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덕진공원은 전주의 대표적인 쉼터 가운데 하나이다.
덕진공원 정문.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공원 정문 현판 ‘연지문(蓮池門)’ 김제 출신의 서예가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 1913-1993)이 썼다.
정문을 거쳐 조금 걸어가면 위풍당당한 정자를 마주하게 된다. '취향정(醉香亭)'이라는 풍류 넘친 이름의 정자인데 정자의 안내문은 아래와 같다.
취 향 정(醉 香 亭) |
소재지: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1가 1314-4 연꽃향에 취한다는 취향정은 1917년 전주 지역의 대표적인 친일파 중의 한 사람인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정자이다. 덕진 연못의 사설 공영권을 장악한 박기순은 취향정을 세우고 사람을 모아 시회(詩會)를 여는 등 전주 사람들의 휴식공간을 사유화 하였다. 그는 당시에 지은 시(詩)의 편액을 정자에 걸어놓고 취향정기(醉香亭記) 비석을 세워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중추원 참의, 여산군수, 전주 농공은행장 등을 지낸 반민족행위자 박기순이 세운 취향정은 해방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2005년 8월 9일 친일잔재청산을 위한 전북 시민연대 |
취향정 전경. 앞 쪽에 ‘취향정기 비석’이 보인다.
취향정기 비석
취향정 안내판
자신의 환갑 기념으로 정자를 세우고 공원을 사유화하며 중추원 참의, 군수, 은행장을 지낸 인물 박기순(朴基淳: 1857-1935)은 뼛속깊이 친일파라 하겠다. 전라북도 익산 출신인 박기순은 미곡상으로 돈을 번 후 다시 토지에 투자하여 거부가 되었다.
박영철의 아버지 박기순(朴基淳: 1857-1935)
박기순의 회갑기념으로 건립될 당시의 취향정 사진
측면에서 본 현재의 취향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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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정 안쪽의 소액(小額) 들
박기순의 아들 다산(多山) 박영철(朴榮喆: 1879-1939)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대한제국의 군인이자 일본군의 장교로, 전역 이후에는 강원도 지사, 함경북도 지사를 지낸 고위관료로서, 관직 은퇴 이후에는 굴지의 기업인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편 문화애호가로서의 박영철은 『연암집(燕巖集)』을 간행하였고, 사후에 수장품을 경성제국대학에 기증하여 현재 서울대학교 박물관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이 연재에서는 특히 ‘제국주의의 협력자’이자 전통문화애호가라는 일견 모순된 행적을 보이는 박영철의 생애와 행적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