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영철씨기증서화류전관목록(故朴榮喆氏寄贈書畵類展觀目錄)』(이하 『목록』)은 명칭만이 열거되어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1930년 동아일보사 주최로 개최된 ‘조선고서화진장품전람회’의 김옥균의 <행서>, 심사정의 <용호도>, 김홍도의 <신선도>와 역시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1932년 ‘조선고서화전람회’의 진재해의 산수, 이인문의 수묵산수 등은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록』은 조선, 지나(중국), 일본의 3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 수효를 분류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구 분 | 번 호 | 작품 수효 | |
書畵 | 朝鮮之部 | 1-61 | 61 |
支那之部 | 62-88 | 27 | |
日本之部 | 89-105 | 17 | |
其他 | 106-115 | 10 |
표 2) 『고박영철씨기증서화류전관목록』의 국적에 따른 분류표
『고박영철씨기증서화류전관목록』의 제일 앞 부분.
1. 신라진흥왕정계비탁본 2. 근역서휘, 3. 조영흑화첩 등이 보인다.
'조선지부'는 번호 1에서 61까지로 되어 있는데, 1-34는 글씨이고 35-61은 그림이다. 글씨 가운데 탁본 1점, 서첩 18개인데 2번 『근역서휘(槿域書彙)』 37책, 3번 『조영흑화첩(朝英黑畵帖)』 2책인 것을 감안하면 점수로 55점이 된다. 그림은 『근역화휘(槿域畵彙)』가 3책이니 대략 30점이 되는데 화첩 6, 10폭 병풍 2, 6폭 병풍 1, 곡병 1점으로 되어 있다. 글씨 가운데에는 김정희의 작품이 9점으로 가장 많고 신위가 3, 이황이 2점 등의 순이며, 그림은 장승업 3, 정선 2, 심사정 2, 김홍도 2점의 순이다. 그림은 대개 화원이나 직업화가의 그림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보면 박영철이 이 계통의 그림을 주로 모은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며, 시대와 작가가 고루 분포된 것은 일종의 안배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것이 박영철의 의도인지 아니면 유물을 기증한 후손들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박영철의 기증품은 현 서울대학교박물관의 주요 회화 소장품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은 물론 한국회화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고 있음을 보면 박영철의 심미안과 감식안이 상당하였음도 알 수 있다.
박영철이 그의 나이 50세 때인 1929년에 펴낸 자서전,
『五十年の回顧』의 속 표지. 그의 호 ‘多山’, ‘朴榮喆印‘이 찍혀있다.
『근역서휘』 전37책(부분). 1940년 박영철이 경성제국대학교에 기증하였다.
『목록』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조선지부’ 2번 『근역서휘』 37책과 35번 『근역화휘』 3책이다. 『근역서휘』와 『근역화휘』는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이 우리나라 역대 인물들의 필적과 그림을 모아놓은 서첩과 화첩으로서, 『근역서휘』에 수록된 인물의 총수는 1,107명이고 『근역화휘』에는 도합 67인 67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근역서휘』와 『근역화휘』는 서울대학교 박물관 소장 서화 유물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서화를 대표하는 귀중한 자료의 하나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자료로서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유물로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근묵(槿墨)』, 간송미술관의 동명의 『근역화휘』를 꼽을 수 있을 정도라는 평을 통해 두 자료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선, <혈망봉>, 비단에 먹, 33.3×21.9㎝, 서울대학교박물관
『근역서휘』에 대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오세창(吳世昌)이 고려말에서 대한제국말까지 선인들의 필적을 모아 엮은 서첩(書帖). 3책. 첩장본(帖裝本).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수록된 필적은 거의 600여년에 걸치는 것으로, 신분상으로 볼 때는 국왕의 어필을 비롯하여 각계 유명인사들의 서간·시축(詩軸)·문고(文稿) 등으로부터 중인·천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수집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필적은 대부분 서간·문고류 등의 소품들이나 대작이 매우 적은 우리나라에서의 서예사적 가치는 그런대로 높으며, 특히 서간류는 선인들의 일상생활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사자료로서도 귀중하다고 하겠다.”
『근역화휘』 전3첩(天地人), 서울대학교박물관.
『근역화휘』는 “오세창(吳世昌)이 편집한 화첩. 화첩 크기 세로 43.5㎝, 가로 32.5㎝,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근역화휘는 천·지·인(天·地·人) 3첩(帖)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서울대학교 소장의 근역서휘(槿域書彙) 37책(冊)과 짝을 이루어 오세창이 편집했다고 전한다. 근역화휘에는 천첩(天帖)에 25점, 지첩(地帖)·인첩(人帖)에 각기 21점, 도합 67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시기별로는 조선 초기 1점, 중기 9점, 후기 30점, 말기 이후가 27점이다. 근역화휘는 비록 수량은 많지 않지만 조선 초기 전안견(傳安堅) 필 산수도를 비롯하여 신사임당(申師任堂)·이요(李㴭)·이우(李瑀)·진재해(秦再奚)·김덕성(金德成)·마군후(馬君厚)·우상하 등 작품이 드문 많은 화가를 포함하고 있어 한국 회화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한편 간송미술관에도 오세창이 편집했다고 전하는 동명(同名)의 화첩(畵帖)이 소장되어 있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은 전체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어 양자간(兩者間)의 관계는 확실히 알 수 없다.”로 되어 있다.
허련, <선면산수>, 종이에 담채, 21×60.8㎝, 서울대학교박물관
『근역서휘』, 『근역화휘』는 물론 여타의 박영철의 기증품들 역시 높은 작품성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어 『목록』의 39번 정선의 <만폭동>, <혈망봉>과 51번 소치(小癡) 허련(許鍊: 1808-1893)의 <선면산수> 등은 해당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박영철 기증품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된다. 다만 박영철의 경성제국대학에 기증품 가운데 우리나라 서화류를 제외한 중국과 일본의 작품은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