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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골기를 가진 그림과 글씨, 이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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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상(李麟祥 1710-1760)
알다시피 추사 김정희는 까칠한 양반이어서 남 칭찬을 잘 안 하는데, 윗세대 선배들 중 유일하게 칭찬한 사람이 능호관 이인상입니다. 그의 글씨는 예서나 해서도 좋지만 전서 또한 아주 좋아서 당대 전서는 제일인자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인상의 전서. 당나라 가도의 <산중도사>. 『원령필첩』 전서 42.0x3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상 서화첩 중 장화(232-300)의 <여지시勵志詩>. 22.0x63.0cm (동원 기증품)


이인상 해/행서. 16x11cm 개인 소장


이인상보다 나이는 몇 살 어리지만 그와 단짝 친구로 함께 다녔던 사람이 이윤영(李胤永, 1714-1759)입니다. 이인상과 이윤영 두 사람은 그림도 비슷하며, 이윤영이 이인상의 그림에 화제도 꽤 남겼습니다. 시서화 삼절로 불리기도 했던 이인상과 글씨도 그림도 비슷하지만 이윤영의 것이 약간 부드럽고 딱 한 끗이 부족합니다. 

이들은 또한 송문흠(宋文欽, 1710-1752)과도 친구였고 형인 송명흠(宋明欽, 1705-1768)과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송명흠과 송문흠은 동춘당 송준길의 후손으로 그들 또한 글씨를 잘 씁니다. 특히 송문흠이 전서와 예서를 잘 쓰는데 예서에서는 송문흠이 이인상보다 한 수 위이고 전서는 이인상이 낫습니다. 

이들은 전부 노론 집안의 사람들입니다. 이인상은 전주 이씨. 이윤영은 한산 이씨. 송문흠 형제는 은진 송씨입니다. 이들과 친하게 지냈던 김무택, 김순택 형제(광산 김씨), 김종후, 김종수 형제(청풍 김씨)도 골수 노론 집안입니다. 

이인상 본인이 존경하는 사람을 몇 명 꼽은 적이 있는데, 역시 노론인 안동 김씨 김진상, 민우수, 윤심형 등이고 이명익이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딱히 스승으로 꼽을 만한 사람은 없으나 이들을 존경했고, 선배 뻘인 이들은 노론 집안들로 벼슬은 높지 않았으나 실력 있고 쟁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이인상이 서출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인상의 증조부 이민개가 백강 이경여의 서자였습니다. 고조 할아버지 이경여가 우암 송시열 선생과 맞먹을 정도로 학문이 높고 관직도 우의정에 이르렀던 인물이었지만 당시 이인상과 같은 서출은 대과를 보지 못하여 기껏 출세를 한다고 해도 군수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시절 중인과 서자들이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인상은 시서화에 모두 능한 ‘삼절’로 불렸고 전각 또한 잘 했습니다. 이인상의 서화에 등장하는 인장은 거의 자기 자신이 팠다고 보면 됩니다. 이인상의 삼촌 이최지라는 사람이 글과 전각으로 당대에 유명했는데, 그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인상 인물도. 유현재 소장.


이인상의 글씨에 한해서 보더라도 특별히 글씨 스승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인상이 추구한 시는 고시, 즉 명청대 이전 송나라의 것이었고 글씨도 마찬가지로 옛것 송, 한을 추구했으나 정확하게 어디, 누구로부터 연유한 글씨인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그 글씨에서 독창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왕희지, 구양순, 안진경 중 하나의 줄기를 선택해야 한다면 안진경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부드럽고 획이 커서 안진경체 영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징명이나 동기창 같은, 가까운 시대 사람들의 유행에서 영향을 받기는 했겠지만. 여러 가지 체본을 보고 스스로 공부하여 만들어낸 서체라고 여겨집니다. 

이인상은 미수 허목처럼 전서나 예서의 골기를 가진 독특한 해서를 씁니다. 그의 해서는 담백하고 여성적이지만 예쁜 글씨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 흐르는 대로, 뜻대로 가는 붓이고, 묘하게 부드럽고 담백합니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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