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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속 아이는 누구? - <자모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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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명작 스크랩" 칼럼을 시작합니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

명작 스크랩은 한국미술을 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하는 1인의 감상기입니다. 우리 옛 그림과 도자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림 속 이야기를 찾아 모으는 여정을 떠납니다.

화첩에서 떨어져 나온 한 폭인 것으로 생각되는 이 작은 그림에는
젖먹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인,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는 남자 아이,
그리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계집아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가족사진 찍듯 자리를 잡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들. 배경 없이 깨끗하고 안정된 화면.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즐거움을 줍니다.

그 그림의 제목은 <자모육아(慈母育兒)>.
큰 인기를 끌었던 2008년, 2011년 간송미술관 가을 정기전에서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은 약 30여 년간 조선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했던 신한평의 작품으로,
화면 왼쪽에 쓰여 있는 일재(逸齋)는 그의 호입니다.

신한평은 화가 자신의 명성으로서보다는
조선후기의 대표 풍속화가 신윤복의 아버지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신한평에게는 두 아들과 딸이 하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당시 화첩에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는 일이 있곤 했으므로
이 그림이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여 그린 것일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 그림에 등장하는 세 아이 중 한 아이가 신윤복이라는 말이 됩니다.
과연 누가 신윤복일까요?

혹자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상상한 대로 신윤복이 여자일 것으로 추측하고,
치마입고 앉아있는 왼쪽 여자아이가 화가 신윤복이 아닐까 짚어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남아 있는 기록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신씨집안의 족보*를 살펴보면 신한평 이름 아래 子 윤복(潤福), 윤수(潤壽)가 쓰여 있어 신윤복이 신한평의 ‘아들’임이 명시되어 있는 셈입니다. 딸은 족보에 이름을 넣지 않고 사위 이름을 쓰니 말입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여 이 따님이 남자형제의 이름인 ‘윤복’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일이네요(이 설정도 성균관스캔들이라는 소설-드라마에서 사용한 듯!)

이 그림이 그의 '가족도'라는 가정하에, 또 족보에 근거해서 생각해 볼 때, 젖먹이 동생은 윤수, 오른쪽에 서서 우는 듯 눈을 비비고 있는 아이가 신윤복이 됩니다.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겠다며 아이들을 깨워 세워놓아 졸린 눈을 부비고 있었던 것인지,
젖먹이 동생만 챙기는 엄마에게 투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아이가 그 유려한 <미인도>나 재기발랄한 풍속화들을 그려낸 화가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남들보다 더 섬세한 감정을 가졌던 것이 드러났나 싶기도 합니다.

만약 신한평의 딸이 윤복이라는 이름으로 행세한 화가였다면!
왠지 여자아이의 표정이 당차 보이기도 하네요.


- 스크랩
 신한평(1735(?1726?)~1809이후)
  <자모육아(慈母育兒)>, 종이에 수묵담채, 23.5 x 31.0 cm, 간송미술관 소장
  혜원 신윤복의 아버지. 도화서 화원.

- 더 읽어볼 책
이원복, 『회화』, 솔, 2005.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성원록(姓源錄)> 중 <고령(高靈) 신씨보(申氏譜)>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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