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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기우기-상위 1%의 섹스> 불편한 또는 잘못 알려진 미술시장의 진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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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준모(미술비평, 문화정책)

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지나칠 만큼(?) 증대되면서 미술동네는 매우 불편하다. 미술품에 대한 맹목적인 열정과 넘치는 사랑은 당사자인 미술품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스토커가 자신의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을 증오하고 집착하면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처럼, 미술품에 대한 정의를 자신의 생각대로 규정하고 결정짓는다. 그래서 미술품은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이거나 재산은닉의 방편 또는 불법상속의 도구쯤으로 인식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술품 수집은 짝사랑의 대상인 소녀가 자신의 응석을 받아주지 않으면 그 도를 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수집동기의 순수성은 도외시되고 단지 미술품을 많아 수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당대의 미술품을 수집하기 위해 고르고 선택하고 이를 수집해서 보관하지 않는다면 이 귀중한 우리시대의 문화인 동시에 미래의 문화재인 미술품은 누가 지키고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 줄 것인가.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미술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형성된 데는 배금주의와 상업주의가 세상의 모든 가치를 대체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사실 미술품은 음악이나 연극 등 시간예술이나 여타의 공간예술 중 유일하게 교환이 가능하고 장소이동이 가능한 실재적 예술이다. 그래서 미술품은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독특한 상품으로 존재해 왔고 거래가 이루어져왔다. 이런 과정에서 미술품은 언제나 그 작품의 가치에 대해 지불하는 것일까 아니면 미술품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것일까 하는 문제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세계1, 2차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빈부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전통적인 부호들과 절대적인 신흥부호들이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면서 더욱 심화되었고 미술시장이 미술동네 전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영화 <부기우기 : 상위 1%의 섹스>에 나오는 미술작품들


 영화 <부기우기-상위 1%의 섹스>는 이런 오늘날의 미술품이 처한 미학적, 존재적 위기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미술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아니 고발하고 있다. 영화는 모더니즘의 효시라 할 몬드리안(Piet Mondrian,1872~1944)의 숨겨진 걸작 부기우기(Boogie Woogie)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미술품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노부부 컬렉터가 소장한 부기우기는 일반적인 경제적 가치 외에 그의 초기작품이라는 또 다른 가치와 몬드리안으로부터 직접 구입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함께 해 온 세월이 노부부에게는 천만금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하지만 부부는 이제 나이가 들어 파산직전이며 모든 재산을 다 처분하고 팔 것이라고는 컬렉터로서의 자부심을 지켜 준 부기우기뿐이다. 


노부부는 이 작품을 몬드리안에게 500파운드(약 90만원)주고 샀다. 그 이후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묵묵하게 이 집 거실 벽난로 위를 지켜온 미공개작품. 노부부는 자신들의 소장품 중 일부를 소더비를 통해 처분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보려하지만 경매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줄 낙찰가에 이르지 못해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이때 대형 갤러리의 딜러 (Art Dealer) 아트(Danny Huston분, 1962~ )와 컬렉터인 제인 맥클스톤(Gillian Anderson 분, 1968~ )과 밥 맥클스톤(Stellan Skarsgård분 1951~ ) 부부가 이 그림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면서 딜러는 1,000만 달러(약 180억)를 제시하지만 그는 그림 값을 아무리 올려주어도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는 장사꾼들에게는 팔 수 없다며 자존심 같은 이 작품을 지키려하자 그의 아내는 흔들린다. 그래서 계속해서 남편을 설득한다. 하지만 가지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이 커질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그림 값은 사는 사람이 가질 수 있을 때 까지 제시하는 것이 가격이다” 는 미술시장의 가격결정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부기우기를 두고 승강이를 하는 동안 화재가 발생해 알프레드 노인(Christopher Lee 분, 1952~ )은 세상을 떠나고 그림은 재가 되고 만다. 건강이 좋지 않아 산소호흡기와 휠체어에 의존하던 노인은 담배를 피우다 잠이 들고 그로 인해 불이 나고 화재현장을 목격한 집사는 그 노인을 깨우지 않고 그대로 죽게 내버려둔다. 결국 이 작품을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던 딜러와 콜렉터는 이익을 두고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복잡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 배신에 이른다. 최종적으로 3,000만 파운드(약 540억)까지 제안 받았던 이 작품은 결국 천위에 칠해진 물감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은 불속에서 허무하게 흔적도 없이 타들어가고 만다. 그림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치솟은 그림 값 덕에 미망인은 어마어마한 보험금을 타 집사와 함께 떠난다. 왜 집사가 화재현장을 보고도 못 본 척했는지 관객들은 뒤늦게 알아채게 된다. 장례식장에 찾아간 갤러리 주인장이 유족에게 투자가치가 있는 새로운 작품을 권하는 장면은 이미 미술작품이 부동산이나 증권처럼 투기의 대상이 된 사실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돈에 대한 탐욕으로 무장한 갤러리스트 아트와 그의 갤러리 딜러인 베스(Heather Graham분,1970~)와 아트의 비서로 채용된 페이지(Amanda Seyfried분, 1985~ ) 그리고 이런 미술시장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이용해서 젊은 나이에 일약 인가작가의 반열에 오른 화가 조(Jack Huston분, 1982~ )과 아마추어 큐레이터 듀이(Alan Cumming분, 1982~ )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개인전을 열지만 결국 그를 배반하는 일레인(Jaime Winstone분, 1985~ )이 그림을 손에 넣으려는 소유욕의 콜렉터들과 펼치는 한편의 드라마로 전개된다. 부기우기를 두고 음모와 암투가 이어지면서 미술시장이라는 아수라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그림을 대하는 다양한 시각을 지닌 모든 이들을 대신한다.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 이용하려는 사람, 과시하려는 사람, 기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목적과 취향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부딪히는 블랙 코미디이다.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다루는 화상들에게 작품은 예술이 아니라 팔고 사는 하나의 물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영화에서 미술품은 돈일뿐이다. 모두들 우아하게 현대미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각각이다. 결국 영화 속 미술은 상품이다.(계속)

 
글/ 정준모(문화비평) 관리자
업데이트 2024.12.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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