도시대의 풍속화에 나타나는 서양식 표현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표현 방법의 기원이 서양에 있는 경우인데, 선원근법, 지면에 드리워진 그림자, 사물의 양감과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한 음영 처리 등을 들 수 있고, 두 번째는 모티브가 유럽이나 미국의 인물, 풍경에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림 속에 이들 요소를 넣고자 하는 노력은 자못 집착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대단한 열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타카와 구니요시  (歌川国芳, 1797-1861),  <24효동자감 (二十四孝童子鑑) >, 1843-44,
다색목판인쇄, 25.8 x 37.6 cm 


필자 미상 (筆者不詳), <중국궁정도>, 1796-96년, 종이에 채색, 113.3 x 228 cm

 
우타카와 히로시게 (歌川広重, 1797-1858), <에도 100경: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
(名所江戸百景 猿わか町よるの景)>, 1857년, 종이에 목판 채색인쇄, 33.3×48.0cm


우타가와 구니요시 (歌川国芳, 1798-1861), <아후미야 몬히코 (あふみや紋彦)>, 1818-1844년경,
종이에 목판 채색인쇄, 33.3×48.0cm

예술작품이라기보다 장난감에 가까웠던 메가네에가 전시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18세기 말 런던과 파리의 부유층이 반사식 안경장치(노조키메가네 のぞき眼鏡)와 안경회(메가네에 眼鏡絵)를 즐기고 있었고, 일본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교토와 에도의 부유층도 그것을 감상하고 있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스즈키 하루노부 (鈴木春信, 1725-1770), <高野の玉川>, 1765-70년,
종이에 목판인쇄, 48.2 x 43.5 cm

* 메가네에는 유럽에서 기원한 것으로 중국에서 제작된 기구와 그림이 1750년대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키에란 메가네에와 달리 기구를 활용하지 않고 선원근법을 활용한 18c 중엽부터 19c 초에 걸쳐 제작된 우키요에를 총칭해서 우키에라고 부른다.

서양인들을 매료시켰던 풍경화의 대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는 우키에와 서양의 동판화를 의식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푸른 하늘과 적란운은 에도 시대의 서양식 풍속화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수입안료인 프러시안 블루를 사용하여 강렬한 파랑이 가져오는 신기함과 서양적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접하기 쉽지 않은 그림들과 함께 비교 참조 자료를 곁들인 친절한 설명으로 알찬 관람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근대 일본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전시.

* 서울대생은 무료지만 일반인은 3,000원의 관람료가 있다. 관악구민, 서울대생 동행 등의 할인이 가능하다. 리플렛은 없고 도록은 3만5천원.


photographyⓒ2011 Kobe CITY Museum.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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