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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곡 이이와 그의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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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생, 김집, 송시열, 송준길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 조선의 학자를 대표하는 이로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가 있습니다. 두 사람을 영남학파, 기호학파라고 하면서 둘이 라이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율곡 이이는 퇴계보다 35살이나 어리고 율곡이 23세 때 처음 만나 성리학에 대해 논했을 뿐 딱히 경쟁관계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에서 아홉 번이나 장원을 할 정도로 총명했던 율곡은 스승이라고 딱 짚어 얘기할 만한 사람 없이 홀로 가학을 이어받아 공부했고, 성수침의 영향을 다소 받았다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학계에서 율곡 이이는 김장생(金長生1548~1631), 송시열(宋時烈 1607~1689)로 이어지는 서인 노론의 계파를 형성하는 구심점이 됩니다. 



이이의 제자로 김장생과 조헌(趙憲, 1544~1592) 등이 있는데, 송시열과 송준길(宋浚吉 1606~1672) 두 사람은 김장생에게 배우다가 후에 김장생의 아들이자 이이의 사위격인 김집(金集, 1574~1656)의 제자가 됩니다. 조헌은 성혼(成渾, 1535~1598)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앞서 “삼현수간” 편에서 언급했듯 이이는 성혼, 정철(1536~1593), 송익필(1534-1599) 등 또래의 학자들과도 친분을 쌓고 지냈습니다. 


율곡 이이의 글씨. 삼현수간 중 구봉 송익필에게 답한 서간.


율곡의 글씨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활달하면서도 도톰하고 둥근 편인데, 남성적이고 힘이 있으나 어울림과 조화 부분에서 명필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율곡 이이의 서간


제자들은 고르게 글씨를 쓰기는 했으나 글씨로 유명한 사람을 꼽기는 어렵습니다. 율곡의 제자 중에는 김장생의 아들 신독재 김집이 글씨를 잘 썼습니다. 광산 김 씨 중에는 김집을 비롯해서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요. 우암 송시열, 동춘 송준길이 김장생에게 공부하다가 그의 아들 김집에게서 공부했는데, 두 사람의 글씨는 특별한 점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성혼과 율곡의 냄새가 조금 납니다. 


김장생 서간


김집 서간. 1651년



유성룡 서간


조헌 서간


정경세 서간


송준길 서간


송시열 글씨 (백사진척첩 중)



동춘 송준길의 장인 우복 정경세(1563~1633)는 서애 유성룡(1542~1607)의 제자입니다. 이들은 퇴계 학통과 율곡의 중간 정도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송준길의 학문은 율곡과 가깝지만 글씨는 퇴계의 영향을 받은 매끄러운 서체를 보입니다. 

율곡은 특별히 제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고 일찍 세상을 뜬 탓에 글씨가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고서화 시장에서 퇴계의 글씨보다 율곡의 글씨가 두 세 배 비싸게 팔리기도 합니다. 학문은 당연히 퇴계 이황이 더 인정받지만 시장 원리에 따라 율곡의 글씨가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정치적으로는 율곡파가 성공한 영향도 있을지 모릅니다. 

굳이 두 사람의 성격을 비교하자면 퇴계는 제자들에게 일일이 코치하는 자상한 스타일로 어머니 같은 사람이라고들 하고 율곡은 대범하고 아버지 같은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소론 글씨는 다소 내향적이고 노론들은 글씨를 못 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외향적인 면을 보이는데 이것도 생각이나 성향이 드러난 것일지 모릅니다.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 노론 쪽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개 글씨 잘 쓰는 걸 권하지 않았습니다. 학자로서 글씨를 잘 쓰는 데 집착하면 시간도 빼앗기고 공부를 못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선비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못마땅해 해서 그리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컸습니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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