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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미술비평)

 로버트는 정체모를 톱니바퀴 부속들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발명가로 극장용 각종 자동악기와 자동인형을 만들었고 비단 공장의 감독으로 자카드 방직기를 발명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 1709~82)의 자동인형 부품을 발견한다. 


영화 <베스트 오퍼> 중


 자동인형은 유럽왕실에서 아이들을 위해 나무로 만든 정교한 기계장치를 갖춘 인형으로 버튼을 누르면 페달이 돌아가고 톱니바퀴에 의해 움직이면서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는 인형이었다. 두 사람은 18세기 자동인형 즉 오토마톤(Automaton) 중에는 사람들이 질문하면 대답을 하는 안드로이드가 있었다는 얘기를 나누는데 로버트는 실은 자동인형이 대답을 한 것이 아니라 인형 내부에 좁은 공간을 마련해 그곳에 작은 난장이가 들어앉아 대답을 하는 “멜첼의 체스기사 난쟁이 같은” 속임수를 썼다고 말한다. 이렇게 영화 속 오토마타는 이 영화의 서사구조를 귀띔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1980년 재조립된 체스두는 오토마톤


  <멜첼의 체스기사>는 오늘날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것처럼 인간과 체스대결을 할 수 있는 자동인형에 대한 이야기로 그 안에 난장이가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에드거 앨런 포의 입장은 기계를 조종하는 것은 난장이가 아니라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이미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이 들어있어 눈치 빠른 관객은 영화의 결말을 상상하게 된다. 


체스두는 인형의 개념도


 사실 이런 자동인형 로봇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문학과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애드가 앨런 포는 1836년 발표한 에세이 <멜첼의 체스 기사>(Maelzel's Chess-Player)를, 체스 두는 인형이 불타버리기 몇 년 전인 1849년에 <폰 켐펠렌과 그의 발견>(Von Kempelen and His Discovery)을 썼다. 또 1909년에는 암브로스 비어스(Ambrose Gwinnett Bierce, 1842~1914)의 단편 <자동 체스 인형>(Moxon's Master)도 체스 두는 인형과 꼭 닮은 무시무시한 체스 자동기계의 이야기를 썼다. 또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1906~77)는 1938년 미릿 살인 사건을 소재로 <구부러진 경첩>(The Crooked Hinge)을 쓰면서 자동인형이 문제 해결의 열쇠로 쓰인다. 1977년 공상과학소설가 진 울프(Gene Rodman Wolfe, 1931~ )도 그의 SF단편 <경이로운 놋쇠 자동 체스 머신>(The Marvellous Brass Chessplaying Automaton)에서 체스 두는 인형과 매우 흡사한 오토마타(Automata)가 나온다. 또 2009년의 오가와 요코(おがわようこ, 1962~ )도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에서 비슷한 오토마타를 그리고 있고 2001년 세나 히데아키(瀬名秀明, 1968~ )가 포를 오마쥬 한 단편 <멜첼의 체스 플레이어>에도 로봇과 체스를 두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로는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1942~ )가 2011년 만든 휴고(HUGO, 2011)와 2014년 가베 이바네즈(Gabe Ibanez,1971~ )가 제작한 오토마타(Automata, 2014)등이 그것이다.  


영화 오토마타(2014)의 DVD 표지


영화 <휴고(2011)>의 한 장면. 오토마타가 글씨를 쓰고있다.


 영화는 오토마타가 모양을 찾아가면서 스릴러물처럼 긴박하게 전개된다. 타인과의 관계를 애써 무시했던 올드만에게 감정을 의뢰한 클레어가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의 만남을 단절하고 은둔했다는 사실을 알고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서로 같은 듯 다른 두 외톨이가 교류하는 사이 주인공 올드만의 성격과 그를 둘러싼 환경의 큰 변화를 극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엔리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1928~  )의 아름다운 현악기의 선율로 이루어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심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극을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1988년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 처음 만난 두 거장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만큼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신뢰하는 관계로 <베스트 오퍼>에서도 완벽호흡을 자랑하면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실로 높은 완성도에 도달했다. (계속)


정준모 관리자
업데이트 2024.12.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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