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관장:이내옥)에서는 8월 24일(화)부터 10월 24일(일)까지 신기수 선생 수집품인 준이종정도 자수병풍을 특별공개한다. 10폭의 대형 준이종정도 자수병풍은 재일동포 사학자 신기수辛基秀 선생(1931~2002)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현재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에 기탁보관중이다.
한국에 최초로 공개되는 이 자수병풍은 1970년대 주일본 외교관이 민씨 문중으로부터 입수하여 보관하고 있던 것을 신기수 선생이 구입했다. 선생에 의하면, 이 준이종정도 병풍은 명성황후 민씨가 소장했다고 한다. 또 전문적 연구에 의하면, 자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은은하고 깊이가 있으며 매우 정교한 궁중자수 기법을 보인다는 점과 수집경위 등으로 미루어 명성황후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하였다.
국립대구박물관은 2004년부터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과 전시와 자료연구 등 상호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신기수 선생 가족과 오사카역사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이번 공개되는 준이종정도 병풍 전시는 한 ․ 일간의 문화교류 차원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될 것이다.
전시 기획의도
국립대구박물관은 2004년부터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과 전시와 자료연구 등 상호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국립대구박물관이 섬유복식전문박물관으로 새롭게 재개관한 데 맞추어, 평소 한․일 문화교류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신기수 선생 수집품을 공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준이종정도는 중국 상주商周시대에 사용하던 종鐘과, 정鼎 등의 청동기를 그림 그림이다. 이런 청동기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그릇과는 달리 인간이 신에게 행하는 예의 상징으로, 지배층에게는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세계관을 담아내는 그릇들로 여겨졌다. 유교를 숭상한 조선시대에는 이런 준이종정도가 예를 표상하고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졌다. 준이종정도 병풍의 풍부한 입체감과 질감, 세련되고 격조 높은 자수 솜씨는 궁중자수의 특징을 보여준다.
준이종정도 자수병풍의 특징
병풍 형태의 준이종정도는 조선후기에 유행했던 궁중회화 병풍에 대한 선호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중회화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이 가운데 병풍과 가리개 형식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후기에는 궁중화원들이 의식적, 장식적 요소들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다양한 병풍을 제작하였다. 궁중행사도 뿐만 아니라 왕실의 침전寢殿에도 즐겨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준이종정도에 표현된 제기들은 종묘제례와 관련이 있어 왕실과의 깊은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되는 자수품은 수방繡房에 소속된 숙련된 자수전문가인 궁녀들에 의하여 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궁중에 들어와 평생토록 수방繡房에서 궁내 수요의 자수제작에만 종사하여 그 기능이 고도의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궁중자수는 민가民家에서 수를 놓는 기법과 같다. 그러나 자수의 표현이 민가보다 정밀하고 색상의 배치가 세련되었다.
신기수 선생의 준이종정도 자수병풍은 크기나 자수기법의 세련됨에 있어서 왕실에서의 사용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짙은 진회색의 공단 바탕에 꼬임이 일정한 황색 명주실을 사용하여 정교하게 수를 놓았다. 특히, 문양의 시각적 강렬함을 높이기 위해 자련수, 이음수, 징금수, 자리수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인상적이고 입체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