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松竹, 푸른 소리, 맑은 향기 _2010 가을 특별전 기 간 : 2010년 11월1일~2011년 1월29일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전시명 : 松竹, 푸른 소리, 맑은 향기 _2010 가을 특별전
기 간 : 2010년 11월1일~2011년 1월29일
장 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옛 사람들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치를 배우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매란국죽의 네 식물을 사군자로 일컬으면서 한갖 식물에 '군자'라는 호칭을 붙여 그것을 닮아 군자의 품성을 가꾸고자 했던 것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를 추위를 견디며 자신을 꿋꿋이 지켜내는 기개와 의지를 함께 묶어 보고자 했던 것이 그 예이다. 특히 한겨울 푸르름을 간직하고 눈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우뚝 서 있는 소나무와 대나무는 의젓하고 빼어난 모습의 두 벗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겨울이 지나기 전 송죽의 두 벗을 만나려 기습한파가 있던 날 이화여자대학교를 찾아갔다. 그림, 도자기, 다양한 공예품을 아우르는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의 수장품 중에서 소나무와 대나무와 관련된 것을 추려 '송죽'이라는 주제로 엮어 모인 전시물들은 서로 다른 외양 속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한겨울의 박물관을 채우고 있었다.
백자청화송죽인물문호 | 조선 16세기 | 높이 47cm | 허유 | 노송도 | 조선 19세기 | 102x59cm |
첫번째 '松'을 주제로 작은 전시실에서는 소나무, 대나무와 인물이 그려진 청화백자항아리 옆에 허유의 노송도, 이경윤의 송음고일도, 이징의 송하인물도 등 분위기 있는 소나무 그림 몇 점이 걸려 있고, 다음 벽면에는 소나무의 문양이 포함된 자개장, 노송을 재료로 만든 탁자 등의 공예품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소박한 전시장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산수화나 산수인물화 속에서 소나무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어서, 특히 이징의 경우 잘 알려진 <니금산수도>나 <연사모종도> 등에서 근경 중앙부에 소나무를 배치시켜 독특한 구도와 힘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송하인물도는 중앙의 소나무에 한 노인이 걸터앉은 구성으로 은둔한 선비의 초탈한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징 | 송하인물도 | 17세기
'竹' 전시실에는 묵죽도 몇 점을 비롯, 대나무로 된 필통, 죽장 서안, 담뱃대, 죽장 탁자 등으로 구성하여 대나무 애호가 선비와 부인을 위한 작은 방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맹추위 속에 대학 박물관을 찾아가면서 그 속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소나무와 묵죽에 대한 애호를 한껏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학교박물관 전시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관람이 이루어지지 않는것 같아 아쉬웠다. 특히나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은 많은 수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기에 좋은 전시들이 많이 기획되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나서며 어제 갔던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방학숙제중인 학생들에 밀려 복잡했던 관람 분위기를 떠올리니 뭔가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