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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의사 박창훈의 서화수장: 1941년의 경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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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1월 1일(토)에서 2일(일)까지 이틀 동안 역시 경성미술구락부에서 행해진 박창훈 소장품 경매회는 1940년에 실시된 경매회에서 유찰되었거나 출품하지 않았던 물품(愛殘品)을 처분하는 행사로서 이번에는 전 해의 도록과 거의 같은 편집방식으로 된 『부내박창훈박사서화골동애잔품매립목록(府內朴昌薰博士書畵骨董愛殘品賣立目錄)』이 발간되었다. 당시 참여한 찰원(札元: 중개인)은 "한남서림 이순황(翰南書林 李淳璜), 오봉빈(吳鳳彬), 유용식(劉用植), 한호당(韓好堂) 시노(矢野), 구로다 사카에(黑田 榮), 취고당(聚古堂) 사사키(佐佐木), 아마이케 시게다로(天池茂太郞), 온고당(溫古堂) 신보(新保)"로 1940년의 경매회와 같으며 다만 그 순서와 명칭이 약간 바뀌었을 따름이다.

1940년의 경매도록 뒤쪽의 목록에는 서화와 도자, 목공예품 등이 섞여 있었지만 1941년의 도록에는 ‘書畵之部(서화부)’ 70점과 ‘器物之部(기물부)’라 하여 도자기 216점, 가구 등 36점, 자수 등 기타를 포함한 공예품 256점 도합 326점이 목록화 되어있다. 작품의 수효는 1940년의 경우와 큰 차이는 없으나 유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서화는 70점이지만 50여개의 작품만이 사진으로 실려 있다.


[표]1941년 11월에 개최된 박창훈 수장품 경매회에 출품된 서화목록표
* 경성미술구락부 간행, 『부내박창훈박사서화골동애잔품매립목록』(1941)에 의거하여 작성하였다.
* '◎' 표시는 중국 또는 일본작가를 의미하고, 호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박창훈이 두 번의 경매회에 출품한 작품 수는 600점을 훌쩍 넘기는 막대한 수량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작품 외에도 박창훈이 수장했던 고미술품 가운데에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 많은데, 조선시대의 서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40년의 경매에 출품되었던 서화 가운데에는 심사정의 <황취박토도(荒鷲博兎圖)>, 최북의 <금강전도>, 김정희의 글씨 <침계(梣溪)>, 1941년의 경매회에 출품된 작품으로는 김득신의 <계(鷄)>,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허련에게 그려준 <총란도(叢蘭圖)>, 허련의 <대폭산수> 등을 들 수 있다. 박창훈이 수장했던 작품의 대다수는 현재 그 소재를 추적하기 어렵다. 해방 전후의 혼란기, 6․25전쟁과 50-60년대를 거치며 많은 작품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데, 현재 전하고 있는 몇몇 수작들을 통해 대수장가 박창훈의 감식안의 일단(一端)을 살필 수 있다. 최북의 <금강전도>와 안재건의 <산수>는 평양의 조선미술박물관, 윤덕희의 <신선도>, 김정희와 섭지선의 <침계>, 이한철의 <침계상서칠십일수상>, 이념증의 <산수>는 간송미술관, 안중식․조석진 합작 <해상군선도>는 한양대학교 박물관, 심사정의 <황취박토도>는 선문대학교박물관, 이하응이 허련에게 준 <총란도>, 허련의 <대폭산수> 1폭 등은 개인소장으로 현재 전해오고 있다. 간송미술관에는 김정희의 <침계>와 섭지선(葉志詵)의 <침계> 두 점이 있는데 모두 1940년 박창훈 소장품 경매회 또는 그 이후에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작품은 1940년 도록에 15번, 39번으로 수록되어 있다. 섭지선의 <침계> 도판설명에는 "침계윤상서구장(梣溪尹尙書舊藏)"으로 되어 있다.

 
심사정, <황취박토도(荒鷲博兎圖)>, 121.8×87.2㎝,
김덕영(金悳永) 구장(舊藏), 박창훈 소장 /
현재 선문대학교 박물관 소장.
허련(許鍊), <대폭산수> 중 1폭, 종이에 엷은 색,
105.4×53.9㎝, 박창훈 소장 /
현재 윤영돈 소장.

  <황취박토도>는 1938년 경성부민관에서 개최된 조선명보전람회에는 김덕영(金悳永: 金讚永의 바꾼 이름)의 수장품으로 되어 있었음을 보면 조선명보전람회 이후 박창훈이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도 1) 심사정은 이 주제를 선호하였던 듯 이러한 방식으로 그려진 그림이 여러 폭인데 <황취박토도>는 심사정 특유의 호쾌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941년의 경매회에 나왔던 허련의 <대폭산수> 가운데 1점은 허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에 국립광주박물관이 개최한 '남종화의 거장 소치 허련 200년전'에 출품되었다.(도 2) 당시 출품된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산수화로 꼽히며 허련 특유의 활달하면서도 자신감 넘친 필력이 돋보이는 중년 이후의 수작이다.

 
『부내박창훈박사서화골동애잔품매립목록(府內朴昌薰博士書畵骨董愛殘品賣立目錄)』 부분,
경성미술구락부 간행, 1941.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2.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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