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승업이 때 아닌 말 그림 논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죠. 장승업은 실제로 많은 말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 한 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흑백사진은 일제 강점기 조선미술구락부 경매회 도록 중에 있는 것입니다. 이폭 병풍의 오른쪽은 고양이들의 그림이고, 왼쪽은 멋진 말 그림입니다. 이 병풍은 경매회 당시 이병직의 소장품이었습니다.
대한제국기의 내시였던 송은(松隱) 이병직(李秉直: 1896-1973)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2회나 입상한 유명 서화가이자 근대의 주요 수장가, 미술품 감식안(鑑識眼), 당대를 대표하는 부자의 한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1941년, 그의 나이 45세 때에 조선미술구락부의 경매회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을 내놓았습니다. 경매도록의 제목 자체도 “부내 고경당소장품매립목록(府內 古經堂所藏品賣立目錄)』”입니다(고경당은 그의 당호). 출품된 작품 수는 서화 76점, 도자 198점, 공예 54점으로 모두 328점이나 됐습니다.
(일제시기에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두 번이나 경매회를 개최한 조선인은 박창훈과 이병직 두 사람 뿐이라고 합니다. )
도록 중 작품 사진 가운데 제일 끝에 있는 것이 오원 장승업의 <준마군묘이절병풍駿馬群猫二折屛風>입니다. 김상엽 선생님의 연구에 따르면 1934년 6월 동아일보사 주최로 개최된 '조선중국명작고서화전람회(朝鮮中國名作古書畵展覽會)'에 출품되었던 "오원 장승업 영모이첩병(吾園 張承業 翎毛二帖屛)"과 같은 작품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병풍은 현재 어디에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일본으로 건너가 있습니다. 심지어 작품이 나누어져서.
현재 오른쪽 ‘군묘(群猫)’는 <유묘(遊猫)>라는 이름으로 일본 동경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준마(駿馬)’는 <삼준(三駿)>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유현재(幽玄齋)가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41년 당시까지는 병풍으로 묶여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이 경매회 이후 그림이 나눠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팔릴 당시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멋진 말 세 마리와 날렵한 고양이 세 마리가 조화롭게 마주보고 있던 병풍인 상태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운동감과 균형감이 빼어난 절묘한 작품인데, 언제 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장승업 <삼준도三駿圖> 종이에 수묵담채, 137.0x55.0cm, 개인(유현재소장고서화 도록 중 168번)
장승업 <유묘도遊猫圖> 종이에 수묵담채, 136.0x52.8cm, 도쿄국립박물관
멋진 말 세 마리와 날렵한 고양이 세 마리가 조화롭게 마주보고 있던 병풍인 상태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운동감과 균형감이 빼어난 절묘한 작품인데, 언제 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