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파리가 사랑한 동양미술관
  • 최열의 그림읽기
  • 영화 속 미술관
  • 조은정의 세계미술관 산책
  • 미술사 속 숨은 이야기
  • 경성미술지도-1930년대
  • 김영복의 서예이야기: 조선의 글씨
  • 한국미술 명작스크랩
  • 도전! C여사의 한국미술 책읽기
  • 왕릉을 찾아서
  • 시의도-시와 그림
  • 근대의 고미술품 수장가
타이틀
  • 1. 서설: ‘수장가 열전’ 연재를 시작하며
  • 3703      

어떤 특정한 분야나 취미에 특별히 열중해있는 사람을 흔히 ‘애호가’, ‘매니아’라 하고 젊은이들은 ‘폐인’, ‘꾼’, ‘…광(狂)’ 나아가 ‘오타쿠(御宅: オタク)’라고도 하지만 예전에는 “…벽(癖)”이 있는 사람이라고 운치있게 표현하곤 하였다. 이들이 열중하는 대상은 음악, 미술, 음식, 드라마, 영화 등 분야와 장르를 초월하여 다양하다. 이들의 정열은 그 분야나 방면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별종의 세계라 할 만하다.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1940-)는 프랑스인들의 와인에 대한 정열과 와인 문화를 살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와인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 그렇겠지만, 어떤 문화의 바깥에 있는 사람은 그 문화의 안쪽에 있는 사람이 가진 가치체계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바깥에 있는 사람의 눈에는 안에 있는 사람의 정열이 더없이 어리석게만 보인다.
와인 테이스팅만 해도, 바깥에서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에 턱없이 진지하게 몰두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 직접 참가해서 안쪽에 서 보면, 자신이 엄청나게 풍요로운 세계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역으로 바깥세계의 빈곤함이 딱해 보이는 것이다. 안쪽에 들어서면 그 안에 형성되어 있는 가치체계를 알게 된다.…도자기에 빠진 사람은 찻그릇 하나에 수백만 엔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 역시 그 문화의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광기어린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어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주 사소한 차이를 찾아 최고급 부분에 광기어린 정열과 돈을 쏟아 붓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로 문화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과문(寡聞)한 필자의 좁은 식견 탓이겠지만 문화의 수준과 애호가 또는 호사가(好事家)들의 관계를 이렇게 쉬운 단어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놓은 글을 읽은 적이 없다. 지면 관계상 전문을 게재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고미술에 대한 글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 와인을 고미술품으로 바꾸면 고미술품 수장가들의 수장열과 그 노력의 일단(一端)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연재에서는 고미술품 수장가, 특히 우리나라 근대의 고미술품 수장가들의 일생과 수장경향 등을 살피고자 한다. 우리나라 근대의 수장가에 대해서는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을 제외하면 수장경위나 수장내역 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형필 외에도 근대의 중요한 한국인 수장가로는 이용문(李容汶: ?-?), 박영철(朴榮喆: 1879-1939), 김용진(金容鎭: 1882-1968), 함석태(咸錫泰: 1889-?), 김성수(金性洙: 1891-1955), 최창학(崔昌學: 1891-?), 김은호(金殷鎬: 1892-1979), 장택상(張澤相: 1893-1969), 김찬영(金讚泳: 1893-?), 이병직(李秉直: 1896-1973), 이한복(李漢福: 1897-1940), 박창훈(朴昌薰: 1898-1951), 백인제(白麟濟: 1898-?), 손재형(孫在馨: 1903-1981) 등이 꼽힌다.


간송 전형필

우리나라 근대 고미술품의 수장과 수장경로 등에 대하여 별다른 주목이 없었던 것은 조선시대의 고동서화(古董書畵) 수장과 달리 근대 이후의 고미술품 수장이나 매매가 도굴․밀매․밀반출 등 부정적인 측면과 일부 연관도 있을 듯하다. 이밖에도 감상이나 연구와 달리 매매 등을 낮춰보는 시각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근대의 미술시장과 고미술품 수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연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 분야의 연구는 명품대가(名品大家) 및 그 유파, 영향 등을 추적하고 분석하던 종래의 연구경향과 한계를 극복하고 미술과 사회, 미술품 유통과 소비 등 기존의 연구방식과 관점으로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분야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1900년 전후의 골동품 상점
1902년에 8개월간 조선에 머문 이탈리아 공사 카를로 로제티(Carlo Rossetti)의 저서『꼬레아 꼬레아니(Corea Coreani)』(1904)에 실린 저잣거리의 골동품 상점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20 03:12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